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4 / 공시가격의 적정성 확보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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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4 / 공시가격의 적정성 확보 방안
  • 법률저널
  • 승인 2013.08.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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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인계과정은 조직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경험이다. 피차 유쾌하게 진행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지만 인계하는 쪽이 회사에 불만이 있어 떠나는 경우라든지 인수하는 쪽이 해당 업무에 문외한 임에도 사정상 떠안게 되는 상황이면, 시종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되게 마련이다. 필자가 20대 후반 3년 간 근무했던 벤처회사는 인수인계 과정이 끊이질 않았다. 회사가 기울고 장기 임금 체불로 견디다 못해 퇴직하는 이들이 매 달 나오다 보니 신규 담당자로 지목된 필자는 늘 새로운 업무를 인수받아 업무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가까스로 신규 채용한 사원에게 인계하는 입장에 서기도 했는데, 한두 달 급여가 나오지 않으면 분위기 봐서 퇴사해 버리기 일쑤였다.

 

인계하는 쪽에서는 최대한 업무를 정리해 넘겨주는 상식을 보여야 한다. 진행 중인 사항, 진행할 사항을 깔끔히 요약해 주고 문제의 소지가 될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곁들여야 한다. 인수받는 후임자가 인계자가 떠난 후 뒤얽힌 상황을 수습하자면 한동안 정신 줄 놓고 살아야 할 지 모른다. 평가업무 중에는 보상 평가에 참여할 때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다. 협의가 성립되지 않은 물건에 대한 재결평가를 담당하면서 협의평가서를 넘겨받아 검토하다보면 고쳐야 할 사항이 부지기수로 출현한다. 상대적인 균형을 흐트러뜨릴까봐 조심조심하며 하나하나 고쳐 나가는 작업은 짜증나는 일이다. 재결평가사는 이 업계에서 은어라 할 수 있는 ‘똥 밟았다’는 표현을 써가며 툴툴댄다.   

 

8월에 2014년 공시업무에 신규로 참여하는 평가사가 결정된다. 감정평가사 자격증이 나오자마자 공시업무에 참여할 수는 없고 일정한 경력 요건이 있다. 올해까지 최소 3년 이상이고 이후 최소 5년 이상으로 경력이 강화되는데 공시업무야 말로 어떤 평가보다 신중하고 전문성 있게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에 5년 간 공시업무에 참여하면 타 지역으로 전출한다. 이 때 후임자에게 전임자가 딱히 인수인계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다. 공시업무 처리프로그램에 전년도 작업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수받은 사람이 가장 곤혹스런 상황은 타 지역에 비해 공시가격이 한참 낮게 책정되어 있을 때다. 그 해 심사받을 때 다른 지역에 비해 이 지역 공시가격 수준이 왜 낮은지 설명해야 하는데 ‘전적으로 전임자 책임입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낮았으면 올해 충분히 조정해야 하지 않았냐고 되물으면 당사자는 곤란해진다. 이론적으로야 타 지역과의 간극만큼 조정하면 될 것이나 전년 대비 몇 십 퍼센트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간 큰 평가사는 3000여 명 중에 한두 명 있을 뿐이다. 그러니, 공시가격의 현실화 율이 낮은 상태로 인수받은 사람은 5년간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표준지 간, 동(洞)간 균형을 맞추는 일은 뒤로 하고 타 지역과의 형평성을 위해 전체적으로 공시가격을 얼마나 올릴지 매해 장고에 돌입한다. 민원에 시달리는 지자체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어 조정 폭에 한계가 생기니 좁은 담벼락 사이 어깨가 껴 버린 셈이다.

 

2014년 부동산 가격공시 업무에 대한 업무제안서를 쓰며 필자는 ‘우선조정지역’에 대한 의견을 냈다. 공시가격을 대폭 상승 또는 하락시켜야 하는 상황이면 책임 없는 후임자에게만 부담을 지우지 말자는 것이다. 현실화 율에 대한 분석을 거쳐 타 지역에 비해 최소한 얼마정도의 상승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하면 심사자가 조정 폭이 두드러져야 할 필요성을 검토해 공감대가 형성되면 국토교통부 차원의 ‘우선조정지역’ 지정을 하고 지자체에도 공문을 보내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한 해 큰 폭의 조정이 부담스럽다면 3~5년간에 걸쳐 조정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최소한 신규 참여자가 전임자가 해결하지 못한 짐을 떠안는 폐단은 시정해 나가야 한다.

 

유산보다 부모의 빚이 많다면 상속자는 ‘한정승인’으로 피할 길을 찾을 수 있다. 공시업무 후임자는 그럴 권리가 없으니 최소한 공시가격 조정만이라도 자기 책임 하에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장(場)은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 정도의 업무 자율성은 보장해 주어야 공시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공시가격은 균형 있게 결정했는지 관할감독기관이 추궁할 자격이 주어지는 게 아닐까! 

이용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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