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25 / 상식과 전문성 사이
상태바
감정평가 산책 25 / 상식과 전문성 사이
  • 법률저널
  • 승인 2013.11.01 1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절 때마다 제수용품 흥정이 한창인 전통시장, 갓 입고된 신선한 수산물이 경락되는 수협공판장, 바둑판 모양으로 늘어선 손 때 묻은 자동차가 새 주인을 찾아가는 중고차매매단지. 이들의 공통점은 열띤 다수의 매도, 매수자 간 쉼 없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끌벅적한 장소라는 점이다. 그 해 농산물 작황은 흉·풍작 사이 어디쯤엔가 있을 것이다. 만선(滿船)과 공선(空船)사이에서 어민의 함박웃음과 시름은 제 주소를 찾아간다. 봇물 터지는 신차출시 소식은 중고차 매물 호가를 때맞춰 등락시킨다. 어쨌든 이런저런 연유로 이들 시세가 부침을 겪는 중에도 옆 집 아저씨나 슈퍼 아줌마에게 주워들은 값싼 정보 덕택에 쌈짓돈을 낭비하는 일은 흔치 않다. 간혹 눈치만 빨라도 한두 푼 더 깎는 소소한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빤히 잘 아는 물건, 쉽게 가격 비교가 가능한 열린 시장, 누구나 거래 경험을 가졌을 법한 이 평범한 거래를 위해 딱히 흥정에 임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는 게 우리의 구미를 확 끌지 못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정이 딴판인 곳도 있다. 가동을 멈춘 공장을 매물로 내놓은 경영자의 마음은 ‘얼마에 받을 수 있으려나’ 가슴이 타 들어간다. 매년 하반기면 단독주택 세대에 통지되는 주택공시가격은 재산세를 산정하는 기초자료건만 제대로 책정된 건지 집 주인은 영 판단이 안 선다. 도시형생활주택 신축을 희망하는 앞 땅 주인이 웃돈 얹어 뒤에 연이어 붙어 있는 내 땅을 사겠다고 할 때 잘 쳐주겠다는 금액이 정말 ‘잘 쳐 준 건지’ 아리송하다. 여신담당자들 역시 아파트예정부지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실행이 무리 없는지 판단이 안서기는 매한가지다. 경매로 싸게 농경지를 하나 장만하려는 소심한 우리네 부모님들은 한 번 더 유찰을 기다리며 숨 고를지 이번에는 입찰에 들어가 과감하게 잡아야 하는지 결단하는데 애를 먹는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이런 애로사항은 공장, 주택, 토지, 사업예정부지의 가치를 어림짐작으로는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제수용품, 수산물, 중고차와 달리 부동산의 복잡다단한 요소는 자산의 가치가 추계되는 근본적 원리를 습득해야 할 것을 요구한다. 임대료 수익을 가치로 환산하고, 거래된 사례에 비춰 내 부동산의 몸값을 달아보거나, 신규 조성하는 데 투입될 비용과 분양수입예상액을 추산해 개발 잠재력이 있는 토지의 매력을 따져보는 능력은 단언컨대 흥정의 영역 수준이 아니다.

 

요즘은 준(準)전문가로 불리는 일반인이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시대이지 않은가. 소설가 이태준은 ‘문장강화’에서 글은 말과 달리 잘 쓰기 위해 연습하고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역으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을 통해 전문작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올라설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5년에 한 번, 10년에 한두 번 경험하는 일을 대비해 무언가 관심을 기울이고 배울 필요까지는 없다. 그렇지만 보증금을 줄이면 월세가 얼마나 오르게 되고, 여타 아파트에 비해 내 아파트의 전세금이 매매가격 대비 적정한 선인지 정도를 파악하는 일은 늘 우리에게 닥치는 일이고 경험해야 할 일이다.

 

요즘 뜨고 있는 상권이 어딘지, 약보합세인 주택 시장에서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아파트가 어떤 브랜드인지까지는 차치하고 자산의 가치를 어떤 식으로 추계해 볼 수 있는지 그 기본적인 원리는 한 번 접해봄직 하다. 필자가 여러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업(業)을 영위해서가 아니다. 열에 아홉은 1년 못 버티고 문 닫는 자영업에 도전하느라 퇴직자금을 몽땅 쏟아 붓는 은퇴세대의 안타까운 사연이 첩첩 쌓이다 보니 이제는 ‘재무 설계’ 강의가 예비은퇴자를 위한 필수코스가 돼 버리지 않았던가. 자동차 보험이 갱신될 때마다 자차 보험료 산정의 기초가 되는 차량 가격이 매년 동일하게 줄지 않고 있는 점을 눈여겨보는 눈썰미라면 감정평가에 대한 기초지식을 접해 보길 추천한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