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신자유주의와 한국정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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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신자유주의와 한국정치 (1)
  • 법률저널
  • 승인 2013.10.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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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최근 신자유주의가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했는데 10억을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가지는 것이 정의롭게 사는 것 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선택을 했다고 한다. 우리사회에 넘쳐나는 경영서나 10억 만들기 프로젝트나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서 갑작스런 스타의 반열에 올라가서 인생역전을 꾀하려는 사안들은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시장과 시장의 중심논리인 자본주의가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크게는 양극화의 사회적 이슈를 만드는 것이나 교육에 올인하는 것도 역시 시장적 질서에서 낙오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넘어서 시장이 강요하는 질서를 따르려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시장질서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극성을 부리면서 공공성과 공익을 추구하려는 정치적 공간이 축소된다는 데 있다. 사적이익을 극대화하며 도덕과 윤리를 거부하면서까지 자신의 소득을 극대화하려는 이러한 이기적 행동들은 국가라고 하는 정치공동체의 공동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에토스를 파괴한다. 사회를 위한 약간의 희생과 공유된 가치를 향유하려는 노력이나 공감(Sympathy)나 박애정신(fraternity)가 약화되면서 사회를 부드럽게 작동시키려는 사회적 윤활유는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시장논리가 정치공동체가 어떤 방향과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공론의 공간을 장악함으로서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노력과 정화장치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간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1. 국가와 시장의 역사적 관계

  

신자유주의를 다루는 것은 정치학범주에서 정치경제학의 영역이다. 먼저 정치경제학의 기본논리와 이론적 흐름을 살펴본다. 정치경제학에서 첫 번째 고려될 것은 국내정치경제이다. 국내정치경제에서 행위주체는 시장과 국가의 관계가 주를 이룬다. 그러다가 최근에 시민사회의 성장에 힘입어 시민사회가 하나의 행위자로서 시장과 국가에 대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가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시민운동을 통한 소액주주의 권리를 찾아주면서 시장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나 사회적기업과 같이 시민사회가 경제활동에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나 담론이나 이슈를 설정함으로서 국가의 경제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여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정치경제학은 시장과 국가 간의 관계를 다룬다. 시장은 자본주의를 운영하고 자본주의의 철학적 기조인 자유주의의 가장 중심적 주체이다. 시장은 자유를 확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사적자유를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이다. 존 로크에 의해서 사적 소유권이 중요한 자유의 근원이자 사회계약을 통한 국가 운영의 원리가 된 뒤에 아담 스미스와 같은 이론가들에 의해서 시장은 국가의 개입배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면서 시장의 자유가 강조되었다. 시장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이 효율적인 생산과 효율적인 소비가 보장되는 공간으로서 외부의 개입과 간섭을 배제하면 경제행위자들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정치의 공간은 자유라는 가치보다는 분배적 정의가 중요하게 되었다. 분배적 정의는 어떻게 평등하게 자원과 가치과 부담을 분배하는가를 중요하게 강조하게 된다. 따라서 국가는 정치공동체 구성원들의 의지와 능력과 기여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정도의 분배의 형평성을 달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분배문제를 설정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국가라고 하는 제도의 권력이 중요해진다. 국가는 정치공동체 구성원들에 의해서 구성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국가운영자가 결정되며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이 권위를 보장해주면서 다른 한편 공동체의 공공성을 달성하기 위해 권력사용이 일임되어 있다. 따라서 이렇게 구성된 국가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게 되고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정도의 평등을 향유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이렇게 국가가 개입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이라는 것과 시장을 대표로 확보하고자 하는 자유라고 하는 사익이라는 것 사이에는 긴장이 만들어지게 된다. 재산획득과 부의 확보는 사적 자유를 통해서 확보하게 되는데 이렇게 형성된 재산과 부를 정치공동체 운영을 위해서 어느 정도 희생하게 하는지 혹은 사회에 어느 정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긴장이 있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에 의해서만 재산형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가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기여가 어느 정도인지를 합의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한 사회에서 엄청난 부를 확보했을 때 그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 개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일부 사회적인 기여 즉 이 사람이 재산을 형성하게 할 수 있는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나 노동자들의 노동의 몫이나 국가의 안전보장이라는 공공재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 확보한 재산의 일정 몫에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라고 할 수 없는 사회적인 몫이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설정하고 설득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자유주의자들과 민주주의자들은 갈등하는 것이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한 개인에서 소득세를 거두고 재산의 이전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와 같은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기업에게는 얼마의 비율로 기업에게 세금을 거둘 것인지로 나타난다.
  

이렇게 사적자유와 공적인 공익사이의 긴장은 시장자유와 국가의 개입이하는 제도간의 관계로 나타난다. 그리고 양 제도 사이에 누가 더 주도적이 될 것인가와 자유를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가는 각 사회마다 그리고 시기마다 어떤 경제상황이었는지 어떤 세력이 더 설득력 있는 논리를 구축하였는지에 달려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시장과 국가의 관계는 중상주의이론을 통해서 국가우월적 논리에서 출발하였다. 초기의 중상주의는 국가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군대의 육성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 국가는 부를 확보해야 했다. 부의 확보를 위해서 절대주의 시절에 국가는 부의 획득이  금과 은과 같은 재화를 모으는 데 있다고 보고 제국을 경영하여 식민지로부터 이러한 재화를 강탈하여 축적하는 것을 정책으로 삼았다. 그러나 유럽의 자유주의자들이 등장하면서 부의 축적을 국왕과 귀족 중심의 제한적인 방식에 의해 운영할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기회를 부여함으로서 더 효율적인 부의 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는 논리가 구축되었다. 대표적으로 아담 스미스와 같은 이들은 새로운 사회계층으로서 부르주아층의 입장을 반영하여 지대(rent)를 점철된 국왕과 귀족간의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고자 했다.    
  

영국은 자유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우세하여 자유주의중심의 정책을 펼쳤고 국제무역에서도 자유무역론이 우세하게 되었다. 절대우위론과 상대우위론을 근거로 하여 어떤 경우에서 자유무역을 통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것은 당시 영국이라는 나라가 산업화에 가장 선봉에 있었기 때문에 상품무역 등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었던 상황과 연관된다.
  

반면에 신흥국가인 독일에서는 자유주의에 기반한 자유무역을 통해서 경제적인 부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국가의 경제력의 확보는 자유무역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교역을 줄이고 자국의 상품을 생산 하여 산업을 성장시키는데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이론을 가장 잘 뒷받침 한 것이 독일에서는 리스트(Friedrich List)였고 미국에서는 알렉산더 해밀턴이었다. 미국에서는 해밀턴이 유치산업을 보호하여 미국 산업을 성장시키자고 했다. 독일의 리스트는 국가의 산업생산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국가의 산업생산력 특히 공업 분야에서 생산력을 증대하기 위해 국가의 의도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이를 위해 국가는 보호무역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중상주의적 입장을 경제국가주의(economic nationalism)이라고 한다. 최근에 중상주의는 신중상주의라고 하여 20세기 후반이후 전략적 무역이나 수출자율규제와 같은 형태 혹은 ‘금융중상주의’처럼 경상수지흑자를 통한 막대한 외환자금으로 시장에 개입하여 자국의 화폐를 평가절하함으로서 자국 상품의 수출을 촉진하거나 유동성을 증대하여 낮은 금리로 자국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중상주의정책이 사용되기도 한다.
  

다음 시간에는 시장 실패와 국가 실패에 관한 논의와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소개하고 이것이 가지는 정치적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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