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엄격한 상대평가, 로스쿨 화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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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엄격한 상대평가, 로스쿨 화근 부른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3.12.2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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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2009년 로스쿨 출범 이래, 일부 로스쿨 및 그 출신자들이 사진합성 사건, 화장실 몰카사건, 검사실 피의자 유사 성행위 사건, 텝스·토익 부정시험 주도사건 등 적지 않은 사건이 터져 그중 일부는 언론의 대서특필이 되기도 또 일부는 쉬쉬하며 뒤로 숨겨져 왔다. 로스쿨 재학생 6천여명, 졸업생 4천여명 등 출범 5년 이래 1만명이 로스쿨에 적을 두고 있는 터라, 사건사고가 생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법조인을 꿈꾸는 법학도 또는 예비법조인들이 숱하게 많을 진데, 이같은 사건은 비단 로스쿨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만도 아니라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이 분명하다. 전국 법과대에도 유사한 사건들이, 또 심지어 사법연수원에서도 적지 않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과 그 학생들만을 나무라기에는 사회 곳곳에 너무나도 많은 사건들이 터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회일반인들도 적절한 선에서의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고, 또 그러기 마련이다.

다만 다른 직역에 비해 언론과 사회에서 재는 잣대는, 법조인과 또 그것이 되고자 하는 법학도들은 분명 달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자그마한 사건도 도마에 오르곤 한다. 어쩔 수 없는 사회적 인식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만큼 일반인들의 기대심리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각별한 도덕성과 사회인식을 갖추어야 함에도 로스쿨발(發)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다가 지난해에는 결국 로스쿨 출신 검사의 검사실에서의 여성 피의자와의 유사성행위는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는 따가운 사회적 비난을 면치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일 전, 커도 너무 큰 사건이 이번에는 로스쿨 내에서 발생했다. ‘교육을 통한 우수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에 치명적, 씻을 수 없는 ‘교수실 PC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일 저녁 연세대 로스쿨생 최모씨는 4층 교수 연구실에 침입, 교수의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시험 문제를 빼내려다 적발됐고 급기야 500여 청년변호사연대에 의해 19일 검찰에 고발당하기에 이르렀다. 거의 최상위 성적을 내던 최씨는 금번 기말고사에서도 우수성적을 내기위한 과욕이 이같은 사건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쟁 사회에서 성적은 가장 공평하고 객관적인 잣대가 되는 만큼, 누구나 높은 점수를 얻고자 발버둥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어쩌면, 사회적 통제 밖에 있는 로스쿨 운영, 또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맞바꾼 엄격한 상대평가 제도가 빗어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선다. 일부에서는 “이미 예견된 것”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것” 등 시선이 꼽지 않는 우려들을 쏟아내고 있다. “교수님께 아부 떠는, 불성실한 이들이 더 좋은 성적을 얻는 경우가 무척 많다”며 “도저히 실력으로 따라가기에는 벅차다”면서 읍소하던 일부 로스쿨생들을, 기자는 익히 접해 본적 있다.

간헐적으로 지난 세월, 사법연수원에서는 공부에 몰입하느라 과로사 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했다. 이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역시 사법연수생들”이라며 객관적 시스템과 그들의 노력을 인정해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철저한 상대평가를 하려면 철두철미한 평가 잣대와 기준, 그리고 감시가 있어야 하지만 작금의 로스쿨의 상대평가제도는 의미없는 칼자루만 교수들에게 주어졌을 뿐, 그 상위의 감시·감독은 없다는 점이다. 또 학생들로서는 성적의 굴레에 묻혀 로스쿨 교육의 다양화나 특성화를 추구할 겨를도 없고 상호간에 견제와 반목만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여기서의 반목은 상대방의 성적을 그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도 포함된다. 그만큼 현 로스쿨 내 교육평가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꼴이다.

차라리 상대평가를 풀되,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안으로 보인다. 대신, 합격을 위해 죽자살자 공부하는 것은 학생의 몫이되, 그러한 공부가 정상적인 로스쿨 교육과 연계가 되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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