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시험은, 로스쿨 근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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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시험은, 로스쿨 근간 흔든다”
  • 법률저널
  • 승인 2013.09.0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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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일 로스쿨 현황과 발전방향은?

 

① 일본 로스쿨의 현 주소와 발전방향
② 한국 로스쿨의 주요 현안과 개선책
③ 구체적 현안과 발전지향적 방안은?

 

대륙법 체계를 기본으로 비슷한 사법체제를 위지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과거 사법시험도 흡사하게 유지해 왔다. 닮은 것이 꽤나 많다. 일본은 2004년, 한국은 2009년 교육을 통한 법조인양성이라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출발시킨 것도 일회성 시험을 통한 법조인력선발이라는 과거의 제도가 시대적 조류에 뒤처진다는 동일한 인식에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문제점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것. 5년 앞서 출범한 일본 로스쿨은 저조한 (신)사법시험 합격률, 로스쿨 지원자 감소, 교육의 파행 등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한국 역시 출범 5년째를 맞고 있지만 변호사시험 합격률 고착화, 학사운영의 파행, 고비용 구조, 예비시험 도입여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에 양국 로스쿨은 문제점은 반면교사로 삼고 장점은 타산지석으로 삼아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일본 동경 소재 와세다대학교에서의 ‘제1회 한일 로스쿨 교류회’에 이어 올해는 한국에서 제2회 교류회를 가졌다. 지난 20일 오전부터 대구광역시 소재 경북대학교 글로벌프라자 1층 경하홀에서 열린 ‘제2회 한·일 로스쿨 교류회 공동 심포지엄-로스쿨의 현황과 발전방향’에는 일본의 로스쿨 원장, 교수, 변호사단체, 정부기관 관계자 21명이, 국내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 및 교수 등 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양국의 현안과 대안이 논의됐다.
이에 본지는 현지 취재를 통해, 심도있게 논의된 주요 현안과 발전방향에 대해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종합토론에서는 다양한 질의응답을 통한, 한일 양국의 로스쿨 문제점과 발전방향 등이 논의됐다. 특히 일본이 로스쿨을 한국보다 5년 앞서 출범시켰고 운영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곧바로 한국에서도 뒤따라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함께 했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문화, 교육체계와 법학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토론자로 나선 신봉기 경북대 로스쿨 원장이 “한국 역시, 우울한 언론 보도기사가 많다”며 “예비시험 도입 내지 사법시험 존치 논란, 로스쿨 취업문제와 처우 문제, 변호사시험 장소 분산 문제, 변호사 수, 엄격한 상대평가에 따른 애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나아가 “일본 로스쿨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한국에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표적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 법학·비법학사간 학업성과, 예비시험 논란 등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일본의 현실을 통해 타산지석으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 “일본, 예비시험 병폐 심각하다”


마츠시타 준이치 동경대 로스쿨원장은 ‘일본 로스쿨 현주소와 발전방향’이란 주제발표에서 예비시험 폐지론을 폈다. 마츠시타 원장은 “본래 경제적 사정 혹은 이미 충분한 사회적 경험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로스쿨을 나오지 않은 자에게도 법조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 예비시험”이라며 “그러나 실제 예비시험 합격자들 중에는 대학생, 로스쿨생이 많이 포함돼 있고 이를 통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본래 취지와 현실간의 괴리를 꼬집었다.


3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예비시험의 지원자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해 예비시험 단답식 수험생은 9,224명으로 올해 법학적성시험 수험자 수의 2배에 가까운 상황.


마츠시타 원장은 “개인적으로도 로스쿨생의 상당수가 예비시험에 응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예비시험 날짜가 가까워지면 사법시험 과목 이외의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예습을 하지 않는 현상까지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비시험 선호 이유에 대해 첫째 예비시험에 합격함에 따라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 사법시험 수험자격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둘째 모의시험 대용으로 공부하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로 삼을 수 있다는 점, 셋째 만약 합격순위가 상위권이라면 법률사무소 취업 시 유리한 조건이 된다는 점 등을 꼽았다.


하지만 그는 “예비시험은 1.79%, 3.05%에 불과할 정도로 합격률이 매우 저조하다”며 “로스쿨에 들어가면 소수정예로 쌍방향적인 교육을 받음으로써 법조인으로서의 능력을 착실히 배울 수 있는 사람이 결국 긴 세월만 낭비하고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이 되는 등 제도 도입 이전의 폐해가 반복되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비시험은 로스쿨 교육에 끼치는 악영향이 더욱 심각해지기 전에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폐지론을 폈다.


예비시험 부작용에 대한 심각성을 재차 확인한 박종보 한양대 로스쿨원장의 질문에 교토대 로스쿨 사카마키 타다시 원장은 “뛰어난 법학부 출신 혹은 학부 우수인재들이 법률가가 되기 위한 우회로써 이용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문과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이들이, 특히 법학부 3~4학년때 예비시험을 합격하는 사례들이 꽤나 늘고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사법시험 공부와도 연관이 되므로 앞으로 예비시험 선호도는 더욱 증가할 것이 분명하고 구사법시험과도 너무 닮은꼴로 돌아가고 있다”며 “예비시험 도입은 자칫 한국 로스쿨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하고 싶은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우려했다.


그는 “예비시험과 관련해 응시연령 제한, 법학전공자 응시 제한 등과 같은 대안 논의가 있지만 교육제도와 연관된 문제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어려운 사정이 많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게이오기쥬큐대 로스쿨 카타야마 나오야 원장 역시 “예비시험 도입 취지가 경제적 약자, 사회경력자 등 우회로를 두고자 한 것으로 추진했는데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채 도입된 결과 이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로펌 등 취업에서 예비시험 출신이 유리하다는 소문이 학생들간 또 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향후 2년간 정부, 관계기관 등에서 구체적인으로 개선방안을 모색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법학·비법학사간 실력차 해결은?


일본 로스쿨은 로스쿨 내에 법학부가 유지되지만 한국은 잔류 법과대에서만 법학과가 운영되고 있다.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로스쿨 내 법학·비법학사간 교육과정, 성적반영 등에서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은 동일하다. 특히 일본은 사법시험에서 비법학사 출신의 합격률이 법학사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고 한국 또한 향후 합격률이 낮아질 경우 유사한 현상이 발생할 것을 예단했다.


비법학출신 중심의 성적 하위 30%그룹의 학업성취도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박영규 서울시립대 로스쿨원장의 저학년 법학·비법학사간의 성적분포 발표에 대해 일본 중앙대 로스쿨 오누키 히로유키 교수는 일본 중앙대 로스쿨의 2학년에서 3학년에 올라갈 때 성적 추이를 밝혔다.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결과였다.


오누키 교수는 “일본은 학점이 A, B, C, D로 이뤄진다”며 “행정법은 미수자에서 A학점이 많은 반면 헌법에서는 기수자가 많았다”면서 “그 외 과목에서는 3~5%가량 기수자의 성적이 높고 형사법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전·기초지식이 크게 필요없는 과목에서는 미수자의 성적이 높고 특히 민법의 편차가 크다”면서 “사법시험의 과목과 분량이 방대한 만큼 2~3년 과정 내에 이를 모두 수학하기에는 무리”라며 “따라서 기초실력이 높은 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어 기수자들의 합격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즉 일본 역시 2년, 3년 과정으로 구분 운영하고 있지만 나름의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시사했다.


오누키 교수는 하나의 방안으로 젊은 변호사 교원의 확충을 예로 들었다. 젊은 변호사 교수 1명이 학생 5명을 담당하는 방안이다. 기수자들의 돌발질문에도 대응하고 미수자들의 취약분야인 법문서 작성 교육도 가르친다는 것. 이를 통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소개했다.


카타야마 원장은 “일본은 법학부를 유지한 채 로스쿨을 운영하는 애매모호한 제도개혁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미수자 1학년, 기수자 2학년 교육의 질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특히 미수자 1학년 과정은 법리에 대한 기초를 가르치는데 기본적인 법지식이 방해가 될 수도 있어 체계적인 교육방법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1, 2, 3 각 학년마다 구분해서 학습하는 방법이 맞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봉기 경북대 로스쿨 원장은 박영규 원장의 1학년 성적에서 법학·비법학사간 성적구분 산정안에 대해 반대했다. 신 원장은 “취업상에서 기수·미수간에 상대적으로 적절히 고려되고 있다”며 “공직, 판·검사, 로펌에서는 법학사는 성적을 중심으로, 비법학사는 학부상의 장점 및 로스쿨의 학업성취도 등이 고려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수자가 불리할 수 있지만 로스쿨은 졸업과 학위취득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법적해결 능력을 갖추도록 성취하는 과정”이라며 “미수자에 대한 불평등 해소보다 3년이란 과정 속에서 기수자 보다 우월하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日 사법시험 합격률 저조 원인은?


일본 로스쿨 출신의 신사법시험 합격률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박종보 한양대 로스쿨원장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사카마키 원장은 “문제 자체가 꽤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난이도에 무게를 두었다.


그는 “원래 사법시험은 로스쿨 수학 후 그 실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설계되었고 현재 출제수준은 내용면에서 모두 좋은 편”이라며 “그러나 각 전문가들이 심혈을 들여 만들다 보니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고 있고 그 결과, 합격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로스쿨 교육을 고려해 사법시험을 어떤 방향으로 출제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찰할 조직과 기간도 없었다”며 “앞으로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상술했다.


즉 출제과정에서 어떻게 만들고 전체적인 균형, 수준 등에서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법률지식이 없는 미수자가 3년 공부해서 치르기에는 너무 시험이 어려워 합격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누키 교수는 “사법시험은 주어진 시간 내에 처리하기에는 정보처리 내용이 너무 많다”며 “따라서 기초실력이 높은 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부연했다.

 

■ 불거지는 ‘불합격자’ 대책은?


일본은 지난 10년간 전체 로스쿨 출신자들의 사법시험 합격률은 50%가 안 된다. 이처럼 로스쿨을 나왔지만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취업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안으로는 교육의 질적 제고 및 변호사시험 합격에 힘써야 하고 이후의 취업 문제에도 함께 풀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일본 역시 정통적인 법률사무소 취업에서 공공기관, 기업 등으로의 신규 변호사 취업이 확대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도 사실이라는 것이 일본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날 사법시험 불합격자들에 대한 취업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됐다. 비록 불합격자라고 해도 자질이 우수한 경우, 활로는 개척하기 나름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마츠시타 원장은 “불합격자들은 공무원, 기업법무팀 등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했고 사카마키 원장 또한 “법원사무관 등으로 진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오누키 교수는 “최근 들어 로스쿨에 대한 평가가 높아서 불합격자라도 좋으니 소개해 달라는 기업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가타야마 원장 역시 “합격자든 아니든 실력이 되면 채용하고 싶다는 분위기도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은 분위기가 정착되면, 그에 부합되는 시스템 정비도 필요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불합격자에 대한 향후 한국의 대응책을 묻는 일본측 질문에 김호정 한국외대 로스쿨원장은 “현재 한국은 불합격자에 대한 취업문제는 현실화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정원 대비 75%라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에 대한 고정관점을 깨는 것이 최우선 선결과제로서 이것이 해결되면 불합격자는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이 외에도 법학성취도와 관련한 로스쿨 입학생 선발과정에서의 전형방법, 일본 사법시험의 실시방법과 한국의 지역분산 실시 주장, 로스쿨 평가문제 등 다양한 논의도 펼쳐졌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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