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8 / 행위제한의 절대강자, 비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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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8 / 행위제한의 절대강자, 비오톱
  • 법률저널
  • 승인 2013.08.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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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은 감정평가사 2차 시험을 치른 해였다. 시험 종료 벨이 울린 후 주섬주섬 짐을 챙기던 같은 시험장 동료 수험생 대부분이 ‘올해 시험은 평이했다’고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꼼꼼히 푼다고 답안을 다 채우지 못했으니 한참 합격권에서 멀어졌을 게 뻔했다. 다음을 기약하자고 스스로 다독이며 맘을 비우기로 했다. 연말에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고 나서는 일하지 않았음에도 삯이 주어지는 사람의 기쁨을 노래한 시편 기자의 심정이 이해가 됐다. 덤으로 얻었다는 그런 기분 좋은 느낌말이다.

 

합격 후 6년 가까이 감정평가실무를 가르치면서 수험생들에게 감정평가 업무는 더하기와 뺄셈의 단순작업이라고 이해시키고 있다. 기준 값에서 유·불리를 수치화하는 전문성만 갖추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토지의 평가 시에 뺄셈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항목이 공법상 제한사항이다. 모든 토지에 모든 종류의 건물과 업종이 입지할 수 없다. 도시계획을 통해 넓게는 지역·구역별로 좁게는 몇 몇 토지에 개발을 억제하고 규제하는 내용은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발급받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시 주변의 개발제한구역이나 국립공원과 연결되는 지역에는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단어가 기입돼 있다. 절대적 규제 토지 딱지라고 볼 수 있는 ‘비오톱1등급지역’이다.

 

비오톱(Biotope)은 생물을 뜻하는 접두사 Bio, 장소를 뜻하는 Topes를 결합한 합성어로 생 동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규모 생물 서식 공간을 뜻한다. 특정 생물 군집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강제하는 지역인 셈인데, 도시지역의 생물군집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남은 개체를 보존하고 복원하기 위해 이를 도시계획으로 규율하게 된 것이다. 비오톱은 유형평가와 개별평가를 거쳐 지정된다. 유형평가는 대상지 전체에 대해 절대적으로 보전이 필요한 비오톱 유형 1등급부터 부분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5등급까지로 나뉘고, 개별평가는 비오톱 자체의 보전 가치 정도에 따라 1등급~3등급으로 분류한다.    

 

서울시는 2010년 6월1일부터 기존 대규모 도시계획 사업 시 적용했던 비오톱 등급별 기준을 1만㎡ 미만 소규모 토지개발까지 확대 적용해 오고 있다. 조례에 따라 소규모 개발 사업지도 도시생태현황 조사결과 유형평가와 개별평가가 모두 1등급인 토지는 개발할 수 없다. 유형평가, 개별평가 모두 1등급이 아닌 토지라도 비오톱이 우수한 토지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비오톱 등급을 반영해 개발행위허가에 대한 심사를 받게 된다. 서울시가 ‘도시생태현황도’를 제작해 이를 반영한 비오톱등급을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 올려 규제해 온 것을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동참하려고 시도할 때마다 매번 주민의 반발이 적지 않은 것은 비오톱 지정은 곧 ‘절대 개발 불가 토지’의 낙인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서야 비오톱으로 지정된 토지의 감정평가 방법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감정평가가 단순한 덧셈과 뺄셈의 조합이라면 비오톱의 낙인이 찍힌 토지는 어느 정도 감가해 줘야 할지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토지가격비준표에는 공원으로 지정된 경우 대략 40% 내외의 감가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비오톱은 적어도 공원지정으로 인한 공법상 제한 정도를 넘어선다. 토지를 전혀 사용·수익하지 못한다면 그저 소유권을 갖는 것 외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겠는가. 여전히 평가업계 내에서 비오톱으로 인한 제한 정도를 얼마로 정하자는 결정은 없었다. 서둘러 이 뜨거운 감자를 처리하는 묘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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