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명의 경제학-기술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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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명의 경제학-기술과 경제학
  • 법률저널
  • 승인 2013.08.2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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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사경제 해설 16
                               

글로벌 시사경제 해설 이번 주에는 기술과 경제학의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현재의 경제상황을 바라볼 때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반도체 등의 전자산업 관련기술에 눈길을 보내고 있지만, 내년 초에 기술특허가 풀리는 3D프린트 기술은 장래 몇 년간 세계경제에 끼칠 영향력을 감안 했을 때 메가톤급의 태풍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3D프린트 기술을 간략히 소개한 후, 경제학이 이러한 기술의 변화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용어자체가 생소하게 들리는 수험생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3D프린트 기술이 산업현장이나 경제전반에 걸쳐 미칠 영향이나 우리 일상생활에 가져올 변화를 생각하면 시험공부에 바쁜 수험생이라도 머리를 식힐 겸 간단한 개념 정도는 알아두는 것도 경제학의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1. 기술과 생산함수


미시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요공급의 이론과 소비자 선택이론을 공부한 뒤, 바로 이어지는 생산자이론을 배우게 된다. 거의 모든 교과서들이 이러한 순서로 목차를 배열하고 있다. 생산자이론부분에서 처음으로 생산함수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어느 한 기업이나 한 국가의 생산활동을 그렇게 간단한 함수로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 즉 왜 그런 생산함수가 나오게 된 것인지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의문을 가지지만 딱히 설명해주지도 않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 버린다. 그러나 어느 미시경제학 교과서에나 등장하는 생산함수 가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길 바란다. 그것은 바로 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생산기술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생산함수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산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간단하고 알기 쉽게 정의를 하자면, 생산기술(production technology)은 제품을 설계하고 만드는 것에 관한 제품기술(product technology)와 공장에서 직접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관한 공정기술(process technology)를 합쳐서 부르는 용어이다. 좁은 의미로는 공정기술만을 생산기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좁은 의미이든 넓은 의미이든 특정한 생산기술을 전제로 할 경우에  특정의 생산함수가 정의 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따라서 수험생들이 경제학 교과서에서 접하는 생산함수 는 생산기술이 변화하면 당연히 변화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의 변화를 어떻게 생산함수에 반영할 것인가? 현재까지 수험생들이 접하는 초보적인 이론서에서 이러한 기술의 변화를 다루는 방법은 간단하다. 생산함수를 로 변화시켜 A라는 사후적 조정변수를 도입하거나, 개인별 노동력의 차이를 인적자원투자나 R$D투자 등의 차이로 인식하여 인적자원모델을 도입하는 정도에 그치고, 기술이 발전하면 생산가능성곡선이 바깥쪽으로 이동한다고 가르치는 정도이다. 경제성장론에서도 성장회계를 통해 경제성장에 대한 노동의 기여분과 자본의 기여분을 제외한 나머지 잔차항으로 기술진보를 언급할 뿐이다. 각론인 기술경제학을 배우게 되면 조금 이해가 깊어지기는 한다. 그러나 기술경제학에서도 기술개발이나 기술혁신의 원천과 그 과정 및 기술의 진보가 경제성장, 고용, 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다. 따라서 특정 기술의 변화가 경제에 어떠한 변화를 미치는가에 관한 체계적인 이론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는 상황이다.   


2. 3D프린트기술의 등장


프린트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텍스트나 이미지의 파일을 2차원 평면인 종이에 인쇄하는 장치이다.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프린트도 몇몇 기술의 개발이 있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종이와 잉크액, 프린트기계를 만드는 기술과 디지털기술이 복합되지 않으면 프린트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현재의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프린트가 등장하기 전에는 대량의 인쇄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활자인쇄에 의존해 왔고, 학교시험이나 교회의 소식지 등 소량의 인쇄가 필요할 경우 등사라는 방식으로 인쇄하였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나 팔만대장경 등에서 본 활판인쇄기술이 활자인쇄기술로 변화하는데 천년이상이 소요되었지만, 아날로그적 인쇄가 디지털적 인쇄로 변화하는데 불과 20여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획기적인 기술의 변화는 그 제품이 속하는 산업의 환경뿐만이 아니라 경제전체의 구조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이 있다.


3D프린트 기술은 그러한 가능성을 가진 기술일 것이다.


기존의 프린터란 컴퓨터의 모니터에 나타난 글자와 이미지를 종이에 그대로 종이에 옮기는 단순한 기계장치였다. 사이버 공간에 존재하는 특정 파일을 2차원의 종이에 옮겨놓는 기계가 기존의 프린트라면, 3D프린트도 3차원으로 그려진 특정의 설계도파일을 그대로 옮겨놓는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는 동일한 프린트기술이다. 그러나 3D프린트는 입체적인 물건을 인쇄한다. 아니 인쇄한다기보다는 입체의 물건을 만들어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지도 모르겠다. 이 3D프린트는 1980년대 초반, 미국의 3D시스템즈사가 개발했다. 30년의 특허보호기간이 끝나고 내년 초에 3D프린트기술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된다.
3D시스템즈사가 원래 3차원 프린터를 만든 목적은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값싸고 성형하기 쉬운 재료로 똑같이 생긴 시제품을 만들면 실제 상품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다. 기업은 상품화 전에 제품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수정, 보완하여, 문제점이 해결됐는지 다시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평가할 때마다 실제 상품과 같은 상품을 만들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대기업과 공장에서는 3차원 프린터를 사용해 왔다. 특히 건설업계나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는 처음부터 3차원으로 설계하기 때문에, 시제품을 인쇄하는데 3D프린트를 많이 사용한다. 뿐만아니라 3D프린터는 고급 인테리어 소품이나 의족과 같은 고가 의료제품의 맞춤형 소량생산에도 활용되어 왔다.


3D프린터가 물건을 인쇄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3D프린터는 입체적으로 그려진 물건을 마치 미분하듯이 가로로 잘게 잘라 분석한 뒤, 아주 얇은 막(레이어)을 한 층씩 쌓아 제품의 형태를 완성한 뒤, 원하는 부분을 레이저로 소결(접합이 필요한 부분에 열을 가하여 재료를 결합시키거나 응고시키는 기술=SLS(Selective Laser Sintering, 선택적 레이저 소결 기술))시켜 제품을 만들어 낸다. 


3차원 설계도를 그대로 옮긴다는 점에서 프린트라 이름이 붙여졌지만, 사실상 제품을 만드는 기계인 셈이다. 기존의 기계가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을 단순화하면, 자동차의 본네트같은 간단한 부품은 얇은 강판을 프레스기를 이용한 단조공법으로 생산하며, 엔진이나 높은 강도를 요하는 복잡한 부품은 주물 덩어리를 가져와 선반, 프레스반, 밀링반, 머시닝센터 등으로 필요한 절삭가공을 통해 원하는 형태의 제품을 만들어내므로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했다. 3D프린트를 도입하면 이 모든 공정이 한 번에 해결된다. 또 일반 기계는 동일한 물건을 여러 번 찍어내지만 3차원 프린터는 매번 다른 디자인의 물건을 인쇄할 수도 있다. 버튼 한 번 누를 때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대량생산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현재의 제조업환경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생산시스템으로 획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3. 3D프린트의 도입과 제조업의 혁명적 변화


이처럼 대단한 가능성을 가진 기술이 지금까지 확산되지 못한 요인은 무엇일까? 3D프린터가 산업계에 적용되지 못한 가장 큰 장애요소는 가격이었다. 특허보호기간이 끝나면 가격이 대폭 하락하여 수 년 내 적용 분야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과 더불어 확산의 장애요소로 지적되어 온 것은 느린 프린트 속도와 재료의 문제가 있었다. SLS방식은 레이저를 사용하는 광학기술을 기초로하고 있으므로, 특허가 풀려 여러 업체가 개발경쟁에 뛰어들면 인쇄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것이고, 시장이 활성화되면 재료관련기술을 가진 업체들의 적극적 시장참여로 재료의 다양성도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초 SLS 방식 특허가 풀리게 되면 3D프린트기술이 산업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시로 혁명적이라 할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설계단계에 혁명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기존의 CNC 금속절삭가공기계를 이용하는 생산방식은, 필요한 부품의 금형을 설계하여 금형을 만들고 금형에 쇳물을 부어 주물을 제작하고, 이를 가공하여 만들어 낸다. 이 경우 제품 디자인을 변경하기 위해서, 금형과 생산라인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따라서 시간과 비용의 문제 및 근로자들의 익숙해지기까지 제품의 불량률증가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3D프린터를 도입하면 이런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어진다. 설계도 파일의 교체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3D프린터를 이용하면 이런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재료관련기술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3D프린터는 정확하게 필요한 부분만 적층방식으로 재료를 사용한다. 주물덩어리를 깎아서 제품을 완성시키는 기존의 기계를 사용할 때와 비교하여 재료의 사용량이 대폭 감소할 것이다. 이는 제품의 가격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3D프린터를 사용하면 자동차나 항공기에 쓰는 부품이나 강판을 특수패턴으로 찍어 강도를 높이면서도 무게는 줄일 수 있다. 예를 들면 재료로 철과 알루미늄을 동시에 써 강도를 높이는 대신 속이 비어 있는 형태로 제품을 인쇄하는 것이다. 3D프린터를 이용하면 속이 비어 있거나 그물 형태 등 복잡한 모양도 인쇄할 수 있어 경량화와 연비상승으로 자동차나 항공기 등의 수공기관관련업체들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셋째, 제품 유통 및 재고와 관련하여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잦은 AS가 필요한 전자나 자동차업계에서 먼 지역의 AS센터에서 소량의 수리용 부품이 필요할 경우, 현재의 기업시스템은 생산국에서 배나 비행기로 배송해야하지만, 그 지역의 AS센터에 3D프린터를 설치해 놓고 수리에 필요한 다양한 부품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생산하면 된다. 프린터와 재료, 설계도만 같다면 어디서든 균등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엄청난 양의 부품을 보증기간동안 보관해야하는데 드는 재고관리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넷째, 생산지역이나 숙련노동력의 확보와 관련된 제조업환경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기존의 생산방식에 따라 복잡한 모양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부품을 만들고, 숙련된 노동자들이 이 부품들을 조립해야 한다. 따라서 생산지역은 부품공급기업과 가깝고 숙련된 노동자를 확보하기 쉬운 지역으로 한정되었다. 단순한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저임금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개발도상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등의 전략을 사용해왔지만 그럴 필요도 없어진다.  3D프린터를 도입하게 되면 복잡한 모양의 제품도 조립 없이 한 번에 찍어낼 수 있다. 따라서 생산지역이나 노동력 확보로 인한 문제들은 해결된다. 실제로 미국의 비행기 제조업체인 보잉에선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만드는 데 3D프린터를 쓰고 있다.

 

이상에서 간단하게 경제학이 기술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가와 현실적으로 기술이 산업구조아 경제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3D프린트기술과 관련하여 살펴보았다.


경제학은 기술의 변화를 단순히 생산가능곡선의 이동이나 생산함수에 조정변수를 도입하여 무미건조하게 처리하고 있지만, 현실 경제에서 기술의 변화는 훨씬 더 극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앞에서는 기술의 변화가 산업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만을 살펴보았지만, 다음에서 간단히 기술의 변화가 우리 인간의 생활방식이나 생명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는 예를 들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3D프린트는 의료산업이나 의학적으로도 활용가능성이 무한하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임플란트나 인공관절 같은 보형물을 심으려면, 뼈에 공간을 마련하고 거기에 꼭 들어맞는 보형물을 맞춰야 한다. 환자의 몸에 100% 맞는 보형물을 만드는 일은 이제까지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3D프린트기술을 활용하면 개인별 맞춤형 보형물의 제작은 상당히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른 케이스이지만,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 성형외과에서는 100시간 가까이 걸리는 샴쌍둥이 분리수술을 22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일등공신은 바로 3차원 프린터였다고 한다. 집도의였던 헨리 가와모토 교수는 샴쌍둥이가 붙어 있는 부분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은 뒤 3차원으로 인쇄했다. 인쇄물에는 두 아기의 내장과 뼈가 마치 진짜처럼 자세히 나타나 있었다. 그는 내장과 뼈가 다치지 않도록 인쇄물을 자르는 예행연습을 했고 이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실제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규명
베리타스 전임/합격의 터독서실 멘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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