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법시험과 로스쿨,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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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법시험과 로스쿨, 헷갈린다.
  • 법률저널
  • 승인 2013.02.0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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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최근 들어 혼란스러운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사법제도에 포섭되었다가 해방 직후 1949년부터 1963년까지 고등고시 사법과, 그 이후 지금까지 40년간 현 사법시험을 통해 판·검사, 변호사를 선발해 왔던 것이 대한민국의 법조인력양성 시스템이었다.


해방 이후 독립국가로서 1949년부터 2012년까지 이같은 제도를 통해 62년간 약 2만1천5백여명의 법조인을 배출했고 현재의 계획대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800명을 선발하면 약 2만2천3백여명이 사법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신규법조인력이 탄생한 셈이 된다.


6.25라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폐해, 혹독한 보릿고개, 그로인한 가난의 대물림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질곡 속에서도 꿈이 있었다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었던 것이 사법시험이었다. 그래서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누구나 시시비비 없이 축하해 주었고 당사자는 ‘영감’의 칭호와 함께 앞날이 훤히 뚫린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었다. 그런만큼 사법시험 합격은 지금의 소위 ‘엄친아’였던 것이 시대정신의 표상이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중에는 서슬퍼런 권력과 사회부조리에 맞서다 법복을 벗은 이가 있는 반면 시대조류에 참으로 기가 막히게 영합하며 개인의 영달을 누려온 법조인들도 꽤나 될 것이다. 그렇지만, 백그라운드(후광)가 있든 없든 누구나 실력으로 경쟁했고 그래서 승자에게는 모두가 수긍하는 ‘객관성 담보’라는 선발시험의 최첨병 역할을 했던 것도 사법시험이었다. 따라서 대한민국 사회에서 충분한 역할을 넘어 기대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 사법시험이었다는 것을 결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산업화를 끝으로 대학이 늘고 대학진학자가 증가하면서 ‘교육황폐화’라는 교육기관의 ‘어설픈 하소연’과 어느 자격취득 시험에서나 있기 마련인 ‘낭인’이라는 절묘한 조화가 결국 ‘법학교육황폐’ ‘고시낭인’이라는 굴레를 업게 되었고 ‘벽면서생’이라는 낙인은 ‘다양화·전문화·국제화’라는 시대요구에 봉착하게 된 셈이다.


언론매체의 뜨거운 ‘봉’이었던 사법시험 대신 이젠 로스쿨이 새로운 ‘봉’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문제는 어느 제도가 좋은지, 어느 것이 전체 국민의 이익을 위한 합목적이고 합당한 것인지 아직도 헷갈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과도기의 혼맥상이라고는 하지만 자꾸 혼란만 깊어지는 느낌이다.


‘돈스쿨’이라는 비판에 ‘전액장학금 40%’라는 카드를 드는 로스쿨측, 여전히 ‘개천의 용’만 운운하는 사법시험측. 날선 비판과 반박 속에는 정작 알맹이가 없는 듯하다. “차라리 전액장학금 40% 대신 등록금을 절반으로 내려라”, “이미 사법시험도 개천의 용이 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역비판에는 좀체 설득력 있는 정답을 내놓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2기 졸업생 배출을 코앞에 두고 있는 로스쿨측은 출범 5년을 채비하며 정부·공공기관, 기업, 로펌 등에 “우수한 우리 인재를 추천하니 이용해 달라”며 전방위 취업활로를 개척하느라 분주하다. 반면 최근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변호사회 회장선거에서는 사법시험 옹호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던 이들이 각각 당선됐다. 역사는 도전과 응전을 통해 흐른다고 하지만 참으로 묘하고 묘한 현실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이렇게 보면 이것이 좋은 것 같고 저렇게 보면 저것이 좋은 것 같은 것이 사법시험과 로스쿨인 듯하다. 장단점을 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툼은 하되, 현명하고 발전지향적인 결론을 기대한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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