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75% 합격률과 로스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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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변호사시험 75% 합격률과 로스쿨의 미래
  • 법률저널
  • 승인 2013.05.0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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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6일 법무부는 제2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응시자(2,046명) 대비 75.17%, 정원(2,000명) 대비 76.9%로 확정하고 1,548명의 명단을 공고했다. 금번 시험에 응시한 1, 2기 로스쿨생 2,046명은 보다 높은 합격률을 기대하며 노심초사 이날을 기다렸지만 결국 법무부는 지난해 예고한 대로 ‘정원 대비 75%’에 근접한 비율에서 합격자를 사정했다.


금번 응시생들은 일주일 앞서 발표된 금년도 사법시험 제1차시험에서 수험생들의 증원요청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것을 확인하면서부터 법무부 변호사시험 참여마당을 통해 ‘응시자 대비 90%’ 합격률에 무게를 두고 의견들을 쏟아냈지만 결국 무산됐다. 물론 그 이전부터 학생회, 로스쿨협의회 등을 통해 지난해보다 더 높은 합격률을 주장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합격증원은 ‘정원 대비 75%’를 유지할 경우, 향후 합격률은 급격히 하락하고 특히 금번 2회 시험부터 500여명이 불합격한다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26일 합격자가 발표되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탈락한 응시생들뿐만 아니라 재학생, 심지어 교수들까지 분통을 쏟아내고 있다.


아울러 내년 제3회 합격률 역시 올해와 비슷한 비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법무부가 밝힘에 따라 분위기는 더욱 팽팽해지고 있는 상황. 25개 로스쿨 중 전국 평균 이상의 합격률을 보인 로스쿨들은 비교적 안도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반면 저조한 성적을 보인 로스쿨들은 연일 대책회의로 분주하다. 또 일부 로스쿨은 학생들과 대학간의 힘겨루기에 접어들었고 학생들은 향후 합격을 위한 권리 찾기에 나서기 시작하고 있다. 대학측은 학생들과의 불협화음을 피하되 합격률 향상을 위한 묘책짜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로스쿨측은 보다 큰 고민에 빠졌다. 그렇잖아도 ‘로스쿨의 고시학원화’를 우려하고 있는 마당에 현재와 같은 합격률이 유지된다면 ‘교육을 통한’ 법조인력 양성이라는 로스쿨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만 해도 약 2500명이 응시해 이 중 1000명은 불합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과목에만 매달린다는 예측이다. 또 상당수 학생들은 학원 강좌 또는 동영상 강의에 몰두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로스쿨의 고민은 비단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막대한 투자를 들인 로스쿨이 높은 합격률을 내지 못할 경우, 대학 전체의 따가운 시선도 피하기 어렵다. 혹여 합격률이 지속적으로 저조할 경우 로스쿨 입시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없다는 푸념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여러 기회비용 차원에서 합격률이 낮아지면 질수록 졸업에 대한 회의감과 자퇴충동이 높아질 것이며 다양하고 전문적인 법학공부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절망도 떨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고 법무부로서도 대책이 없어 보인다. 지금도 신규 변호사가 많다며 배수진을 치는 법조계와 맞서야 할 판에 로스쿨측의 증원요청을 대책 없이 받아들일 수만도 없다. 법무부가 “로스쿨 1기생의 5년 5회 응시제한이 마무리되는 2016년까지는 변호사시험의 과도기적 운영이 불가피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합격률 예고제를 로스쿨 출범 직전부터 예고했고 또 시행 첫해부터 적용해 온 탓이다. 제도를 운영하는 정부기관으로서도, 교육기관으로서도, 이를 나름 믿고 입학한 학생들로서도 참으로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다. 기자가 느끼는 정도가 이 정도인데 정작 당사자들은 어떠할까 싶다. 좀 더 지켜보는 것 외에는 답이 없을 듯하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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