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명의 경제학-글로벌 시사경제 해설7
상태바
이규명의 경제학-글로벌 시사경제 해설7
  • 법률저널
  • 승인 2013.05.24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엔(¥)의경제학-와타나베부인과 엔 캐리트레이드


글로벌 시사경제 해설 이번 주의 테마는 엔(¥)의경제학-와타나베부인과 엔 캐리트레이드이다. 축구의 종가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감독 퍼거슨경은 27년이라는 장기간 한 팀을 이끌며 수많은 업적을 이루고 올 시즌을 끝으로 역사속으로 물러났다. 그는 그 기간 동안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맨체스터 시티라는 팀을 늘 시끄러운 이웃이라는 표현으로 한 수 아래로 취급하였다. 그 시끄러운 이웃이 지난 시즌에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제치고 리그우승을 차지하며, 단순히 시끄럽기만 한 이웃이 아님을 보여줬던 것을 많은 축구팬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성가시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 이웃 일본이지만, 일본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늘 시끄러운 이웃일지도 모른다. 필자가 일본유학시절 유럽지역에서 온 유학생들은 반농담조로,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한국인이다. 그 이유는 세계의 모든 나라가 일본을 두려운 경쟁상대로 여기는데, 유일하게 한국인은 일본을 아주 우습게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가 어떤 의미에서 그러한 말을 했건 한일관계를 나름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으로 대변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발전을 지속하며 우리는 단지 성가신 이웃이 아님을 경제성장이라는 실적으로 증명한 셈이다. 이번 주에는 이웃 일본에서 그 잃어버린 10년 동안 성행했던 재테크기법인 엔 캐리트레이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엔 캐리드레이드(yen carry trade)


투자의 기본은 금융시장에서 가급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여 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상에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금융의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하는 행위는 국내 금융시장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 글로벌하게 행해지고 있다. 특히 국가별 금리 수준에 차이가 날 경우 국가별 금리차를 이용해 수익을 내고자 하는 투자가들이 늘고 있는데, 이와 같은 형태의 투자행위를 '캐리 트레이드'라고 부른다. 캐리트레이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엔화 차입을 통한 '엔 캐리트레이드 (Yen Carry Trade)'이다. 즉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해 금리차이 만큼 수익을 얻는 거래를 말한다.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은 이후 장기간에 걸쳐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다. 2000년대 들어서도 일본의 경기는 회복되지 않았고, 세계적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일본은 정책금리를 0%까지 낮추었고, 2006년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할 때까지 유지했다. 2004년 이후 다른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되면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일본과 다른 나라 간의 금리차이가 확대됐다. 2006년 영국, 호주, 브라질의 정책금리수준은 5.0%, 6.25%, 13.0%로서 일본의 0.5%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이 시기에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일본 엔화를 차입하여 고금리국가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즉 이자율이 아주 낮아 유동성함정에 빠져있는 일본은 국내에서 적절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했고, 풍부한 여유자금은 일본과 타국간의 금리차를 활용한 엔 캐리트레이드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러한 엔 캐리트레이드는 해외에 투자를 하게 되므로, 금리 차익뿐 만아니라 환율변화에 따른 환차익도 투자시의 중요한 고려대상이였다. 즉, 일본의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상대적으로 투자국 통화의 가치가 고평가되어, 해외투자에 따른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의 초저금리와 엔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은 엔 캐리트레이드를 활성화시킨 두 축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엔 캐리드레이드자금의 흐름은 다음의 그래프1을 통해 확인된다.

 

                                              그래프1 일본의 해외 투자관련 자금의 흐름

 

2. 와타나베부인의 투자 손익계산서


우리나라에서 생활에 여유가 있고 운전에 미숙한 여성운전자들을 김여사라고 부르며, 그들의 이기적이고 미숙한 운전이나 주차행위를 비꼰 김여사시리즈가 유행했던 것처럼, 일본에서 엔 캐리트레이드를 통해 재테크 대열에 참가한 자금여력이 있는 유한마담들을 와타나베부인이라 부른다. '와타나베부인'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개인투자자들도 엔 캐리트레이드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간단한 예를 통해 와타나베부인들이 엔 캐리트레이드를 이용해 얼마나 수익을 올렸는지 알아보자. 분석의 편의를 위해 거래비용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여유자금 1억엔으로, 100¥=1400원의 환율로 환전하여 2005년 한국에 투자한 뒤, 2012년 투자자금을 회수하여 100¥=1100원으로 엔 캐리트레이드를 청산한 와타나베부인의 투자손익계산서를 구해보자. 일본의 금리는 1%이고, 한국의 금리는 6%라고 가정하자.


와타나베부인이 일본에 투자했을 경우. 8년간 1%의 수익을 올렸으므로,  8×0.01×100,000,000=8,000,000엔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금액을 한국에 투자했을 경우, 환율 100¥=1400으로 환전하여 14억원, 한국금리가 6%이므로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를 100¥=1100원으로 환전하면 약 61,090,000엔(금리차에 의한 수익48,000,000엔+환차익13,090,000엔)이 되어, 일본 내에 투자했을 경우보다 약 7.6배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예를 든 경우는 거래비용을 무시한 극단적인 사례가 되겠지만 일본이 초저금리로 유동성함정에 빠져있는 기간 경제적 동물(economic animal)로 유명한 일본인을 대표하는 와타나베부인들은 세계 각국에서 엔 캐리트레이드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렸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본은 평균수명이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이지만 노후대책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노후자금 마련에 대한 고민이 커, 일반적인 서민들도 엔 캐리펀드를 통해 엔 캐리트레이드에 참여한 점을 고려한다면, 잃어버린 수십년간 일본의 와타나베부인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려 노후자금마련에 성공한 셈이다.


3. 엔 캐리트레이드의 경제학적 의미


기관에 의한 엔 트레이드 규모는,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나타나는 일본 소재 금융기관들의 해외 엔화 자산추이나 일본은행 통계에 나타난 일본 소재 비 일본계 은행의 거점간 자산거래 추이를 통해 비교적 쉽게 그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루어지는 엔 캐리트레이드는 그 규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아래 그림1의 자금 흐름도를 통해 그 과정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금 흐름도에서 추정규모가 1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로 큰 편차를 보이는 이유는 캐리트레이드의 실체 파악이 그 만큼 어렵고, 캐리트레이드의 정의에 따라 그 포함범위도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그림1 엔 캐리트레이드의 자금흐름도

다음에서는 이러한 엔 캐리트레이드를 통해 일반적인 캐리트레이드가 가지는 경제학적인 의미를 알아보기로 한다.


어떤 과정을 거치건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할 때는 엔화자금이 일본보다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에 투자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투자국의 통화로 환전되어야 한다. 즉 엔화를 팔고, 투자국 통화를 매입하게 되므로, 엔 캐리트레이드의 규모가 클수록 엔화의 가치하락(환율상승)으로 이어져, 엔화 약세의 폭을 키운다. 또 반대로 엔 캐리트레이드를 청산할 때는 투자국 통화를 팔고 엔화로 환전해야하므로 엔고 현상을 동반하게 된다.


또한 엔 캐리트레이드는 대개의 경우 단기성 자금으로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급격하게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어 경제적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즉 호황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여 급속한 버블을 부추키지만 불황의 징조가 보이면 일시에 청산하게 되어 불황의 골을 깊게 하여 경기변동의 폭을 키우거나 글로벌 불균형을 확대재생산하는 단점을 지적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엔화 자금은 고수익 대상을 찾아 전 세계로 흘러 들어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무차별적으로 투자돼 해당국의 버블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또한 미국 국채의 상당 부문을 엔화자금이 소화하면서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그대로 떠안고 나갈 수 있었지만, 엔 캐리트레이드는 미국의 과도한 경상적자로 대변되는 글로벌 불균형을 더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 즉 2000년대 들어서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확산과정에서 글로벌 불균형을 확대 재생산시킨 엔화자금의 영향도 적지 않다.


이상에서 간단히 엔 캐리트레이드와 와타나베부인의 투자행위를 통해 엔의 경제학의 한 부분을 알아보았다. 우리나라도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여유자금이 생겨난 중산층의 새로운 김여사가, 미국의 Mrs. Smith나 일본의 와타나베부인이 행한 재테크로써의 투자행위를 답습하리라는 것은, 과거의 경험상 틀림없이 일어날 것이다. 좋고 나쁘고의 가치판단을 떠나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동기를 가진 합리적인 소비자의 최적행위를 우리의 김여사들도 멀지 않은 장래에 행할 것이다. 그 때를 대비해 성가신 이웃으로부터 배울 것은 확실히 배워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시기를 대비해 틈틈이 경제학 서적을 읽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규명  베리타스 5급공채 경제학 전임/합격의 터독서실 멘토강사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