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명의 경제학-글로벌 시사경제 해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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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명의 경제학-글로벌 시사경제 해설5
  • 법률저널
  • 승인 2013.05.0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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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엔저정책과 근린궁핍화


글로벌 시사경제 다섯 번째 주제로, 최근 연일 매스컴에 등장하고 있는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해서 알아본다. 많은 언론들이 엔저현상이라고 명칭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해 현상은 아니다. 강한 일본을 표방하고 등장한 보수 자민당의 아베신조 수상의 정치적 소신에 따른 경제정책이므로 현상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본의 엔저정책의 배경에 대해서 알아보고 엔저정책이 가지는 근린궁핍화 정책적 성격에 대해 분석한 뒤, 게임이론의 프레임으로 시사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일본의 엔저정책=아베노믹스


환율이란 일국의 통화와 타국 통화와의 교환비율이라는 것은 경제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도 알고 있는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환율의 상승이 자국통화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는 점은 경제학 초심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은 경제학을 강의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즉 환율의 상승은 자국통화가치의 하락을, 환율의 하락은 자국통화가치의 상승을 의미한다. 또 평가절하와 평가절상을 환율상승과 환율하락이라는 개념과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여 고정 환율제하에서 환율을 변경시키는 평가절상이나 평가절하는, 변동환율제하의 외환시장에서 외환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환율의 변동을 의미하는 환율상승이나 환율하락의 개념과는 구분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칼럼의 주제인 일본의 엔저정책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외환시장에 일본정부가 의도적으로 개입하여 환율의 상승 즉 일본 엔의 가치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정책으로2012년 하반기 새로 집권한 자민당 아베정권의 경제정책의 핵심내용이다. 아베정권의 강력한 엔저 드라이브정책은 20년 이상 지속되어온 장기불황을 극복하고 강한 일본을 재건하여 상처받은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보수정치인들의 강한 의지의 표출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아베총리의 강한 엔저정책은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거노믹스에 빗대어 아베노믹스라는 명칭으로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번의 엔저정책의 실시 배경에는, 에즈라 포겔의 저서  “JAPAN AS NUMBER ONE”으로 대변되던 1980년대 초 강한 일본의 이미지가 형성된 후, 플라자합의 이후 미국과 유럽에 의해 엔 고평가가 강요되어왔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일본내 보수주의자들의 보상심리도 일부 작용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아베정권의 엔저정책추진의지는 단호하고 강력하다.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화폐공급량을 늘려나가겠다는 총리의 의지를 반영하여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적극적으로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화폐금융정책으로, 일본은행에 의한 화폐공급량의 확대와 채권의 무제한 매입을 발표하였다. 통화공급량을 늘여 LM곡선을 우측 이동시키는 정책은 변동환율제하에서 그 효력이 강력하다는 것은 경제학을 공부한 수험생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12년 138조 엔(한화 1,639조원)이었던 화폐 공급량을 2013년 말까지 약 2배인 270조엔(한화 3,200조원)까지 확대하기로 했고, 장기 국채도 전년대비 2배 이상인 190조엔(한화 2,260조원)규모로 매입하여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둘째, 재정정책으로, 추경예산 규모를 확대하고(정부지출G의 증가로 인한 IS곡선의 우측이동), 셋째, 물가정책으로, 관리목표를 1%에서 2%로 상승시켜,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감수하고서라도 경기를 활성화 시키고 실업률을 낮추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이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사이의 트레이드 오프관계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책이다.
이러한 아베노믹스의 가시적인 성과는 다음의 그래프1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1 양적완화 전후의 달러대비 엔화 환율의 추이
자료출처: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최근 엔화약세의 영향 및 대응방안

 

즉 '12년 9월말 77.4엔에서 '12년 말 86.5엔, 올해 3월 96.4엔으로 약 18% 상승한 것으로, 개도국이 아닌 선진국에서 이처럼 급격한 환율상승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다.

 

2. 엔저정책과 근린궁핍화정책


그렇다면 엔저정책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경상수지와 관련한 영향을 들 수 있다. 엔저정책으로 외화표시 일본제품의 가격은 하락하고 엔화표시 외국제품의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일본제품의 수출경쟁력(특히 가격경쟁력)이 강화되어 수출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하게 되어 경상수지 개선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다음으로 기업의 직접투자자금조달처인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들 수 있다. 수출증대와 내수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되면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여겨 주가는 상승하게 되고, 기업의 차입비용도 하락하게 된다. 실제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4년 4개월 만에 일본 주식시장도 활황을 맞고 있다. 닛케이225지수는 2012년 11월 초 8,600선에서 최근 11,500선 까지 상승하여, 3개월 여 만에 약 30%나 급등했다.


그 외에도 엔저정책은 경제의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데, 한 예로 관광 및 서비스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보자. 엔저로 해외여행관련 비용의 증가로 해외관광객수는 감소할 것이고 오히려 일본으로 여행하는 외국관광객수는 증가할 것이다. 외국관광객의 증가는 호텔, 음식업 및 여행관련 산업의 일자리를 증가시키고, 관광관련 소비증가는 일본 내수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엔저가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하였지만, 수입품에 대한 국내가격은 상승하여 수입관련산업에서는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고 그로인해 값싼 수입품을 소비하는 서민층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도 있다. 또한 부채상환과 관련된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일본의 GDP대비 부채비율은 약 230%로, 유럽의 경제불안을 야기한 그리스의 국가채무비율 130%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일본의 국가채무의 대부분은 자국민에 의한 것이고, 금리도 아주 낮아서 단순 비교는 무리가 따르지만, 앞에서 본바와 같이 단기간에 18%의 엔저는 해외채무를 18%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뿐만아니라 화폐증발을 통한 인위적인 환율상승이나 금리인상,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등은 국제사회에서 일본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일본의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의한 일본의 인위적인 엔저정책은 자국의 불황타개를 위하여 타국의 실업 및 경기악화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학에서는, 세계경제 전체가 침체하여 각국이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국제수지 개선책으로, 타국의 희생을 토대로 자국의 경기회복을 도모하려는 대외 경제정책을 근린궁핍화정책(beggar thy neighbor policy)이라고 한다. 환율인상 임금인하 수출보조금지급 등을 통해 수출을 증진시키고,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쿼터제를 시행함으로써 수입을 억제하는 정책들이 주로 사용된다. 영국의 여성 케인즈주의 경제학자 J.V.로빈슨이 〈실업이론에 관한 논의 Essays in the Theory of Unemployment〉라는 저서에서 명명한 개념으로 상대방의 카드를 전부 빼앗는 것을 의미하는 트럼프 용어 'beggar-my-neighbor'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근린궁핍화 정책의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고 소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상대국의 수출이 줄어들면 소득이 감소하고, 그에 따라 그 국가의 수입 또한 줄어들게 되므로 이는 다시 자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무역상대국이 각종 보복정책을 취할 경우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수 도 있다. 국제적으로 경제침체가 극심한 상황에서 한 나라가 이러한 정책을 채택하게 되면, 다른 나라들도 역시 같은 형태의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므로, 결국 무역이 극도로 침체되고 그에 따라 각국의 경제상황은 더욱 극심한 후생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3. 엔저정책과 죄수의 딜레마


앞에서 인위적인 엔저정책은 타국의 희생을 토대로 자국의 경기회복을 도모하는 대외 경제정책으로 근린궁핍화정책의 성격을 가짐을 설명하였다. 이러한 인위적인 환율정책은, 국제적인 신뢰와 협조에 입각하여 비교우위에 따라 무역이 이루어지는 상황과 비교하여 국제적 후생수준의 감소를 초래한다. 이는 잘 알려진 게임이론의 프레임을 통해서도 설명가능하다. 두 죄수가 서로를 신뢰하여 보다 높은 효용수준의 결과를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불신으로 보다 낮은 효용수준을 가져오는 균형점을 선택하게 된다는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인위적인 엔저 정책을 실시하지 않고 교역을 통해 보다 높은 후생수준에 도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익에 집착한 나머지 장기적으로 더 낮은 균형점에서 후생을 얻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간 교역이 일회로 거치지 않고 되풀이되는 반복게임이며, 상대방의 보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인위적인 엔저정책은 죄수의 딜레마가 시사하는 것처럼 결코 최상의 후생을 누리게 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상에서 간략히 일본의 엔저정책과 관련하여 알아보았다. 일본의 엔저정책에 대해 아베노믹스라는 언론적 용어를 사용하였으나,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거노믹스가 공급중시의 경제학이라는 경제학적 이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아베노믹스는 1930년대의 세계적 대공황이후에 유행했었던 근린궁핍화정책의 답습으로 끝날 뿐 전혀 새로운 경제적 이론을 갖고 있지 못하다. 또한 아베노믹스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수출증가와 내수진작으로 일본경제가 회복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으나 인위적 환율의 조작은 부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도쿄대 우에다 가즈오 교수의 “강력한 금융완화와 확장적 재정정책의 조합이 야기할 리스크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는게 역사의 교훈”이라는 충고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무리한 금융 완화와 인위적 경기부양책이 세수확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재정건전성 악화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여 세계적 환율전쟁과 불황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규명  베리타스 5급공채 경제학 전임/합격의 터독서실 멘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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