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원의 ‘열린 법정’ 용단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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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원의 ‘열린 법정’ 용단을 응원한다.
  • 법률저널
  • 승인 2013.04.0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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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공자의 논어 첫 구절로서 ‘배우고 시기에 맞게 그것을 익힌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하겠는가’라는 의미다. “이론으로 배운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실습해보는 일,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추상적이어도 너무 추상적인 것이 우리의 법학이다. 대륙법을 계승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웬만한 국민도 다 아는 사실이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판결이 집대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법이론을 탄생시켜 다시 판결로 이어지는 것을 흔히 영미법계라고 한다. 하지만 기자는 이같은 영미법 위에 보다 촘촘한 이론을 쌓아올려 마치 피라미드처럼 탄탄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 대륙법의 체계인 것으로 줏어들어 왔다.


영미법이든 대륙법이든 잘만 활용하면 어느 것이든 좋은 법이다. 오히려 대륙법 체계가 오히려 법학을 이해하는데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꽤나 많다. 대륙법계 또한 법 경험칙이 모이고 모여 집대성됐고 실타래만 잘 풀면 일사천리라는 법학자들의 얘기를 종종 들어왔다.


문제는 어느 체계를 따르던, 사례 또는 판례가 없는 법학의 교육 및 학습법은 공허하다는 점이다. 아무리 천재적인 머리를 가져 법리를 꿰뚫고 있어도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천태만상이어서 이를 팔만대장경만큼의 판례집과 이론서가 있다고 한들 기계적으로 꿰맞출 수는 없는 법이다. 사례를 풀어보고 또 실제 사건을 접해 봐야만 진정한 법공부가 되는 셈이다. 법학은 삶에 적용하기 위한 학문이며 실무법 또한 구체적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대륙법계 체제에 따른 법교육을 방치한 채, 무조건 영미식을 쫓을 이유도 없다. 아쉬운 것은 그동안 실무를 교육과정에서 너무 멀리했고 4년의 법과대를 졸업해도 이웃에서 발생하는 분쟁에 대해 조언조차 쉽사리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이론과 실무를 접목시켜 단 기간에 양질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로스쿨 또한 기존 법과대 교육시스템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한결같다. 언젠가부터 헌법재판소,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이 열리기 시작했고 로스쿨 출범 5년을 맞아 확산 분위기다. 지난 3월 21일 사상 첫 공개변론 중계방송을 실시했고 28일에는 서울고등법원이 연세대 로스쿨 모의법정에서 실제 재판을 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달 10일, 비슷한 방식의 열린 법정을 연다고 한다. 또 오는 22일부터는 서울 소재 로스쿨 학생들을 초빙, 보다 교육적인 열린 법정을 개최한다고 한다.


환영하고 또 환영할 일이다. 이를 통해 법을 배우는 학생들은 원고, 피고간의 공방을 통해 법리를 배우고, 실제 재판절차를 간접 체험하게 된다. 단순히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살아있는 교육이며 비용도 들지 않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인 셈이다. 백 번 들은 들 한 번 봄만 못하고 백 번 본들 한 번 해본 것만 못하지 않겠는가. 일치감치 법조계가 이같은 적극성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이젠 한발 더 나아가, 소송당사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조건하에서 민사, 형사 분야로까지 ‘열린 법정’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을 법원에 주문한다. 법과대나 로스쿨에서도 모의재판이 열린다. 또 간헐적으로 법원 견학과 법정 방청도 있어왔지만 그동안 체험학습에도 못 미치는 관광학습 정도에 머물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이 과연 로스쿨 선진국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부러운 것은 오래전부터 주대법원은 물론 연방대법원도 열린 법정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시스템이 좋고 나쁘고 가 아닌, 이같은 앞서간 깨침이 솔직히 탐나고 부러울 뿐이다. 우리 법원의 용단을 환영하며 응원한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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