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우리는 무엇과 경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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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우리는 무엇과 경쟁하는가?
  • 법률저널
  • 승인 2013.12.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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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일요일 밤에 하는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코미디 부분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장수프로그램이다. 새로운 코너들이 개그콘서트 프로그램내부에서 경쟁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만들어준다. 코미디프로그램에서 개그콘서트의 장기집권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은 내부적인 경쟁을 통해서 새로운 개그맨과 코너를 소개하면서 지속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의 경쟁자는 무엇일까? 개그콘서트의 경쟁자는 월요일아침 출근시간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에 비추어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이 경쟁자가 되기 어려운 것은 꽤나 오래된 듯하다. 대신 이 프로그램은 일요일 밤 11시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다음 날인 월요일 출근시간과 경쟁한다. 한 코너를 더 볼수록 아침까지 잘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 케이블에서 방영중인 ‘응답하라 1994’는 같은 케이블드라마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지상파방송과 경쟁하지만 그보다는 지나간 1994년 과거의 청춘시절에 대한 회상을 통해서 현재시간과 경쟁하고 있다. 작은 소품들과 노래를 통해 과거를 불러내면서 많은 이들은 현재의 생활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잊고자 한다.

우리는 가끔 경쟁상대를 잘 못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위의 TV 프로그램들은 작은 사례에 불과하다. 생활 속 더 많은 곳에서 잘못된 경쟁이 벌어진다.

어떤 학생이 이런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사회주의국가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서...”이 말을 듣고 있으면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국가로 생각될 수 있다. 정치학을 공부하는 시간에 나온 말이기 때문에 바로 이 학생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게 되었다. “중국이 사회주의라고 불리는 근거가 무엇인가요? 그럼 중국이 아직도 국가가 자본을 집중하고 개인에게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고 있나요? 개인 재산의 확보가 보장되지 않나요?” 그러자 이 학생은 “중국은 공산당이 독재를 하고 있고 정치적 자유가 없기 때문에 사회주의로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라고 대답했다. 그때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도 사회주의와 경쟁하는 이념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구나를 배웠다.

이 학생의 에피소드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개념들이 얼마나 정의되지 않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다른 이와 언어를 사용해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개념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개념들 간에는 의미부여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것을 가지고 대화하지 않기 위해서 개념이 담고 있는 의미구조가 명확해야 하며 이것을 서로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식이 그 개념과 대조를 이루는 개념 쌍과 비교하는 것이다.

앞의 학생의 사례에서처럼 개념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개념의 경쟁이 되는 개념 즉 반대 개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의 예에서 사용된 사회주의의 반대개념은 자본주의이다. 한 국가가 사회주의인지 자본주의를 지향하는지는 자본의 소유여부를 가지고 나눈다. 반면에 위의 학생이 대답했던 것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고 공동체의 운영에 대해 자기 결정의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민주주의를 의미한 것이다. 이 학생이 말하고자 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비한 개념으로 독재였다. 권위주의나 전제주의와 같은 독재구조는 정치공동체의 운영을 다수가 결정함으로서 인민의 통치를 목표로 한 민주주의에 반해서 소수에 의해서 정치적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 개인들이 독자적인 삶의 단위로 인정되며 그들의 독자성에 기반을 둔 결정을 존중해주는 자유를 허용하는지에 따라 구분하는 것은 자유주의와 전체주의이다. 따라서 과거 미국이 소련을 전체주의라고 비난한 것은 자유가 없다는 의미로 공동체를 위해서 개인을 무시한다는 것이었다.

개념을 기억할 때 경쟁하는 개념들과 연결하면 개념 간 차이가 명확해진다. 이를 통해서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 북한 문제를 다룰 때 자유가 없다는 측면에서는 ‘전체주의’를, 민주주의의 인민의 자기 결정권이 없다는 측면에서는 ‘독재’를,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주의’를 들어 분석할 수 있다. 물론 가부장적종교국가가 북한의 실체를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내주지만 분석적으로는 위의 개념들을 사용할 수 있다.

무엇과 경쟁하는가는 현실정치에서도 중요하다. 정치적인 이슈가 제기될 때 다른 이슈를 터뜨려서 속된 표현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 역시 무엇과 경쟁하는가의 문제이다. 이른바 음모이론에 기반을 둔 해석들은 발표된 것들의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실체를 보자는 하나의 해석들이다. 실제로 이 이슈가 경쟁하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를 드러냄으로서 미디어가 말하고자 하는 현안의 또 다른 면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음모이론이 음모이론으로 치부되어버리는 것은 이것을 객관적으로 검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몇 주 동안 한국사회를 다시 흔들었던 몇 가지 이슈를 생각해보자. 먼저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고 미국은 바로 다음 날 중국이 선포한 식별구역 안에서 B-52 폭격기를 가지고 무력시위를 했다. 국내여론이 강해지자 한국정부는 한국의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물론 미국의 부통령이 방한을 했고 방한을 기회로 하여 미국과의 교감을 대내외에 알리면서 국방부대변인을 통해서 방공구역을 새롭게 발표했다. 이어도를 식별구역안에 포함시켰고 빠른 시간 안에 대처함으로서 방공식별구역이 가지는 민족주의정서 확대를 예방하는데 일정 정도 성공한 듯하다. 다행히 뒤이어 일본과 중국의 거친 저항이 나오지 않아서 반일감정이나 반중감정을 크게 자극하지 않았다.

다른 주제도 대한민국사회에 일순간 충격을 전해주었다. 북한권력의 2인자로 지목되었던 장성택이 숙청당했다는 것이다. 장성택이 왜 숙청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 정보들이 나오고 있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최근 북한 방송을 보았을 때 확실히 장성택이 권좌에서 추방되었다는 것이다. 장성택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 비자금의 문제를 두고 김정은과 갈등한 면이거나 여자문제로 인한 교육적 차원이 되었든 아니면 북한 내 신진세력들이 치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권력경쟁을 벌리는 것이 되었든 북한 내에 권력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장성택과 관련해서 이를 발표한 기관이 국정원이다. 그 뒤에 언론 보도를 통해서 장성택과 관련된 뉴스들이 여러 출처를 거쳐서 나오고 있다. 한 번 물꼬를 트고 나자 다양한 뉴스들이 중국과 일본 등을 거쳐서도 나오고 있고 발표되고 있다. 정보접근이 어려워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기반을 두어 판단하기 어려운 북한이라는 상황에 근거해서 볼 때 앞으로 더 많은 정보들이 흘러나올 것이고 출처가 불확실하고 신빙성이 낮은 스캔들식 이야기도 재가공될 것이다.

방공식별구역이라는 주제나 장성택의 몰락과 후폭풍이라는 주제나 모두 현재 대한민국에 중요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주제들이 처리되는 과정이나 확대되는 과정들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들 중에 이 이슈에만 좀 더 관심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가져오는 것 역시 틀림없다. 진보와 보수가 날 선 대립을 하고 있는 현 한국정치상황에서 음모론이 되었든 ‘관심전환가설’이 되었든 중국문제와 북한문제는 서로 다른 해석들을 하게 되어있다. 서로가 이 주제를 가지고 싸우고자 하는 경쟁사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정치적인 문제들을 잠재우고 관심을 돌리기 위해 중국과의 갈등을 만들었거나 북한의 급변하는 권력경쟁과 그 후폭풍을 만들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국정원의 선거개입 문제를 너무나 오랫동안 방치한데서 생겨난 정치적 갈등이 이러한 안보문제를 국내정치문제로 인식할 수 있게 빌미를 제공한 것에 현 정부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리더십이란 풀기 어려운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을 칼로 베어내는 것과 같은 결단력을 필요로 한다. 결단력만이 현 시점에서 우리가 무엇과 경쟁하는지를 명확히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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