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22 / 도시재생활성화와 감정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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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22 / 도시재생활성화와 감정평가
  • 법률저널
  • 승인 2013.10.1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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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체는 간혹 손실을 보면서도 생산라인을 멈추지 못할 때가 있다. 기껏 만들어봐야 원가도 건지지 못하지만 조업을 중단하면 더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을 때다. 최소한 제품의 판매수입으로 고정적 비용은 충당할 수 있으면 사업체 청산을 고려하지 않는 이상 눈물을 머금고 라인을 돌리게 된다. 이보다 더 안타까운 상황이 우리 주변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탈피해 쾌적한 새 아파트에 산다는 꿈에 부풀어 재개발사업에 출자했는데 아파트에 입주할 시기가 될수록 투자한 원금이 줄어든 상황.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생산라인이야 멈추면 되지만, 살던 집은 이미 철거해 한 무더기의 폐기물로 전락해 버려 유턴은 엄두조차 못 낸다. 지도상에 빨간 점선으로 테두리를 두른 뉴타운, 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 지구에서 현재 벌어지는 일이다.

 

지난 1일 건설회관에서 한국감정평가협회와 한국부동산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감정평가사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6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변화되는 도시재생사업을 활성화시키고 이에 따른 감정평가사의 역할을 돌아보자는 논의였다. 3개의 주제 발표 중 ‘주거정비사업의 문제점과 감정평가업계 기여방안’,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감정평가업계 참여방안’으로 발표된 2,3주제는 많은 감정평가사들이 정비 사업을 해 오면서 꾸준히 고민해 왔던 순도 높은 핵심 테마였다. 주제 발표를 다 들어보니 도시재생활성화를 위해 감정평가사가 새로이 기여할 방향을 찾아야 된다기보다 원활한 정비 사업을 위해 개선해야 할 대목을 감정평가사 입장에서 요목조목 짚어주는 느낌이었다.

 

 ‘주거정비사업의 문제점과 감정평가업계 기여방안’ 주제발표에서는 국공유지평가와 종전자산 평가의 불균형 문제가 제기됐다. 사업구역 내에는 정비된 도로, 골목길 도로가 산재한다. 정비된 도로는 도시계획시설도로로 국가나 지자체 소유이고 골목길 도로는 사유지로 골목 안 주택지로 진입하는 틈새 길로 대개 이용된다. 형평성에 대한 질타는 양자의 몸값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전자는 도로로서의 용도가 폐지되는 것을 전제로 매각 평가액을 정하고 후자는 현황대로 평가한다. 용도폐지 전제라 함은 ‘도로’의 신분을 ‘주거용 나지(*)’로 승격시켜 대우한다는 것이다. 반면 개인 소유의 도로는 이런 혜택을 부여받지 못한다. 토지의 소유권 주체에 따라 몸값을 달리 평가하도록 하는 규정이 온당하지 않을뿐더러 몸값 격차가 작게는 2배, 많게는 3배 가까이 벌어지는 점을 설명할 논리적 근거가 박약하다. 누차 지적받아 온 문제지만 법률 개정 없이는 해결이 요원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감정평가업계 참여방안’ 주제발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진행할 때 합리적인 분담금 산정 방법을 다뤘다. 기존 리모델링 사업에서는 전체 사업비용을 늘어나는 연면적에 비례해 각 세대별로 분담시켰다. 그러나 각 세대별로 단위면적당 가치가 달라 면적을 기준한 분담금 배분이 불합리할 수 있다. 단적으로 같은 동 101호와 501호의 바닥 면적이 리모델링으로 각각 10㎡ 증가하면 같은 분담금을 내게 되지만 리모델링 전후의 가치 상승분은 차이난다. 공동주택은 층별, 위치별로 단가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폐단을 해소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통해 각 세대별로 리모델링 전,후의 가치를 평가하고 ‘리모델링 후 가치/(리모델링 전 가치+분담금)’이 동일하도록 분담금을 배분하는 방안이 소개된 것이다. 산식은 각 세대별 투자수익률이 균등하도록 해 결국 수익-비용의 대응이 이뤄지도록 설계되었다.

 

10년 간 작은 성가대의 지휘를 맡으면서 소리를 조율하고 음색을 맞추는 일이 여간 쉽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 하물며 여러 이해당사자가 개입되는 도시재생사업이야말로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의 실타래를 큰 갈등 없이 풀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 중심에는 비용분담과 편익분배의 형평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감정평가사는 4성부 곡의 베이스 혹은 알토와 같은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 안정감을 주는 베이스파트, 화성의 유려함을 느끼게 해 주는 알토파트같이 전면에 등장하는 소프라노, 테너를 빛나게 해 주는 은은한 위치가 매력적이다. 갈등의 조정자 내지 예방자의 호칭은 감정평가사에게 이 사회가 주는 최고의 영예가 아니겠는가!     

  
(*)주거용 나지 :  그 토지에 건축물이 없거나 일시적으로 타 용도로 이용되고 있으나 주변의 토지이용상황이 주택지대로서 가까운 장래에 주택용지로 이용,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토지

이용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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