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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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봅니까? (8)
  • 법률저널
  • 승인 2013.03.0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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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2012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대한민국에 핵분열에 가까운 연쇄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자체적인 핵무장론에서 전술핵 재배치론과 정밀타격시스템과 방어체계구축에 이르기까지 안보문제에 관한 논의가 확장되면서 다시 한번 남남갈등을 재생산했다. 박근혜정부의 출범이전에 북한은 전략적인 선택을 했고 이 선택은 남측에 대해 갈등증폭과 정치적 부담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행동은 전략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3월 4일에는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내정자가 장관내정자직을 사퇴하였다. 박근혜정부가 제안해 둔 정부조직법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고 아직 본격적인 정부구성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내정자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던 의지를 접고 판을 뒤집어엎었다. IT 분야에서의 입지전적인 성공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선에서 주목을 받았던 김전내정자는 국회와 한국정치가 가진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그래서 자신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로 대한민국의 정치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후 사퇴의 비하인드 스토리부터시작해서 양보하지 않는 야당에 대한 비판을 거쳐 한국의회정치의 본질적인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란을 가져오면서 정치논쟁을 활성화하고 있다.
 

다음 날인 3월 5일에는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4월 24일에 치룰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안철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무소속 송호창의원이 밝혔다. 정치인 안철수의 복귀를 알려온 것이다. 안철수 전후보가 출마를 하겠다고 밝힌 노원병 지역은 노회찬의원이 일명 ‘삼성X파일사건’으로 얼마 전 의원직을 상실한 지역이기 때문에 이 또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백의종군을 하겠다는 그가 부산영도에서 출마해서 격렬한 선거전을 치루고 승전보를 울리면서 다시 정치전선에 복귀하는 아름다운 그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다. 반대편에는 안후보가 대선후보로서 보여준 지지를 감안할 때 다음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서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자칫 피를 흘리고 주저앉게 되는 것 보다는 안전하게 의원직을 확보하고 정치무대에 복귀하여 신당을 구축하면서 세를 불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 있다. 양 입장은 안철수 전후보의 발표와 동시에 논쟁을 가속화하면서 팽팽한 긴장을 보여주고 있다. 위의 이슈들에서 공통적인 것은 한국 정치를 다시 거대한 논쟁의 용광로에 던져 넣었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인 3월 2일에는 미군병사 3명이 경찰검문에 불응해 이태원에서 자양동까지 시속 150km로 질주하면서 경찰 1명과 시민 2명을 다치게 하고 자신들의 미군부대로 도망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태원과 미군부대주변에서의 미군들의 범죄라는 해묵은 골치덩어리가 다시 튀어나온 것이다. 한국내의 주한미군 범죄에 따른 미군에 대한 악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다음 주인 3월 11일에는 한국과 미국이 키리졸브 훈련을 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이를 두고 3월 5일 북한은 북한군 최고사령부 대변인명의로 발표한 성명에서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남한군 고위당국자의 발언을 이유로 거론하며 ‘강력한 실제적인 2, 3차 대응조치’와 ‘정전협정 백지화’와 ‘판문점대표부 활동 중지 및 북미 군 통신선 차단’ 등의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질적인 군사조치를 명령하는 군 최고사령부 이름으로 이뤄졌다는 점과 이를 발표한 인물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포격 사건을 지휘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했다는 점에서 이번 위협의 신뢰성이 높다. 게다가 이 발표는 5일 열리는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우산 (Sanctions Umbrella)에 동참할 것이라고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 의미를 가진다.
  

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1월 달의 안보리 결의 2087호를 위반하자 안보리도 추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 이에 중국도 적극적인 제재방침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한국과 미국에 알려왔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한국의 안보리의장국 종료 리셉션에서 한국의 김숙 유엔주재대사가 리바오둥(李保東) 유엔 중국 대사와 비탈리 츄르킨 러시아 대사와 연쇄 회동을 하면서 대북결의안에 관한 원칙적인 지지를 끌어내었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게다가 이번 달에 안보리 의장국이 러시아라는 점도 북한 문제를 안보리에서 제재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이 된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비탈리 츄르킨 대사는 대북 재재안을 금명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겐나디 가틸르포 러시아 부외무상도 인테르팍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사일과 핵문제의 영역에 국한된 것이라면 우리는 결의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3월 5일자로 발표한 북한의 성명은 북한 군의 대규모군사훈련과 연결되어 남측에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물론 한미연합훈련이 있을 때 마다 정례적으로 북한이 해온 수사적인 위협이 있었다는 점과 한미훈련이 있으면 북한군이 대응훈련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과 한미연합훈련이 있는 동안 북한은 준전시상태에 들어가 등화관제부터 시작해서 폭격대피훈련까지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대응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게다가 미국의 농구스타인 데니스 로드맨이 평양에 방문해서 자본주의의 상징인 코카콜라를 앞에 두고 김정은과 담소를 나누었던 장면과 로드맨이 전한 김정은이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 것을 떠올리면 북한에 대한 그림이 잘 안 맞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 핵실험까지를 포함하면 한 달이 채 안된 시기이고 좀 더 짧게 잡으면 3월 2일의 주한미군병사의 범죄에서부터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5일 밤까지 4일정도의 시간 동안에 정말이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 중 몇 가지는 예측이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이고 몇 가지는 도저히 예측이 안 되는 일들이다. 이런 사건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은 ‘불확실성의 증대’라는 주제다. 우리가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을 뛰어 넘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이야기를 연장하면 한국의 사회현상과 정치현상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성과 사회과학. 한 쪽은 알기 어렵고 설명(explain)하기는 더욱 어렵고 예측(predict)은 더더구나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사회를 작동시키는 일반화된 규칙발견을 통해 사회과학은 사회문제점들을 설명하고자 하고 예측하고자 하며 정책적 개선을 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양자는 양립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하여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행정학, 심리학, 교육학 등 15개 사회과학문야 학회의 협의체인 한국사회과학협의회가 언론사 중앙SUNDAY와 공동으로 만든 것이 ‘한국사회대논쟁’이다. 그리고 이 논의의 결과를 담아낸 책이 『한국사회대논쟁: 한국의 대표 석학 51인, 미래를 진단하다』 (한국사회과학협의회?중앙SUNDAY공동기획, 메디치, 2012년)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든 이 책은 크게 3가지 분야를 다룬다. 먼저 외교안보와 정치분야에서 G2시대와 한국대외정책, 북한문제, 한국대의민주주의의 위기, 정부불신문제라는 4가지 세부주제를 다룬다. 두 번째 경제 분야에서는 자본주의의 미래, 글로벌 경제위기, 재벌개혁, 일자리창출이라는 4가지 세부주제를 다룬다. 마지막 사회분야에서는 한국형복지정책, SNS와 정당정치도전, 세대갈등이라는 3가지 세부주제를 다루면서 책을 마무리 하고 있다.
 

지난 시간까지 다루었던 주제들은 국외 학자들이 바라보는 한국문제들이었다. 교육, 복지, 통일, 국가라는 이슈들을 통해서 외부의 관점에서 보게 되는 한국사회가 가진 문제의 본질이었다. 한국에 대한 외부적인 시각은 다른 관점의 신선한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이 바라볼 때 생기는 문제점이나 좀 더 객관화된 한국의 평가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었다.
 

이제는 시각을 돌려서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소개할까 한다. 이 책이 다루는 논의의 주제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또한 논의의 진행방향이나 정책적 지향점 역시  적절하다. 하지만 인터뷰방식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들은 저자들의 주장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적 근거를 완전히 담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좀 더 논쟁적일 수 있는 부분들이 토론을 통해 어떤 결과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기보다 큰 틀에서 논의의 방향과 줄기를 잡아주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하지만 한국이 고민할 문제들의 범위와 방향을 정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그런 점에서 다음 시간부터는 이 책의 주제들에 대해서 소개해 가면서 한국사회의 대논쟁이 되는 이슈들을 비판적으로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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