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형사소송법상 기피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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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형사소송법상 기피제도
  • 법률저널
  • 승인 2013.05.2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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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의 의
 

기피(忌避)란 법관이 제척사유에 해당되는데도 재판에 관여하거나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에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의 결정으로 그 법관을 직무집행에서 배제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제척은 그 원인이 유형적으로 제한되어 있고 그 효과가 법률의 규정에 의해 당연히 발생하지만 기피는 원인이 비유형적이고 효과도 당사자의 신청과 법원의 결정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또한 기피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진행되지만 회피는 법관 스스로의 신청에 따라 진행되는 점에서 구별된다.  
기피는 제척을 보충하는 제도이면서 현실적으로 제척이나 회피보다 활용도가 높다고 할 것이다.  

 

2. 기피의 원인 
 

기피의 원인은 법관이 형사소송법 제17조 각호의 사유에 해당하는 때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이다(형사소송법 제18조 제1항).  

 

(1) 법관이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때 
제척사유가 존재하면 법관은 당연히 직무집행에서 배제되므로 제척사유의 존부는 직권으로 심리해야 하며, 이를 기피의 원인으로 규정한 것은 법관이 이를 간과하거나 제척사유의 존부가 불분명한 경우에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으로 하여금 제척사유의 존부를 심사하여 결정하도록 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2)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란 ‘당사자가 불공평한 재판이 될지도 모른다고 추측할 만한 주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인의 판단으로서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상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을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를 말한다.
 

이와 같이 당사자의 주관적 사정이 아니라 일반인이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므로 법관이 심리 중에 피고인의 유죄를 확신하거나 유죄에 대한 예단을 주는 발언을 한 경우, 법관이 심리 중에 피고인에게 매우 모욕적인 말을 한 경우나 법관이 피고인에게 진술을 강요한 경우 등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반면에 법관이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에 대하여 불허가결정을 한 경우, 당사자의 증거신청을 채택하지 아니하거나 이미 한 증거결정을 취소한 경우와 피고인의 증인에 대한 신문을 제지한 경우, 피고인에게 공판기일에 어김없이 출석하라고 촉구한 경우는 그러한 사유만으로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3. 기피신청의 절차 

(1) 신청권자 
기피의 신청은 검사와 피고인이 할 수 있으며(법 제18조 제1항), 변호인도 피고인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다(동조 제2항).
 

변호인의 기피신청권은 고유권(固有權)이 아니라 대리권(代理權)이므로 피고인이 기피신청을 포기한 때에는 변호인의 기피신청권도 소멸된다고 하겠다.
 

피의자도 기피신청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먼저 공소제기 전의 증거보전절차(법 제184조)나 증인신문절차(법 제221조의2)의 경우에 그 절차에서 작성된 조서는 절대적 증거능력이 인정되어(법 제311조 제2항) 당해 사건의 실체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가 있고 증거보전의 청구를 받은 판사는 그 처분에 관하여 법원 또는 재판장과 동일한 권한이 있는 점(법 제184조 제2항) 등을 보면 이러한 경우의 피의자도 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재정신청사건에 대해서는 ① 재정결정도 재판의 일종이므로 형사소송법 제18조를 유추적용하여 피의자에게 기피신청을 인정해야 한다는 적극설이 있으나 ②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는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하는 것이며, 이에 따른 재정결정은 당해 사건에 대한 실체판단이 아니므로 피의자는 기피신청을 할 수 없다는 소극설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2) 신청의 대상 
기피신청의 대상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주장되는 법관이며, 그 법관은 현재 당해 사건의 직무집행 중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합의부 자체에 대한 기피신청은 인정되지 않지만 합의부를 구성하는 모든 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은 가능하다. 그러나 대법원의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대법관 전원에 대한 기피신청은 이를 판단할 법원을 구성할 수 없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겠다.     

 

(3) 신청의 방법 
기피신청은 서면(書面)이나 공판정에서 구술(口述)로 할 수 있다(규칙 제176조). 합의부의 법관에 대한 기피는 그 합의부에 해야 하고, 수명법관 · 수탁판사 또는 단독판사에 대한 기피는 당해 법관에 대하여 하여야 한다(법 제19조 제1항).
 

기피신청을 함에 있어서는 기피의 원인되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하는데(규칙 제9조 제1항), 그 기피사유는 신청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서면으로 소명(疎明)하여야 한다(법 제19조 제2항).
 
(4) 신청의 시기 
기피신청의 시기에 대하여 형사소송법상 명문의 제한이 없다는 이유로 판결을 선고하는 시점까지 가능하다는 판결선고시설과 기피신청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거나 이미 변론이 종결되어 판결 선고만 남은 경우에는 담당 재판부를 사건심리에서 배제하려는 목적의 소멸로 다툴 실익이 상실되어 부적법하게 된다는 변론종결시설로 견해가 나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이 있는 경우 형사소송법 제22조에 따라 정지되는 소송진행에 판결의 선고는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보고, ‘판결선고절차가 시작되어 재판장이 이유의 요지를 설명하는 도중에 기피신청을 하는 것은 소송지연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보고 있다.
 

일단 변론이 종결되면 판결선고만 남게 되지만 판결선고가 가장 중요한 절차임이 분명하고, 예를 들어 변론종결시에 기피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변론종결 후에라도 기피신청이 가능하여야 하겠으며, 변론종결이 되었다가 변론재개가 될 수도 있으므로 형사소송법상 신청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입법취지와 판례의 입장에 따라 소송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판결선고 직전까지 기피신청이 가능하여야 할 것이다.

 

4. 기피신청의 재판 

(1) 간이기각결정
 

(가) 의 의  
기피신청이 ①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하거나 ② 형사소송법 제19조의 규정에 위배된 때에는 신청을 받은 법원(즉, 합의부) 또는 법관(즉, 수명법관 · 수탁판사 또는 단독판사)이 직접 결정으로 이를 기각하게 되는데(법 제20조 제1항, 규칙 제9조 제2항), 이를 이른바 간이기각결정(簡易棄却決定)이라고 한다.
 

기피신청권이 남용되거나 기피신청이 절차에 위배된 경우에 별도의 재판부에 의하지 않고 소송절차도 정지시키지 않은 상태로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규정이다. 

 

(나) 요 건  
기피신청이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한 때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사안의 성질, 심리의 경과 및 변호인의 소송준비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① 법원의 심리방법이나 태도에 대한 불복신청을 이유로 하는 기피신청, ② 시기에 늦은 기피신청, ③ 이유없음이 명백한 기피신청 등이 거론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19조의 규정에 위배된 때란 수명법관에 대한 기피신청을 소속 합의부에 대하여 한 경우와 같이 신청의 대상을 잘못 정한 경우(법 제19조 제1항), 신청 후 3일 이내에 기피사유를 서면으로 소명하지 않은 경우(동조 제2항), 기피의 원인된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규칙 제9조 제1항)를 말한다.
 

판례에 의하면 기피신청사건에 대하여 이미 판결이 선고된 경우나 이미 직무집행에서 배제되어 있는 법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한 경우에 대해 기피신청이 형식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여 부적법한 것으로 판단하였는데, 이런 경우에도 간이기각결정을 할 수 있다고 하겠다. 

 

(다) 결정에 대한 불복  
간이기각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卽時抗告)를 할 수 있는데(법 제23조 제1항), 이러한 간이기각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는 소송지연을 방지하기 위하여 통상의 즉시항고와 달리 재판의 집행정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동조 제2항). 
즉시항고의 기각결정에 대하여는 재항고(再抗告)할 수 있다(법 제415조).    

 

(2) 의견서의 제출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은 간이기각결정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체없이 기피신청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법 제20조 제2항).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이 기피의 신청이 이유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기피결정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동조 제3항). 

 

(3) 소송진행의 정지
기피신청이 있는 때에는 간이기각결정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송진행을 정지하여야 하고(법 제22조 본문), 기피신청으로 인하여 소송진행이 정지된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算入)하지 아니한다(법 제92조 제3항).
 

정지해야 할 소송진행의 범위와 관련하여 본안(本案)에 대한 소송절차뿐만 아니라 모든 소송절차를 포함한다는 견해와 본안에 대한 소송절차만을 의미하고 구속기간의 갱신과 같은 절차는 포함하지 않는다는 견해로 나뉘고, 판례는 후자의 입장에서 판결의 선고나 구속기간의 갱신은 정지해야할 소송절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지해야 할 소송진행의 범위를 본안에 대한 소송절차로 제한할 이유는 없으며 실제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소송진행이 정지되지 않기 때문에 견해에 따라 다른 결과가 발생하지도 않게 되므로 모든 소송절차를 포함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기피신청이 있더라도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소송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법 제22조 단서). 급속을 요하는 예로는 구속기간의 만료가 임박한 경우, 멸실(滅失)될 우려가 있는 증거를 조사해야 할 경우나 임종(臨終)이 임박한 증인을 신문하여야 할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4) 기피신청사건의 관할
기피신청사건에 대한 재판은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이 소속된 법원의 합의부에서 담당하며,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은 이에 관여하지 못한다(법 제21조 제1항, 제2항).
 

기피신청을 받은 판사의 소속 법원이 합의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때, 예를 들어 법관 3인이 있는 지원에서 1인 이상이 기피신청을 받은 경우 등에는 합의부 구성이 되지 않으므로 직근 상급법원이 담당하게 된다(동조 제3항). 

 

(5)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
기피신청에 대한 재판은 결정(決定)으로 한다. 기피신청이 이유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기피신청을 기각(棄却)하고, 기각한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卽時抗告)를 할 수 있다(법 제23조 제1항).
 

기피신청이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을 당해 사건의 절차에서 제척(除斥)하는 결정을 하고, 이 결정에 대하여는 항고하지 못한다(법 제403조).

 

5. 효 과  


기피신청이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어 위와 같은 제척결정이 있으면 그 법관은 당해 사건의 직무집행으로부터 배제되며 즉시 사건에 대한 재배당절차가 진행하게 된다.
 

그 법관이 사건의 심판에 관여한 때에는 항소이유(법 제361조의5 제7호)와 상고이유(법 제383조 제1호)가 된다. 기피신청을 받은 법관이 기피신청을 이유있다고 인정한 때에도 같다.
 

 위와 같은 결정의 효력발생시기에 대해 기피사유에 따라 제척사유에 해당되는 때에는 소급효가 인정되고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인정된 때에는 결정시에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나 이미 행한 소송행위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발생시기를 소급하는 의미가 없고 그 원인을 정확히 구분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모두 해당될 수도 있으므로 효력발생시기는 그 원인의 구분없이 결정시부터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 핵심사항 : 제척, 기피, 회피,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 간이기각결정, 소송진행의 정지.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3차 시험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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