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교육과 변호사시험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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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교육과 변호사시험의 기본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3.02.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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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명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 개원한지 올해로 5년을 맞는다. 개원 당시 과연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러웠는데, 최근 박근혜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공직후보자의 검증과정에서 들어난 법조인들의 행태를 보면 처음부터 달성하기가 불가능한 목적을 설정한 것이 아닌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법조인출신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풍부한 교양,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이 없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법조인이기 이전에 공직자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질조차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이러한 ‘최소한의 자질’에 대한 논란이 로스쿨출신 법조인들에 대해서도 일고 있다. 사법시험제도의 병존론을 넘어서서 로스쿨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니, 로스쿨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법률이 표방하고 있는 로스쿨의 설립취지와는 달리 로스쿨에 대해 거는 기대는 사실 간단한 것이었다.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3년간의 강도 높은 교육과 학습을 통해 법조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추게 하고 간단한 평가(변호사시험)를 통해 그러한 자질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변호사자격을 부여함으로써, 기존의 법학교육과 사법시험을 통해 배출된 법조인들보다 훨씬 더 나은 법조인들이 다수 배출하여 국가와 국민들이 그 덕을 톡톡히 보게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로스쿨교육의 실상은 로스쿨의 설립취지는 물론 국민의 기본적인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만 ‘전문’적인 교육은커녕 ‘기본’적인 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자성과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필자가 경험한 로스쿨 교육의 실상을 몇 마디 적고자 한다.

로스쿨 개원당시 적지 않은 교수들은 기본적인 것만 가르치면 된다는 논리로 기존의 이론교과서를 요약하거나 판결요지만을 간단히 설명하는 방식의 수업을 고수하였고, 지금도 이러한 경향이 유지되고 있다. 일부 교수들은 로스쿨에서는 판례교육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판결을 날 것으로(판결전문을) 제공하여 학생들을 체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어떤 교수는 처음부터 지나치게 어렵게 공부시키면 안 된다고 하면서 괄호넣기나 O×형 문제로 시험을 치르는가 하면, 어떤 교수는 판례만으로 공부하면 변호사시험의 단답형문제를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7·9급시험 수험생들이 보는 문제집으로 수업을 했다는 말까지 들렸다. 그야말로 가르치는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가르치는 사람들이 가르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상황에서 학생들은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법학을 전공하였거나 사법시험을 준비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이론적 지식을 재탕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법학에 생소한 다수의 학생들은 교수들의 다양한 교육방식에 휘둘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부정확한 정보에 휩쓸리면서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여기에다 과잉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시험에 대한 부담감, 변호사시험 합격여부와 취업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져, 급기야 새로운 꿈을 로스쿨을 찾은 사람들이 꿈은 물론이고 생명까지 포기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하기 짝이 없다.


정말 로스쿨교육과 변호사시험을 비롯한 각종 시험의 ‘기본’을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로스쿨교육의 기본은 기존의 법이론가들이 개발해 놓은 이론·학설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실정법의 기본적 내용과 그것을 실제사례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실무에서 개발된 법리를 충실하게 익히는 것이고, 변호사시험도 이러한 실정법, 판례에 의해 정립된 법리 그리고 그것을 사실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판례는 정리된 사실관계, 그것과 관련된 법규정, 그것을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문제되는 쟁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리가 총체적으로 들어있는 가장 효과적인 교재이다.   로스쿨 교육을 담당한 사람은 이론·학설로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정법과 그것을 실제사례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개발된 법리를 잘 정리해서 교육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정법의 체계와 내용을 훤히 이해하고 중요한 판례를 선별하여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여 제공하여야 한다. 그리고 로스쿨 학생들은 기존의 이론교과서나 수험서가 아니라 스스로 판례에 나타난 사실관계의 핵심, 관련규정 그리고 법리를 정리·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변호사시험은 기존의 사법시험과 같이 모호하고 구석구석에 있는 지엽적인 지식까지 요구하는 문제는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기본적인 판례를 중심으로 앞서 말한 능력을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개학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기본을 다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씨름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시험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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