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부동산’ 지분처분, 사해행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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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부동산’ 지분처분, 사해행위 아냐
  • 법률저널
  • 승인 2013.07.2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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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체, ‘전액설’ 채택…기존 판례(안분설) 변경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공유 부동산의 지분 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지분 가액에서 공제할 피담보채권액은 원칙적으로 지분 비율이 아닌 ‘전액’이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즉 은행에 갚아야 할 돈이 부동산 공유자의 지분가치보다 더 큰 소위 ‘깡통 부동산’을 제3자에게 증여하더라도 일반 채권자에게는 사해행위가 될 수 없어 채권자취소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것.


부부 甲, 乙은 시가 1억5천만원 주택을 각 1/2 지분씩 공유하고 있다. 주택 구입 당시 甲, 乙은 A은행으로부터 9천만원을 빌렸고 A은행은 이 부동산 전체에 대해 1억3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甲은 사업실패로 丙에 9천만원의 빗을 졌다.


이후 甲은 자신의 부동산 지분을 乙에게 증여했고 乙은 이 부동산을 담보로 C은행으로부터 9천만원을 대출을 받아 A은행의 근저당설정등기를 말소했다.


丙은 채무자인 甲이 그 처인 乙에게 이 사건 지분을 증여한 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증여계약의 취소와 함께 원상회복을 청구했다면 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날까.


쟁점은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공유 부동산의 지분 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지분 가액에서 공제할 피담보채권액이 전액인지(전액설), 지분 비율에 따라 나눈 금액인지(안분설) 여부다.


전액설에 따른 경우 甲 지분의 시가는 7,500만원(1억5,000만원×1/2)인데 이 지분에 관한 A은행에 대한 피담보채권액은 9,000만원 전액이므로 근저당권 피담보채권액(9,000만원)이 지분 시가를 초과하여 증여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근저당권자인 A은행에게 모두 우선 배당되므로 일반채권자 丙에게 배당될 재산이 없다)


반면 안분설에 따르면 甲 지분의 시가 역시 7,500만원이지만 이 지분에 관한 근저당권 피담보채권액은 지분 비율에 따른 4,500만원(9,000만원×1/2)이므로 근저당권 피담보채권액이 시가에 미치지 못해 甲의 증여는 사해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근저당권자가 우선 변제받아가더라도 일반채권자 병에게 배당할 재산이 3천만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1심은 甲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이 사건 지분을 乙(피고)에게 증여한 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乙(원고) 청구를 인용했다.


제2심 원심도 기존 대법원 판례(안분설)에 따라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중 甲의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1/2 상당액이 이 사건 지분의 시가에 미치지 못하므로 사해행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신 대법관)는 18일 채권자인 기업은행이 채무자 甲으로부터 부동산 지분을 증여받은 甲의 부인 乙을 상대로 낸 채권자취소소송 상고심(2012다5643)에서 원고승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해행위취소의 소에서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양도한 목적물에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라며 “그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액을 초과할 때는 당해 목적물의 양도는 사해행위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 개의 부동산에 공동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책임재산을 산정함에 있어 각 부동산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368조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공동저당권의 목적으로 된 각 부동산의 가액에 비례하여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안분한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수 개의 부동산 중 일부는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는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민법 제481조, 제482조의 규정에 따른 변제자대위에 의하여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그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피담보채권액은 공동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 전액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법리는 하나의 공유부동산 중 일부 지분이 채무자의 소유이고 다른 일부 지분이 물상보증인의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며 사해행위성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무자와 제3자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담보채권액은 각 공유지분의 비율에 따라 분담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의 1/2 상당액이 이 사건 지분의 시가에 미치지 못하므로 이 사건 증여계약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했다.


재판부는 채무자와 물상보증인의 공유인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고 채무자가 그 부동산 중 자신의 지분을 양도하여 그 양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 지분이 부담하는 피담보채권액은 원칙적으로 각 공유지분의 비율에 따라 분담된 금액이라는 취지의 기존 판결(2002다39715, 2005다39068)을 이번 판결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에서 변경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공유 부동산의 지분 처분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지분 가액에서 공제할 피담보채권액은 원칙적으로 전액이라는 법리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이로써 실무상의 혼란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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