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26 / 공공의 불편한(?) 해명
상태바
감정평가 산책 26 / 공공의 불편한(?) 해명
  • 법률저널
  • 승인 2013.11.07 2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스라엘인들은 가장 존경하는 국가지도자로 모세를 지목한다. 이스라엘 국가의 유일신에 대한 신앙의 영역이 개입돼 있긴 해도 구약성경에서 등장하는 모세는 꽤나 매력적인 리더다. 아직 국가형태를 채 갖추지 못한 한 민족을 근 40년 광야에서 달래며(?)끌고 다녔으니 말이다. 모세와 관련된 여러 일화 중 그의 권위에 도전하는 유력자와의 대결장면은 외부에서 느끼지 못하는 공동체의 내부 알력을 잘 드러내 준다. ‘고라’란 인물이 유력자 250명을 동원해 모세를 끌어 내리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유일신이 모세의 손을 들어줌으로 대풍이 될뻔한 사건이 찻잔 속 미풍으로 그친 이야기다. 내부 구성원만 200만 명에 달하는 공동체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지도하는 자와 지도받는 자 간 미묘한 긴장관계는 잊을만하면 전면으로 툭 뛰어나오는 사건, 사고의 불씨다.

 

민간사업자와 공공기관은 애증관계로 정의할 수 있다. 공공이 일터를 구획해 주고 먹거리를 제공해 주는 건 분명하다. 공공이 버텨주지 않으면 민간은 당장 밥그릇을 놓아야 할 지 모른다. 한편 맘대로 먹고 싶은데 양껏 취하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것도 공공의 입김이다. 관리감독자의 권한으로 파이를 잘게 나눠 여럿이 먹을 수 있도록 분배해 주기도 하고 탐욕만을 좇는 민간사업자가 감당 못할 뒤탈을 겪지 않도록 엄히 경계하기도 한다. 민간 감정평가업계와 국토교통부는 수 십 년 째 이런 관계였는데, 요즘은 한국감정원이 국토교통부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자리에 앉으려고 한다.

 

국정감사에서 기업은행이 부동산 담보평가를 부당하게 위탁해 왔다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다. 민간 평가법인 모두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니 불편한 측은 기업은행의 담보평가 몰아주기 수혜자인 한국감정원이다. 기업은행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해 보니 평가 대상의 87%가 한국감정원에 할당됐다. 은행의 내규에 자산 가치 10억 원 초과 부동산은 한국감정원에 담보 평가를 위탁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에 따랐다는 은행 측의 해명이 있었다. 그렇다고 민간 평가기관의 참여가 전적으로 봉쇄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자산 가치 10억 원 이하는 민간 평가법인에 위탁했고 위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내용은 익히 알고 있어 달리 새로울 건 없었는데 국정감사 대상인 기업은행이 ‘내규’를 빌미로 이런 관행을 지속해 왔다는 설명 외에 말도 안 되는 억지논리를 개진한 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일감 몰아주기로 200억 원 가까운 감정평가 수수료를 한국감정원이 독식한 것도 역시 알려진 사실이다. 한 국회의원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경제 활성화에 부응해야 할 기업은행이 오히려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것은 부적절한 행태’라고 지적하고 ‘최소한 공개 입찰을 하는 등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규를 개선할 것’을 주문한 것도 어제 오늘 듣는 얘기는 아니다. 거대한 몸집을 줄이지 않고 자연퇴사자를 통해 최소한의 인원 감축을 노리는 한국감정원 입장에서는 기업은행 같은 우량한 고객이 쥐어주는 고정적 수입이 없다면 그야말로 난감할 것이다. 한국감정원의 소득 보전 차원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게 그 내막임을 민간에서는 훤히 알고 있는데, 질의한 국회의원이 업계 사정에 어둡다고 그럴싸한 변명을 둘러댄 것이다.

 

‘여신자산의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공신력이 있는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에 위탁했다.’ 기업은행이 내민 궁색한 변명이 이렇다. 기업은행은 대부분 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예금해야 중소기업이 든든히 서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고  공중파를 통해 광고하는 건 공감된다. 설비구입대금이니 운영자금이니 자금줄이 빡빡한 건 대기업보다야 중소기업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알 만한 사람 입장에서는 누가 평가해도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자산건정성은 현재보다 크게 악화되지도 개선되지도 않는다. 중소기업의 담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계·기구는 수 년 경과하면 취득가격의 절반 이하로 가치가 하락해 자산 담보력이 크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매 분기 수 백 억에서 수 천 억의 부실자산을 담보부채권 형태로 매각해 부실이 눈에 띄지 않지만 한국감정원이 평가한 87% 물건 중에는 실제로 수많은 부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간 거래관계여서 거래가 편하고, 단일창구라서 업무 신속성도 보장할 수 있고,  평가의 질도 민간법인에 비해 나쁘지 않아 한국감정원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사실대로 해명했다면 담당자는 분명 징계권고와 시정명령을 벗어나긴 힘들었을 것이다. 그간 한국감정원이 우월적 위치 점유를 위해 탁월한 전략을 구사한 건 백번 이해해도 시중은행에서 그들과 보조를 맞춰 사실을 왜곡하는 건 콕 짚어주고 싶다. 그들의 해명만 들어서는 한국감정원이 아닌 민간 평가법인에 감정평가를 맡기면 부실이 양산되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한눈에 보는 감정평가


출판사 : 도서출판 은교
저  자 : 이용훈
가  격 : 18,000 원

 

 

본 서적은 우선적으로 자산의 가치를 추계하는 원리를 이해하려는 입문자를 대상으로 한다. 나아가 금융권 여신담당자와 한국토지주택공사·에스에이치 등의 공기업 개발부서 직원, 지자체 공무원 그리고 일반기업체 자산관리담당자 및 부동산투자회사, 신탁회사, 시행사 관계자 모두를 독자로 한다. 생소한 영역에 대한 입문자의 접근 편의성을 위해서나 해당 분야 내용을 짧은 시간 들춰보기 원하는 실무자의 가독성을 위해서 감정평가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도식화시키는 통 큰 작업을 시도했다. 탐독해 보면 평가 관련 규정부터 실무 처리 사항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그야말로 ‘한눈에 들어오는 감정평가’ 서적이라는 인상이 확연할 것이다.

 

유관기관 업무 담당자에게는 유용한 실무 지침서인 동시에 감정평가업무가 생소한 입문자에게는 감정평가 개론서 역할을 해 내며, 기초적인 지식부터 현장의 문제까지 다 아우르는 방대한 감정평가 분야의 Bible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