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20 / 시장분석과 감정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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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20 / 시장분석과 감정평가
  • 법률저널
  • 승인 2013.09.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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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가 전세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이삿짐을 싸야 하는 번거로움에 지쳐 내처 결단하게 되면 주택을 구입하기에 이른다. 필자가 지금의 아파트를 사게 된 것도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하는 귀찮음을 더 이상 감수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필 구입하게 된 시점이 아파트 가격이 꼭짓점에 있었을 때인 건 운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집값 오르는 건 애당초 포기했고, 산 가격에서 한참 미끄러지지만 않은 걸 감사하고 있다. 그래도 급여 소득자가 몇 년 모아야 할 돈을 주택 소유자가 되자마자 1년 내에 까먹었으니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면서 치른 대가치고는 값비싸다. 더구나 직장 관계로 지금은 세를 주고 다시 세입자의 처지가 됐으니 별반 처지가 나아졌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2007년 아파트를 구입했을 때 주택지치고는 주변이 꽤 어수선했다. 노변으로 소규모의 자동차관련시설이 수 개 들어서 있었고 공터도 꽤 됐다. 주위환경을 감정평가보고서에 기재했다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소규모 공업용 부동산, 근린생활시설 등이 혼재하는 미성숙 주거지대’정도랄까. 그러던 것이 2010년을 전후해 확 바뀌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도시형생활주택 신축공사가 활발했다. 아파트 옆으로 처음 들어선 도시형생활주택이 성황리에 분양되고 임대수익률이 시장 이자율의 2배를 훌쩍 넘어선다는 소식에 개발업자들이 속속들이 가세했다. 작년까지 10여 개 동이 완공됐고 준공이 임박한 5개 동, 터파기중인 5~6개 사업장을 합치면 채 500미터도 안 되는 거리 양편으로 스무 개 가까운 도시형생활주택이 입지하게 된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곳 부동산을 평가할 일이 생긴다면 주위환경을 적는 란에는 분명 ‘아파트, 도시형생활주택 등 공동주택, 일부 근린생활시설이 혼재하는 성숙한 주거지대’로 기재해야 할 것이다.

 

어떤 부동산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부동산이 몸담고 있는 시장을 먼저 분석해야 한다. 현재 이 지역은 어떤 유형의 부동산이 주를 이루고 있는지 현황분석에서부터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의 동향, 장래 특정한 부동산이 공급될 경우 어느 정도 기간에 걸쳐 분양이 완료될지에 대한 분석까지를 포함한다. 본 아파트가 위치하고 있던 지역은 여의도의 인접권역으로 통근자 주거지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입지적 장점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미혼 금융종사자를 위한 맞춤형 거주유형인 도시형생활주택과 궁합이 맞은 것이다. 물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때맞춰 개정돼 이런 개발붐의 가속화에 일조했다. 개정된 법률은 한 필지가 두 개 용도지역에 걸친 경우 기존에 주된 용도지역을 기준으로 용적률과 건폐율 등을 적용하던 것을 용도지역 면적별로 가중평균 하도록 했다. 이 지역은 일반상업지역과 제3종일반주거지역에 걸쳐 있었는데, 개정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착공이 이뤄질 경우 전체를 일반상업지역에 해당하는 용적률 등을 적용받게 돼 개정법률 시행 후 착공하는 것과 비교해 최소한 건축규모를 두 배 늘릴 수 있었다.

 

최근 서울시가 도시형생활주택 500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에 적체되는 미분양 도시형생활주택이 급증하면서 나온 대책으로 보여, 도시형생활주택이 전반적으로 과잉공급 돼 있는 시장상황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한 때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단가는 인접한 아파트와 비교해 1.5배 가까이 높았다. 잔금 대출을 위해 감정평가를 받을 때도 실제 이런 높은 수준에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포화상태가 되고 공급 과잉상황까지 치닫게 되면서 감정평가 단가도 이에 맞춰 하락했다. 기존과 같은 높은 수준의 분양사례와 매매사례를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터파기 중인 사업장이 완공돼 잔금 대출을 위해 감정평가를 받는다면 불과 2년 만에 옆 동에 비해 3~40% 낮은 가격을 통보받게 될 것이다. 가끔 미분양 아파트 단지의 통 매각 평가가 의뢰된다. 확인해 보면 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된 단지인데, 부동산 포털 매물 란을 검색하면 원 분양가보다 한참 낮은 급매물로 나온 세대가 한 둘이 아니다. 미분양 아파트의 감정평가금액은 계약이 완료된 급매물 가격이 상한이 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시장분석은 부동산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상황을 속속들이 해부해 보는 것이다. 물건은 동일한데 시기에 따라 평가금액이 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며칠 전 검찰의 전 방위 수사에 압박을 느껴 압류 당한 재산을 포기하고 모자라는 추징금은 자진 납부하겠다는, 고약한 체납자 측의 입장 발표가 있었다. 조세정의에 대한 리포트가 이어지면서 일부 금액이 덜 걷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실렸다. 적절한 지적이다. 현재 추정한 재산 가치와 공매 절차를 통해 환수할 시점의 매각 금액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변모를 거듭할 것이고 몸값은 시시각각 출렁이기 때문이다. 감정평가를 함에 있어 시장분석을 선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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