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생중계로 사법부 신뢰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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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생중계로 사법부 신뢰 회복해야”
  • 김현
  • 승인 2013.04.12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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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2011년 미국 플로리다주 법원 배심원단은 케이시 앤써니(25)가 자신의 두 살된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데 대하여 무죄평결을 내렸고, 이 재판 과정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었다. 어린 딸을 살해한 혐의가 짙은 데도 파티를 즐겼다는 파티맘 사건을 보고 양 대법원장은 깊은 인상을 받아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 한해 재판을 생중계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 2013년 3월 베트남 여인의 자녀 국외이송약취사건과 관련해 사법사상 최초로 대법원의 변론이 방송과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건의 심리를 공개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투명하고 열린 사법을 이루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국민이 안방에서 재판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열린 재판’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는 재판공개의 원칙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법원조직법 제59조는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촬영·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함으로써 재판이 일반에게 공개되는 것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었다. 바쁜 생활에서 시간을 쪼개 나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사건을 법정까지 가서 참관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은 재판장 허락이 있더라도 변론개시 전까지만 촬영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일반인이 재판의 실제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번에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 제7조의 2(재판장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법원 변론을 인터넷, 텔레비전 등 방송통신매체를 통하여 방송하게 할 수 있다)가 신설되어 진정한 공개재판이 가능하게 되었다. 독재국가의 재판은 공개하기가 쉽지 않다. 재판 절차가 비민주적이고 재판의 내용에 정당성이 부족하여 공개하는데 자신이 없고, 자칫하면 일반국민을 자극해  체제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에서 소송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는 것은 여론의 감시 하에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소송당사자의 인권을 보장하며, 나아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데 의의가 있다. 그 동안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건에 대한 재판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생중계로 국민의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우리 법원은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등 주요사건 위주로 피고의 법정 입장 등 공판 일부만 공개를 해왔다. 반면에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전 과정을 방송으로 생중계했다. 미국은 워싱턴 D.C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판에 대한 방송을 허용하고, 연방대법원 사건의 경우 재판 과정을 녹음한 음성 파일을 법원 정보 사이트(www.oyez.org)에 올린다. 영국은 2011년부터 재판방송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며, 생중계는 아니지만 올해 1월부터 모든 대법원 판결을 5분 분량 영상물로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한다. 호주는 1981년에 첫 TV 재판을 허용한 이래 특별한 경우 제한된 형태로 재판과정에 대한 녹화와 방송이 허용된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일본은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해 재판내용 방송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번 생중계를 계기로 국민들이 활발한 법리논쟁을 벌이며 대법관들과 함께 사회 문제를 고민해봄으로써 법원과 재판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재판을 생중계하면 법관은 명확하고 쉬운 용어를 사용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판을 진행하게 되고, 소위 막말판사도 사라질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08년부터 강력하게 시행해온 법관평가 제도도 바로 이를 목표로 한 것이다. 또 중계방송을 통해 국민들이 사법에 대해 학습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 사회엔 불필요한 비밀주의가 너무 만연해 있다. 법원이 보다 자신있는 태도로 대부분의 재판과 판결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사법부와 국민과의 거리가 좁혀진다. 만약 프라이버시가 문제라면 당사자의 동의를 받거나 실명 사용을 제한하면 된다. 재판 생중계는 이제 시작이다. 어려운 결정을 한 대법원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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