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서평 : 아리스토텔레스의『아테네의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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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서평 : 아리스토텔레스의『아테네의 헌법』
  • 법률저널
  • 승인 2013.09.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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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정치제도를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과연 2500년 전의 아테네는 어떤 정치구조를 띄고 있었기에 우리는 아테네를 직접민주주의의 이상향으로 여기는가 하는 점이다. 또한 이런 질문은 곧바로 아테네의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는 과연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 졌을까 하는 질문을 이끌어낸다. 상식을 동원해서 가장 우호적으로 상상한다고 해도 과연 과거의 정치체제에서 평등성을 향유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수수께끼는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능력이 다르고 신분제도가 그 능력을 고정화 시키고 세습관계 속에서 사회질서를 만들어가고 부의 분배 문제와 폭력의 향유 등의 조건을 고려하고 당시 사회구조가 초기 국가의 모습과 흡사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시점이라는 요소를 고려한다면 과연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정책을 결정하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그것도 직접적인 형태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겨진다.
    

하지만 정치학서적들은 아테네의 정치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는지를 간단히 약술하면서 직접민주주의를 대체로 다른 정치체제와 어떻게 구별 짓게 되는지 혹은 어떤 특성이 그런 차이를 가져오는지를 설명해준다. 이런 설명은 민주주의를 여러 유형으로 구분지어서 민주주의의 정태적인 특성을 이해하게 해주는 데는 큰 도움을 준다. 어떤 특성이 아테네 민주주의의 핵심이며 그것은 이후 정치체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고려하게 하면서 그 곳으로부터 발전 혹은 역행하는 민주주의의 특성을 골라내는 것은 현대 민주주의를 어떻게 제도화하고 특징을 잡아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데 큰 기여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아도 아리스토텔레스의 23권에 있는 『아테네의 헌법』은 대단히 의미있는 책이다. 실제 그리스 시대의 위대한 저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그가 살던 당시의 아테네의 헌법구조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매우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의 구성이나 일반적인 관직의 구성문제 그리고 재판정의 구성과 배심원의 구성방식에 이르기까지 어떤 방식으로 아테네인들은 권력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는지를 우리에게 생생히 제시해준다. 생소한 용어들과 인명으로 인해 읽어내는 것이 녹녹하지는 않지만 그의 저작 후반부에 기술되어 있는 제도들에 선거 혹은 추첨 혹은 거수 방식 등의 관리 선출방식은 당시 아테네인들이 무엇을 고민했고 그래서 어떤 결과가 만들어졌는지를 우리에게 비교적 명확히 제시해준다. 또한 그 많은 공적인 직무들에 대한 상세한 기술은 아테네인들의 정치 혹은 사회관리의 섬세함과 공동체 의식을 2500년 후인 현재까지 그대로 전달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더 큰 재미는 정태적인 헌법구조와 그 곳에 들어간 아테네인들의 섬세함과 공들임보다는 이 책 전반부에서 보여주는 아테네 정치 구조의 변화와 역사에 있는 듯하다. 물론 이 책 전반부에 도입되고 있는 다양한 인명과 직위들은 체계적인 흐름 속에서 아테네의 역사가 우리 머릿속에 구축되는 것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적인 역사의 흐름과 그 곳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기록하고 있는 당시에 전해지던 전설이나 이야기를 통해서 아테네 정치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당시의 교육수준과 활자화 정도 그리고 서적과 기록보존의 문제를 고려할 때 구전되어지는 이야기들을 현재의 인용들만큼이나 중요한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들을 감안하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2500년 전의 역사 속에서 너무나 흡사한 현재의 모습을 만나게 되어 깜짝 놀라게 된다.
    

로버트 길핀(Robert Gilpin)은 투키디데스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사』를 보고나서 2500년 전의 역사가 현재시점에서 다시금 구현되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이론화하여 국제정치학에 패권변동이론을 소개했다. 마치 로버트 길핀이 그리스시대의 저작으로부터 섬뜩할만한 현재의 모습을 발견한 것처럼 우리고 이 책으로부터 베일 듯이 날카로운 유사성을 접하게 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이 책으로부터 받은 몇 가지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혁정치의 어려움이라는 문제. 둘째, 지도자에 대한 명예의 중요성. 셋째, 민주주의와 민중주의의 문제. 네 번째, 과거사의 문제와 화해 문제가 각각 그것이다.
    

간단히 이야기 하면 먼저 개혁정치의 어려움은 이 책의 ?의 1에서 4에 나와있는 솔론(Solon)의 시에서 잘 나타난다.

“민중에게 충분한 은혜를 베풀었다.
명예를 줄이지도 않았고 과도하게 주지도 않았다.
힘이 있고 돈이 있는 사람들
그들도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였다.
나는 양편 모두를 위해 강한 방패를 들고 서서
어느 편도 부당한 승리를 거두지 않도록 하였다.”
    

솔론(Solon)의 비판에 대한 반박을 보면 그것은 힘과 재산이 없는 민중과 힘과 재산을 갖춘 상류층 사이에서 개혁정책이 어떻게 양자모두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가와 그래서 어떤 정책과 정책에 대한 입장을 지도자가 가져야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불편부당함과 그로 인한 공적인 이익의 창출과 그 확신이 개혁정치를 가능하게 해주는 열쇠라는 점은 과거 아테네나 지금이나 모두 동일한 원리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두 번째 Ⅹ?의 도편추방제와 관련해서 불명예의 문제이다. 아테네는 자신의 정치체제에서 회피해야 할 사람들 추방시키는 제도를 고안하고는 일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들이 정해진 영토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였다. 그러나 이런 금지가 어겨지게 되면 단번에 불명예를 처했다고 한다. 도편 추방당한 이들에 대한 불명예 조치가 과연 무엇일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폭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불명예조치를 취했다는 것은 공동체의식이 강한 아테네 사회를 연상했을 때 그 의미가 대체로 유추는 된다. 그렇다면 이것이 현재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현대 정치의 공간적 확장과 인적 구성원의 확대는 익명성을 보장하는 사회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불명예조치는 큰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예를 들어 청소년 성추행범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그가 속한 사회에는 큰 효과가 있지만 시간과 공간을 바꾸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 하지만 대중적인 차원이나 정치 리더계층 차원이나 코뮤니티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공유할 경우 불명예조치는 다른 어떤 제재보다도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도 부유하지 못함이 아니라 명예롭지 못함이 부끄러운 줄 아는 사회구조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세 번째의 문제는 민주주의를 확대해가면서 지속적으로 정치체제가 순환되는데 이때 생겨나는 민중주의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참주의 등장은 강력한 민중의 불만과 함께 해왔다. 따라서 민주적 제도가 가져오는 권태감이나 혹은 민주주의가 없었다면 아예 경험조차 하지 못했을 일들의 경험이 가져오는 매너리즘과 그에 불만은 민중적 충동을 가져오고 이런 고조(upsurge)를 활용하고자 하는 지도자와 결합될 때 민주주의 제도는 민중주의와 참주정으로 교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 정치에 대해 제도화가 얼마나 민주주의에 핵심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ⅩⅩⅩⅨ에 나오는 30인정부에서 민주주의로의 변화 국면에 보이는 화해는 현대 정치체제에서 경험하는 정치 변화와 정치 변화에 따른 과거청산을 연상시킨다. 과거 아테네 민주주의를 부정한 이들을 아테네 지역에서 공동으로 안주할 수 있게 해주고 시민권을 주며 과거사를 묻지 않겠다는 아테네인들의 약속을 특히 과거를 들추어내는 이들에게는 사형을 통해서 라도 과거를 덮어두고자 했던 아테네인들의 정치적 결단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반성과 그를 포용하는 넓은 공동체 의식이 아테네라는 작은 도시국가가 수많은 정치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체제를 지탱하게 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위의 관점에서 보아 이 책은 짧은 분량이지만 아테네 정치체제의 정태적인 특성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명확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정치체제의 역사를 남겨줌으로서 후대인들이 과거와 과연 현재가 얼마나 닮아있고 얼마나 다른가를 동태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현대에 쓰인 글들처럼 논리적 흐름을 통해서 전체 글을 볼 수 는 없지만 2500년이라는 시간적 격차를 생각한다면 이런 결함은 이 책의 장점을 크게 해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정치를 과정이라는 동태적인 특성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고전적인 저술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2008년 11월 5일/ 2013년 9월 26일 재인용)

 

이번 칼럼은 정치사상가와 정치사상에 대한 소개를 위해 2008년도 서펴을 수정하여 다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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