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성 법률가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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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성 법률가에 거는 기대
  • 법률저널
  • 승인 2013.04.0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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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법대 헌법학 교수

 

1970년대까지만 해도 법과대학에 여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심지어 여학생이 없는 학년도 있었다. 그런데 2천 년대에 이르러 법대 여학생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다. 대부분의 법대는 여학생이 40%를 돌파하고 이에 따라 사법시험 합격자 숫자도 40%대에 이르렀다. 사법시험뿐 아니라 행정·입법·외무 고시에도 여성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공직에서 여성채용목표제를 실시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남저여고 현상이 뚜렷하다. 이공계도 전통적으로 여성이 강세인 약대는 말할 것도 없고 의대·치대에도 여학생이 넘쳐난다. 사회 각 영역에도 여성의 진출이 현저하다. 동아시아나 중남미에서 여성 대통령이 등장하기는 했어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는 여태껏 직선대통령은 남성의 독무대였다. 그런데 마침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였다. 그런 점에서 새로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기대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여학생 강세 현상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마침내 2013년도 서울대 로스쿨의 신입생은 여학생이 50%를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그야말로 21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전개될 모양이다. 아직까지는 전체 2,738명의 판사 중에서 여성은 733명(26.7%)에 불과하고, 전체 1,865명의 검사 중에서 여성은 440명(23.65)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의 로스쿨이나 사법연수원 출신들이 졸업할 즈음이면 신규 진입은 여성이 남성을 초과할 가능성이 근접해 있다.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에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여성이 등용되었지만 아직까지는 특별 우대적 성격이 짙다. 하지만 최고사법기관에도 조만간 여성이 지배할 시기가 도래할 것 같다.

유교국가적 틀에 갇힌 대한민국 여성들이 기지개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살아왔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성상위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것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영역에서도 여성들의 진출이 현저하다. 특히 법학계 및 법조계에 여성 진출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은 그 어느 직역보다도 섬세함을 요구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여성의 부드러운 손길이 법률가로서 직업적합도가 매우 높다. 실제로 영미법과 대륙법의 선구적인 국가에서도 이미 재판부는 여성중심으로 작동한지 오래이다. 재판과정에서 양측 당사자의 주장을 끝까지 경청하는 여성법조인의 어머니와 같은 손길이 필요하다. 변호사단체의 우수법관 평가에서도 법정에서 당사자의 진술을 경청해 주는 법관을 최고로 꼽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검사직의 여성 증대에 대해서는 희망과 우려가 교차하는 것 같다. 검사의 가장 중요한 일은 수사라 할 수 있다. 수사는 범죄혐의자를 상대로 범죄혐의를 추궁하여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힘든 과정이다. 따라서 연약한 여성들이 거친 범죄혐의자를 상대로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성 검사들의 섬세한 판단을 통해서 오히려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체력적으로 힘든 수사를 진행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최근 검찰도 직접 인지수사 보다는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통하여 공소유지에 책임감을 더해 가고 있기 때문에 발전적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 본다. 특히 경찰에도 여성경찰관시대를 새롭게 열어가고 있다. 치안총수 다음 직급인 치안정감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등용은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강압 수사보다는 인권존중 수사로 이행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수사에도 여성의 섬세한 손길이 장점으로 작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조인이야말로 다른 그 어느 직역보다도 능력에 따라 일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직종이라는 점에서 여성법조인의 분발을 바라마지 않는다. 안에서 뿐 아니라 밖으로도 눈을 돌려 대한민국 여성법률가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펼쳐 보일 때가 되었다. 최근 전 대법관이 여성법률가의 어려운 실상을 설명하다가 여성비하라는 구설수에 올랐다. 여성법률가들이 온전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출산·육아에 대한 배려가 더욱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법률가들조차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하다면 남녀평등의 현실적 구현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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