[사설] 로스쿨 ‘학사엄정화 완화’가 과연 해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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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로스쿨 ‘학사엄정화 완화’가 과연 해법일까
  • 법률저널
  • 승인 2013.12.2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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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소위 ‘성추문 검사’ 사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험지를 빼내기 위해 교수 연구실 컴퓨터를 해킹하다 적발된 로스쿨생이 영구 제적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도를 넘어선 예비법조인들의 일탈행위에 여론의 눈총이 따갑다. ‘공정성’이 생명인 시험이 부정과 반칙으로 얼룩진다는 것은 로스쿨의 존립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일부 로스쿨생들의 일탈을 놓고 로스쿨 재학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성적지상주의에 곪아있던 로스쿨 내부 상처가 터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로스쿨 성적에 따라 검사와 재판연구원 임용은 물론 졸업 후 진로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니 학점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기화로 로스쿨의 학사관리엄정화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로스쿨학사관리는 ‘절대적 상대평가제도’를 취하고 있다. 절대적 상대평가는 학생들을 절대적으로 상대평가하여 A플러스에서 F까지 일정비율의 학생을 반드시 배정하는 방식이다. 절대적 상대평가제도는 이해단체간의 타협의 산물이었다. 당시 제1회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서 대한변협은 합격자 수를 낮추려한 반면 로스쿨측은 높이려 하며 대립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중재로 학사관리엄정화를 하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75%로 맞교환했다.

학사관리엄정화와 졸업사정 강화로 로스쿨생의 불만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특히 일부 로스쿨에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졸업 사정 탈락자의 비율을 크게 높이자 집단반발을 사기도 했다. 어떤 로스쿨은 입학정원의 35%를 졸업사정에서 탈락시키기도 했다. 수도권 로스쿨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졸업사정을 강화하는 추세는 같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학점 잘 받는 강의’를 골라 듣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로스쿨들도 변호사 시험 합격에 초점을 맞춘 학사행정을 펴고 있어 인문학 등 다양한 지식을 갖춘 법조인력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 로스쿨들이 변호사 시험 합격률에 집착하는 이유는 로스쿨 지명도와 5년마다 실시되는 로스쿨 재인가 때 예산·정원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행 변호사 시험은 매년 탈락자가 늘어나는 구조다. 2010년 법무부가 3회 변호사 시험까지 ‘정원(2000명) 대비 75% 이상’이라는 합격률을 정해 놓았지만, 합격자 수는 사실상 1500명 수준으로 고정돼 있다. 반면 지원자 수는 매년 누적되고 있어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계속 떨어지는 구조다. 변호사 시험 지원자 수는 1회 1698명, 2회 2095명에 이어 올해 2432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로스쿨 재학생들은 학사엄정화 완화를 줄곧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3회까지 학사엄정화를 조건으로 합격률을 협의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할 경우 당초의 약속을 뒤엎는 결과로 오히려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 학사관리엄정화에 관한 문제는 내년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서 또다시 안건으로 다루어질 예정지만 학사관리엄정화 완화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로스쿨생들은 학사관리엄정화를 완화하면서 동시에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높여달라는 모순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로스쿨의 교육과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엄정한 학사관리를 완화하자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특히 변호사시험 채점위원들의 말에 의하면 중하위권 합격자들의 성적은 처참할 정도란다. 억지로 합격을 시킬 정도로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학사관리엄정화 완화는 여론의 지지를 얻기 힘든 것은 물론 로스쿨에 대한 평가도 저하될 뿐이다.

로스쿨의 부실이 지적되고 있는 마당에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높여 달라는 주장만은 어느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엄연한 자격시험인 변호사시험에서 합격률을 미리 정해두는 것도 난센스다. 로스쿨 교과과정은 학생들이 변호사로서의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신뢰가 전제되고, 그 다음 변호사시험은 ‘완전자격시험화’로 운영되어야 한다. ‘학사관리엄정화 완화’ 지금은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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