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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사법개혁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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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사법개혁 이제부터다
  • 성낙인
  • 승인 2003.08.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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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법대교수·법학박사

입법 행정 사법의 권력분립은 헌법상 국가조직의 기본원리다. 그중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입법부의 성원인 국회의원은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는 그 특성상 선거에 의한 구성이 어렵다. 그 때문에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과 국회가 최고법원 구성에 개입하고 있다.


대법관 제청파문 '변화'의 기회로

대법원장은 13인의 대법관과 3인의 헌법재판관을 제청할 수 있지만, 헌법상으로는 제청권자일 뿐이다. 임명동의권은 국회에 있으며,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법원장은 국회와 대통령이 납득할 후보자를 제청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렇지만 역대 대법원장은 이 권한을 다분히 자의적으로 행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사법부도 이제 시대의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관료화하고 노쇠한 사법부는 '국민의 사법부'로 자리 잡기 어렵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추천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변화의 첫걸음이었다. 그러나 이번 자문위원회는 대법원장이 제시한 3인의 후보자만을 대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한계선'을 그음으로써 일부 위원들이 사퇴하는 파행을 자초했다. 위원회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후보자를 추천하자는 제도의 취지가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이 일부 법관들의 반발에 이어 '전국 판사와의 대화'까지 열지 않을 수 없게 된 현 사태의 배경이다. 제도는 마련했지만 이를 형식적 기구로 전락시킨 대법원장의 책임이 크다.

판사와의 대화에서 대법원장이 제시한 후보자를 수용키로 의견을 모음으로써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이번에 제기된 비판을 수용하기보다는 헌법재판관 지명 때 참작하겠다는 방식으로 우회하는 등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진정한 사법부 개혁을 위한 방안을 차분하게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대법관후보자 추천 문제가 진보와 보수라는 편 가르기 식의 잣대로 재단되는 것도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 등 사회 전체가 분열돼 있는 마당에 법이념에 기초해 법적 안정성을 추구해야 할 사법부까지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최고법원의 구성에 있어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할 수는 없다. 지금처럼 20대부터 시작해 평생 법관생활을 한 50대 후반의 법원장급 인사만이 대법관이 되는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최고법원의 재판에 사회의 다원화된 목소리를 반영하기는 어렵다.

최고법원의 다원성은 그 구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변호사 법학교수뿐 아니라 국제화시대에 부응해 국제법 전문의 외교관까지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최고사법기관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체제에서는 각기 그 기능을 전문화, 특성화하는 작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다원화-전문화로 신뢰 회복해야

헌법재판소는 국회 정부 법원과 같은 국가권력기관에 대한 헌법적 통제기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반면 대법원은 국민의 구체적 쟁송사건에서 최종 최후의 권리보장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삼세판'이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법감정은 재판도 지방-고등-대법원의 3심제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법관들이 1인당 월 120건 이상 사건처리 부담을 지는 상황에서는 그 구성이 아무리 다원화돼도 재판의 질적 향상을 기할 수 없다.

대법원 구조의 전면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종심인 상고심이 내실화, 실질화돼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자유 평등 정의는 대법원 청사 푯말용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법서비스의 기본지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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