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7 / 소송평가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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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7 / 소송평가 이모저모
  • 법률저널
  • 승인 2013.08.2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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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요한 미팅 시간에 늦어 급하게 차를 몰다 접촉사고를 냈다. 교차로가 텅 비었다 싶었는데 순간 차가 튀어나왔고 급정거를 했지만 생각보다 밀려나가 앞 범퍼끼리 키스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정확히 기역자로 부딪혀 가해자로 몰릴 걱정은 덜해도 되겠거니 생각이 스쳤다. 차 밖으로 나와 상대차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피차 보험사에 연락을 취했다. 내 쪽은 15분 남짓 지나자마자 보험사 차량이 도착했고 현장 사진 좀 찍고 사고 내역을 조사하고 있는데 상대방 보험사는 도착할 기미가 안 보였다. 저 쪽 운전자가 계속 채근하기를 10여분 가량 했을 때에야 비로소 등장해 먼저 도착한 내 쪽 직원이 했던 일을 그대로 반복했다. 교차로 정 중앙에 부딪힌 상태로 차량을 놔두고 있으니 통과하는 차량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선착한 내 쪽 보험사 직원이 현장 사진을 충분히 찍었으니 길 가로 차량을 움직이자고 해도 상대방은 못 미더운지 자기 쪽 보험사 직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우겼다. 5 : 5 쌍방과실로 결론 내면 공평해 보이는데 사고 후 1달이 될 때까지 결론을 못내 중재위원회로 넘어갔다. 저 쪽 차량가격이 1억 원은 족히 넘는다는 말을 듣고서야 보험사 간 합의가 늦어지는 이유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현대인의 삶이 바쁜 만큼 가급적 여러 고충을 전문가에게 위임하려는 경향이 늘어간다. 예전 같으면 사고 차량 운전자끼리 삿대질하며 누구 잘못이니 따졌겠지만 이제는 보험사 직원이 이 피곤한 업무를 대리해 준다. 얼마 전 국회 청문회에서 증인 선서 예외 사항에 해당한다고 선서를 하지 않은 이들은 분명 최상의 유료 법률 서비스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절감하기 위해 조세 전문가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혼자 주체할 수 없는 많은 자산의 관리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기도 한다. 부동산에 대한 소송에서 판사는 누구 말이 합리적인지 가치 추계 전문가인 감정평가사의 판단을 구한다. 법원에 등록된 소송감정인은 부동산과 관련된 여러 소송에서 판사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많은 소송평가를 담당하고 있다.

 

토지와 관련해 제기되는 소송 평가에는 종종 ‘지료 산정 건’이  있다. 내 토지를 무상으로 혹은 시세보다 저렴한 값에 사용하고 있었던 경우 지주가 정상 지료를 받겠다고 소를 제기한 경우다. 올해부터 제대로 받겠다고 하면 그나마 사정이 났고 지난 5년 간 지료까지 다 받아가겠다고 통 크게 맘먹으면 소송평가자는 과거 지료까지 산정해야 한다. 지료에 대한 소송 평가 보고서는 거의 예외 없이 적산법(*)을 적용하고 있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22조는 임대료 평가의 주방법을 임대사례비교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산법에 의해 토지에 대한 임대료(‘지료’)를 산정하는 이유는 지료에 대한 임대사례를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에 대한 임대내역(전/월세 현황)은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조회’서비스를 통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부동산 정보 광장’사이트에서도 전/월세 현황을 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토지에 대한 임대내역은 신고사항이 아니므로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다.

 

지료 소송을 맡은 감정평가사에게 지료 소송 당사자가 인근의 지료 계약서를 첨부해 계약 금액을 참작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더 심한 경우는 주변에서 확보한 여러 개의 지료 계약서를 들이밀며 임대사례비교법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를 법률서비스를 통해 ‘의견조회’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계약서상의 임대료 수준은 대개 적산법에 의해 결정한 임대료 수준에 턱 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공동개발이 강제된 지역은 단독필지에서는 독자적인 신축이 제한되므로 공동개발을 대기하는 기간 적치장 또는 주차장 등의 일시적 이용 목적의 임대차 계약이 빈번하고 지료 수준은 상당히 낮다.  들이미는 지료계약서 대부분이 이런 상황에서 체결된 것이다. 어찌됐든 임대사례 포착이 어려워 적산법을 관행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건 향후에는 평가논리로 대응할 수 없게 될 공산이 크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적산법에 의한 지료 산정 시 임대하는 데에 필요한 경비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회 전반으로 업종 내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의 질 좋은 서비스를 갈수록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게 현실이다. 이런 추세일진대 소송의 직접 대리인은 아니지만 소송물의 판단을 위해 전문가로서 제공하는 소송평가서는 첨예한 이해관계의 틈바구니에서 합리성과 타당성을 구비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미비하면 모두로부터 공격 받기 딱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상물건의 기초가액에 기대이율을 곱하여 산정된 기대수익에 대상물건을 계속하여 임대하는 데에 필요한 경비를 더하여 대상물건의 임대료[(賃貸料), 사용료를 포함]를 산정하는 감정평가방법

 

이용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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