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로스쿨에 부는 칼바람, 졸업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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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로스쿨에 부는 칼바람, 졸업사정!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3.11.15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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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로스쿨은 40여일 앞으로 다가 온 제3회 변호사시험을 대비해, 일찌감치 졸업사정을 마쳤다. 지난해에는 10명 조금 못 미치는 인원을 졸시를 통해 걸렀지만 올해는 이보다 2명 더 적은 인원을 탈락시켰다. 지난해 졸업생들보다 전반적으로 실력도 좋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올해는 졸업사정을 두고 논란도 퍽 줄어들었다. 3회에 걸쳐 치러진 로스쿨협의회 주관 전국모의시험의 성적을 각 20%, 30%, 50%로 반영했고 이를 통한 결과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반면 B로스쿨 등 상당수 대학들은 졸업사정을 진행 중이고 또 일부 로스쿨은 모의고사와는 별도의 자체 졸업시험을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어떤 결과를 내야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되고 있다. 한 교수는 “3기 졸업예정자들의 실력이 1, 2기 때 보다 전반적으로 저조해 걱정”이라며 “그렇다고 대거 탈락시킬 수도 없고, 대다수 졸업시키자니 변호사시험 탈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가 담긴 속내를 전했다.

한편, 학생들은 그들대로 또 다른 속내를 갖고 있다. C로스쿨의 한 졸업예정자는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실력면에서 상대적으로 역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변호사시험 응시자체를 못하게 졸업사정에서 탈락시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조마조마한 심정을 전했다. D로스쿨의 한 관계자는 “졸업을 시키자니 실력은 부족해 보이고 또 탈락시키자니 이들의 앞길에 족쇄를 채우는 것 같고…”라며 “매년 반복되는 딜레마지만 사실 잔인한 현실”이라며 피곤한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해보다 졸업사정이 한층 강화되면서 전국적으로 졸업탈락자가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는 전망이 로스쿨측이나 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여부에 따라 울고 웃어야 하는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로스쿨 인가 및 운영을 위해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한 대학으로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우수’라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간의 합격률 경쟁률에서 이겨야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다음으로는 전체 응시자 대비 전체 합격률도 올려야 한다는 공통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응시자라는 분모를 줄여 합격인원이라는 분자를 늘려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전국 25개 로스쿨은 ‘정원(2,000명) 대비 75%이상’이라는 합격률을 담보받기 위해 2010년 12월 엄격한 상대평가 학사관리 등 학사엄정화 방안을 제시했고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학생들의 실력을 학점상대평가 및 유급·졸업사정 등을 통해 담보할 테니 대신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여달라는 취지였고 이를 법무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로스쿨은 대학원이라는 석사과정에 해당하는 만큼,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졸업을 시키지 않는 것은 원칙적으로 지극히 당연하지만 법무부와 변호사시험 합격률 등 이해관계가 엮인 후부터 로스쿨의 자율은 사라진 셈이다. 법무부 눈치 보랴, 대학재단 눈치 보랴, 학생들 눈치 보랴, 순수성을 잃은 지 오래된 느낌이다.

모두가 적절한 실력을 유지한 것으로 학자적 양심으로 인정해 대다수 로스쿨들이 대다수 인원을 내보내자니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떨어질 것이고, 애써 내 보내지 않으려니 학생은 울고…, 학자적 양심은 갈등에 휩쓸릴 수밖에 형국이 아닌가 싶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원이 로스쿨을 졸업할 수 없어 변호사시험의 분모가 줄어들지, 아니면 분모가 더 늘어나 합격률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지, 애가 타기는 교수나 학생이나 매 한가지로 가슴을 조여야만 하는 현실이다.

확실한 것은 합격률 여하를 떠나, 실력이 인정되면 졸업시킬 것이며 그렇지 못하다면 졸업을 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학자적 양심에 온당할 것이다. 그래야만 학생들로서도 ‘칼바람’이 아닌 ‘정당한 사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한 이에 대한 일부 학생들의 반발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여하튼, 현재의 시스템은 무엇인가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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