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졸시 “여수”와 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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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졸시 “여수”와 전라도
  • 법률저널
  • 승인 2013.09.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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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어느날 문득 어둠이 짙어질 때쯤, 조금은 저녁하늘에 구름이 끼고 노을이 한강 하류에서 아름다운 황혼을 물들일 때쯤 나는 “전라도”라는 소리 음절에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있다. 그러면서 눈가에 이슬이 맺힐 듯 말 듯 하는 순수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어느 누군들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을까마는 “전라도 내 고향”은 소리만으로도 아름다운 추억이다, 내게는. 내 고향 전라도는 투박하지만 소박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 전라도를 “절라도”라고 입안에서 조용히 읊조리면 그 말의 여운이 온몸으로 평안함과 포근함을 안겨 준다. “절라도”는 결코 큰 소리로 외칠 음절이 아니다. “절라도”는 어둠이 찾아오듯 아니 새벽이 밝아오듯,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는 그 꼭지점에서 아주 조용하게 읊조리듯 발음해야 제대로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전라도는 경상도나 충청도처럼 소리가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다. 안으로 삭혀지는 그 조용한 소리, “절라도”라는 소리에는 가슴을 에이는 애절함이 있고,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있다.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절라도”라는 말에 대한 뼈 속 깊은 사랑이 있다.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절라도”라는 그 음률이 참으로 친숙하다.


졸시 “여수(麗水)”의 전문은 이러하다. “나그네의 발걸음은 여전히 가을이다 한반도 땅끝마을 여수는 여행자의 황홀이 숨 쉬는 도시, 토박이의 속정이 우러나는 도시 바닥의 시작이라 하지 마라 우슈아이아*에서 출발한 태평양 바다의 끝마을 이다 마지막 땅에서는 절망이 없다 절망은 과정에서의 사치일 뿐 끝과 끝이 만나면 봄으로 피어난다 이제는 살 일만 남았다// 오동도, 종고산 진남관, 향일암, 돌산대교, 한려수도 뱃길, 다도해 섬, 섬, 섬 돌산 갓김치, 서대회, 장어탕에 눈이 즐겁고 혀가 감미로운 도시, 심장이 뛰는 도시, 정이 넘쳐나는 도시, 마지막 열차가 머무는 도시// 나그네의 발걸음은 언제나 가을이다 인생 여수(旅愁)의 참맛을 아는 곳 아이의 웃음소리 깔깔거리는 곳 여수는 언제나 바다를 품는다 사람을 품는다 몽환의 도시 여수는 오직 하나, 사랑뿐이다” (졸시집 “여수”에 수록, 황금알 간, *Ushuaia는 아르헨티나 남단 Tierra del Fuego 작은 항구 도시의 남미 대륙의 끝이다).


모든 이는 고향에 대한 향수가 있다. 성경 속의 최초의 남자 “아담”이라는 말의 어원은 “아다마”인데 “붉은 흙”이라는 의미이다. “붉은 흙”은 결국 생명이라는 말이다. 모든 조상의 붉은 피를 먹고 생성된 땅, 생명의 땅을 의미한다. 까닭에 고향땅의 붉은 흙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고 근원이다. 고향을 버리는 이는 눈물이지만, 고향을 사모함은 기쁨이다. 까닭에 모든 이는 결국 고향을 그린다. 누군가의 고향을 욕하는 사람은 그 고향을 떠난 사람, 그 고향을 지키고 사는 사람을 욕하는 것이다. 고향을 욕하는 것을 듣는 것은 모욕이다. 누군가의 고향을 욕하는 것은 그 고향사람들의 심장에 칼을 겨누는 것이고, 그 심장의 뜨거운 피를 땅 위에 쏟게 하겠다는 것이다. 아다마로 돌려놓겠다는 것이고, 붉은 피로 상징되는 조상을 모욕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의 고향을 비하하거나 욕해서는 안 된다. 그 어느 누구에 그치지 않는 조상 대대로의 뿌리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좌익효수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인터넷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아따 전(두환) 장군께서 확 밀어버렸어야 하는디 아따”, “사법부 홍어 씨발럼들 데모쟁이들 다 풀어주고 씨발럼들”, '“홍어 종자 절라디언들은 죽여버려야 한다.” 등의 글을 게시하여 호남지역, 광주출신 지역 인사들을 비난했다. 그 “아주 못된 글”은 수를 셀 수 없이 많은 동조세력들에 의해 전제되었다. 내 고향 전라도는 희화화되었고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5ㆍ18민주화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전두환으로 상징되는 신구부세력의 국헌찬탈행위에 대항한 민주화운동에 대하여 “전라도 사람들을 신군부가 더 죽였어야 하는데”라는 의미의 폭언을 늘어놓았다. 홍어는 전라도, 특히 목포를 중심으로 한 지역토착음식이다. 삭혀진 홍어의 톡 쏘는 감칠맛을 전라도 사람들은 대부분 즐긴다. 지금이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음식이 되었지만, 삭혀진 홍어맛은 그 맛의 묘미를 알기까지는 “붉은 흙” 아다마의 깊이 있는 체험이 있어야 한다. 그 깊이를 알지 못한 자들이 “홍어”를 비하하는 것은 전라도 사람들이 뼈 있는 농담으로 하는 “좆도 모르면서 하는 소리!”일 뿐이다. 모든 지역에는 지역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고, 특히 음식에는 그 붉은 흙에서 생산되는 신토불이의 음식이 있다. 


그 좌익효수, 이름만으로도 살벌한 피비린내를 느끼게 하는 그 아이디를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2011년 1월15일부터 지난해 11월28일까지 16개의 글을 올렸고 3451개의 댓글을 달았다가 국정원 선거개입논란이 일자 증거를 은폐하기 위하여 자진 삭제하였음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과정 중에 밝혀졌다고 보도되었다. 국정원은 좌익효수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만약 국정원 직원의 ID로 밝혀지더라도 그건 직원 개인의 문제이고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될 뿐 국정원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오리발이다. 하지만 그가 국정원 직원인 것만은 거의 확실한 듯하다. 그는 게시글을 통해 “전라도사람을 죽여버려야 한다.”고 수차 강조하였다. 왜 그는 전라도사람을 죽여버려야 한다고 원한과 저주의 글들을 올렸을까? 내 고향 전라도 사람들이 얼마나 착하고 순박한데, 그 깊은 정을 모르고 저렇게 할까?(물론 일정부분 심성이 나쁜 사람들이 있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어디나 다 그러니까 말이다). 삭힌 홍어의 그 톡 쏘는 맛을, 홍어 한 점이 입안에서 씹힐 때 코를 찡긋하며, 눈살까지 약간 찌푸리며 가슴으로 “쏴~”하게 퍼져나가는 그 감칠맛의 묘미를 제대로 알고나 하는 소리일까?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캬~”라고 저절로 소리낼 수밖에 없듯, 삭힌 홍어는 전라도 사람들에게 그런 것이다. 그냥 먹어버릇해서 좋은 음식일 뿐이다.


평생 말로 먹고 살아왔지만, 말이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라고 새삼 느낀다.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이 “내란예비음모,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체포되었다. 구속영장이 발부될지 지켜볼 일이다. 그와 참석자들이 지난 5월 12일 회합에서 주고받았다는 말들을 들어보면 참으로 황당하다. 어쩌다 이석기 의원이 구석기 또는 신석기시대에나 오고 갈 수 있는 그런 황당한 말과 행동을 했는지 상식적, 합리적으로 생각해볼 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말에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기에 문제가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다만 책임을 져야 한다 하더라도 간과해서는 안 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모두들 이석기의 구석기시대적 발상에 대하여 망치에 맞은 듯 흥분하고들 있지만, 그래도 침착하고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석기 의원이 했다는 말을 국어사전적으로 해석하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며 국민일 수 있을까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에 그런 황당한 발상을 하고 있는 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민주적 적법절차에 의해야 한다.


첫째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국정원의 발표에 의하면 2010년경부터 3년 동안 통합진보당에 대한 법원의 영장에 의한 감청 등 내사를 벌려 왔다는 것인데, 과연 법원이 3년 동안이나 특정 정당에 대한 내사를 허용해야 할 만큼 3년 전에 어떠한 범죄혐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법부의 진지한 고민이 있었는지 여부이다. 정당정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인데, 통합진보당에 대한 3년 동안의 감청 등이 허용되었다면 비례성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심각한 정당정치제도에 대한 위협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 대하여 3년 간 감청을 허용한다면 어찌 될까? 둘째, 통합진보당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정당원을 매수하여 녹음ㆍ녹화 등을 하게 하였다면 과연 이를 통해 수집한 증거방법을 적법한 증거능력이 있다고 인정해야 할 것인지 여부이다. 셋째, 이석기 의원 등의 발언이 과연 내란예비ㆍ음모의 구성요건을 제대로 갖추었는지 여부이다. 내란이란 주체인 구성원, 시기와 장소 및 그 방법 등이 구체적이어야 하고, 일정 지역의 대한민국의 통치를 방해하거나 못 하게 할 우려가 있을 정도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국정원 및 검찰의 수사과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전의 동백림, 인혁당, 김대중내란음모사건처럼 밤잠을 안 재우거나 고문 등을 가하여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등의 불법행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고,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범죄혐의가 발견되면 상응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태산명동서일필이라고 재판과정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못하거나 아주 경미한 사안에 그치고 말 경우에는 국정원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으로 조직에 대한 최대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국정원의 정치적 행동이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5ㆍ18로 상징되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아다마” 붉은 땅을 일군 자부심이 강하다. 그러기에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어떠한 세력에 대해서도 용납할 수 없다는 투철한 시대정신이 있다. 좌익효수처럼 그런 썩어빠진 글을 올리는 자가 어찌 감히 민주주의를 논할 수 있을 것인가? 여수에 가면 오동도, 향일암, 진남관이 있고, 서대회, 장어탕, 돌산갓김치 등 맛있는 음식이 있다. 한 번 관광 가서 드셔보시고 소박한 전라도의 정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이유 없이 전라도를 욕하지 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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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박멸 2019-11-23 21:52:11
사람들이 그 지역 싫어하는건 다 이유가 있는건데
뒤통수치고 거짓말 치는 새끼들의 비율이 타 지역의 518배나 되니까 싫다고 하는거야
전라디언 새끼들은 무슨 다른 지역도 그럴 거라 하는데
에휴...말을 말자
그렇게 생각할수록 전라도 하면 욕같이 들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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