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호의 법무칼럼 / 상대방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준비서면(準備書面) 작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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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의 법무칼럼 / 상대방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준비서면(準備書面) 작성하라!
  • 법률저널
  • 승인 2013.01.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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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생동안 다양한 희노애락(喜怒哀樂)을 경험하며 성장해 나간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사소한 실수로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한 번 상처받은 이들은 다친 마음의 문을 좀처럼 열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며, 게다가 설득을 통해 닫힌 마음의 문을 움직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변호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고객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신뢰가 깨져버렸거나 변호사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의뢰인을 만났다면 그들의 신뢰를 회복시켜 주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에게 어떤 신뢰를 주어야 굳게 닫힌 마음의 빗장을 풀 수 있을까?
 

흔히 재판과정에서는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준비서면이 작성된다. 이 때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하기에 간혹 준비서면이 어렵다고 느끼는 법조인들도 있다. 준비서면은 소송 상대방에게 때로는 치명적인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며 상처를 치유해 주는 서류라 할 수 있다. 준비서면을 통해 고객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줌과 동시에 깨진 신뢰를 회복시켜 준 사례 하나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어느 누나의 소송(訴訟) 이야기이다.
 

처음 누나는 친부와 동생에게 그들이 거주할 곳을 마련해주며 물씬 양면으로 동생 사업을 도와주며 수차례 사업자금도 지원해 주었다. 하지만 동생은 거듭된 사업실패로 자신이 힘들어지자 누나를 원망했다. 그러던 중 그들에게 그토록 헌신적이던 누나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 그는 고졸 학력이었는데 친부와 동생은 이러한 이유를 핑계로 그에게 면박을 주며 결혼까지 반대했다. 그런 일이 있고 난후 가족에게 섭섭함과 분노까지 더해져 누나의 마음은 굳게 닫혀버렸다. 
 
이는 자신의 가족들을 그들이 살고 있는 건물에서 나가라고 하는 명도소송이었다. 단순한 내용만 본다면 어찌 누나가 친부와 동생에게 이렇게 모질게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동생이 누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헤아려 주었다면 결코 이 세상에 있지도 않을 소송사건이었다. 하지만 피고인 동생은 누나가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 준 은덕도 모른 채 무조건 집을 나가라고 했다는 서운한 감정적 말만 반복하며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의뢰를 맡은 조변호사는 피고인 동생에게 다른 방법의 준비서면을 제안하였다. 누나의 응어리진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감동을 전달하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문득 나는 소송을 진행하다가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아버지에게 누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 동안 누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이 컸던 것 같다. 특히 매형 되실 분을 데리고 왔을 때 마음으로 축하해 주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가족으로부터 받지 못한 따뜻함을 그분에게서 느꼈을 텐데 이를 헤아려주지 못했다. 아버지와 나는 평생 누나에게 짐만 되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의 결과와 상관없이 더 이상 누나에게 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명도소송에서 법률적 판단을 해보면 판사는 당연히 원고 누나가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하였기에 피고 친부와 동생은 나가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구구절절하게 써 내려간 조변호사의 준비서면을 본 누나가 감동을 한 것인지, 동생이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며 용서를 구해서인지 원고인 누나는 결국 소송대리 변호사에게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앞으로 영구적으로 무상사용 계약을 작성하고 건물에서 거주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하였다. 본래 누나의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며, 친아버지와 동생이 잘못되기를 바라지는 않았던 것이다.
 

위에 든 사례처럼 원고와 피고가 이성적인 논리로만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준비서면을 작성한다면 응어리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도 있고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는 비단 소송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다친 마음의 문을 열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필립코틀러의 마켓 3.0에서도 말하였듯이 우리의 고객은 영감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사건을 위임한 고객에게 당신이 유능한 변호사라고 인정을 받고자 한다면 상대방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소송에서 반드시 승소하기 위한 필수무기 또한 상대에게 감동을 전달해주는 준비서면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자.

 

준비서면 사례 일부 내용을 인용하는데 허락해 주신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조우성 변호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조성호 (법률서비스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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