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일의학박사/암전문의/서울메디컬·랩원장
사람들은 불편한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가면 신경성이다 별 이상이 없다고 듣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들은 매년 정기검진을 받지만 그 결과 특별한 소견이 지적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또 어떤 사람들은 거대병원의 종합검진 회원으로 등록되어 정규적으로 확인을 받았지만 계속 불편감을 느끼며 지낸다. 심한 경우에는 정상 종합검진 판정 이후 불과 수일 이내에 큰병이 와서 입원하거나, 암이나 백혈병으로 진단되어 맥없이 죽는 경우도 있다.
왜 이토록 실제 질병상태와 검진결과가 일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을까?
그것은 사실 모두가 각 개인의 탓이다. 그리고 병원과 의사도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유행과 화제거리에 이끌리는 정책에도 큰 탓이 있다. 도대체 이런 것들이 왜 생겨났을까?
첫째, 각 개인의 특성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사람마다 생김새나 식성이나 습관이 각각 다르다. 하지만 검사는 누구나 똑같은 것을 하라고 미리 검진표가 만들어져 나오고 있다.
각 개인의 불편한 정도나 상태, 특징 등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필요한 검사를 못 받는 경우도 많고 불필요한 검사를 요식행위로 받아야 되는 경우도 많다.
둘째, 검사항목의 선택에 오류가 있다. 대부분의 단체검진 항목들은 행정기관에 의해서 이미 결정되어져 있는데, 이것은 이전부터 수 년 또는 수십 년 동안 단습되어온 검사항목들이다. 검사받는 사람이나 검사하는 사람이나 그것이 다른 검사보다 더 중요하거나 더 우선적인지를 알아볼려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검진을 받고 그냥 검사를 해낸다.
셋째, 검사도 유행에 따라 하고 있다. 어떤 질병이든 암이든 그것은 민족과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무슨 검사나 시술이 유행한다고 하면 우리도 곧 그걸 하려고 덤빈다. 어떤 병원에서 무슨 검사를 해서 잘 된다고 하면 다른 병원도 그걸 똑같이 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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