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학계, 터질 것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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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학계, 터질 것이 터졌다.
  • 법률저널
  • 승인 2013.03.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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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2009년 한국의 법학교육이 로스쿨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로스쿨에 진입하지 못한 전국 70여 법과(학)대학 700여명의 교수들은 전통법학을 지켜온 자부심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허전감 또한 짙었을 것이다. 또 전국 수만의 법과대 재학생 및 한 때 법조인을 꿈꾸었던 기존 법과대 졸업생들 또한 다가오는 사법시험 폐지로 인한 허탈감 역시 클 것이다. 


급기야 로스쿨 인가를 받지 못한 일부 법과대는 인가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소송을 진행했고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1월 30일 치러진 제11대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선거에서는 단독 출마한 이관희 경찰대 교수가 회장으로 추대되어 1월1일부터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로스쿨, 비로스쿨간의 불협화음과 의결정족수 부족 등의 문제로 소송으로까지 비화, 결국 회장직을 상실했고 지난 2월 19일 재선거에 다시 출마했지만 배병일 영남대 교수에게 근소한 차로 낙선했다. 이같은 법학계의 어수선함은 비로스쿨 일부 법과대 주축으로 지난 3.1절 독립기념일에 가칭 ‘대한법학교수회’ 발기위원회를 개최했고 지난 22일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전국 1천6백여 조교수 이상 법학교수를 대표하는 50년 전통의 ‘한국법학교수회’와 별도의 법학교수회가 탄생했다. 로스쿨과의 협력을 통한 법학발전, 사법시험 존치 및 로스쿨 법학사 2년과정을 관철시켜 전통법학의 계승·발전을 꾀한다는 이유다.


기자는 그동안 수회에 걸쳐 법학계의 분열을 우려해 왔다. 로스쿨·비로스쿨간, 서울권로스쿨·지방로스쿨간, 이론교수·실무교수간, 로스쿨유치 추진대학과 비추진대학간 등 얽히고설켜도 너무 심해 염려스러웠다. 로스쿨 출범과 사법시험 폐지가 발단이다. 2007년 하순부터 로스쿨인가 전쟁 때부터의 작은 눈덩이가 불과 5년만에 북극의 빙하를 방불케 할 정도로 차갑고 두터워 진 셈이다.


이번 대한법학교수회 창립에 대해 한 법과대 교수는 “과연 로스쿨 교수들이 법과대 교수를 법학교육의 주체로 인정을 하는지 의문스럽다”며 당위론을 폈다. 기자가 로스쿨 교수들로부터 종종 듣던 “로스쿨은 사관학교, 법과대는 제3사관학교”라는 투의 빈정거림에 대한 돌직구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그만큼 양 교육기관간의 접점찾기가 어렵고 대립이 첨예하다는 뜻이다.


최근 신림동 고시촌에서 만난 한 사시생은 “비록 명망 높은 법과대학을 나오진 못했지만 법조인에 대한 열망만은 그 누구 못지않다”며 “4년간 법학과에서 헌법은 국가설립과 사회조직을 배웠고, 행정법을 통해서는 행정작용을 알았고 민사법을 통해 개인간의 권리와 더불어 사는 사회의 시발점을 배웠다”고 법학도로서의 자랑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비록 사법시험을 포기하더라도 사회 어느 곳에 가든, 사회와 국가를 아는, 유능한 인재가 될 것”이라며 “그것은 법학을 수학한 제 자신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라는 자신감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2009년 5월, 기자는 본란에서 법학계가 합심해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양 교육기관 모두 자승자박의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따지고 보면 법학계 역사상, 로스쿨 인가대학의 기존 법과대학이 큰집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비로스쿨 법과대학에서도 그동안 12~13%의 법조인을 배출했고 또 사회 적재적소에서 법치사회에 기여하는 숱한 법학도들을 배출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4월 9일, 로스쿨은 애써 키운 자식을 사회로 내보내기 위한 취업박람회를 하고 한편에서는 법과대 발전과 법조진입 기회균등을 위한 ‘예비시험’ 도입여부를 위한 공청회를 연다고 하니, 참으로 기막힌 현실이다. 로스쿨측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과제인 듯싶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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