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김정수 시인의 “못”과 백무산 시인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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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김정수 시인의 “못”과 백무산 시인의 “손”
  • 법률저널
  • 승인 2013.01.2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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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 / 변호사 / 시인

 

김정수 시인의 아주 짧은 시지만 읽으면 읽으면 생각에 잠기게 하는 “못”이라는 시 한 편을 본다. “못을 박다가/망치가 헐거워져 자꾸 빠지면/망치에/못을 박아야 한다”(‘못’ 전문, 반칠한 시인 편저 “뉘도 모를 한때”에 수록, 종려나무 간).


망치와 못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아주 짧은 시이다. 망치란 못을 박는 도구이고, 못 앞에서 절대적 강자이다. 하지만 아주 간혹 자루가 헐거워진 망치가 자꾸 빠져 못을 박지 못하게 되는 비상사태쯤 되면 오히려 망치가 제 정수리에 못을 맞는 상황의 묘사를 통해 강자일지라도 약자 앞에 겸손해야 하는 삶의 이치를 이 시는 갈파하고 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젊어 법관이 된 그는 언제나 남을 심판하고 정죄하는 법대에 앉아 자신 앞에서 수없이 변명하고 거짓말하는 피고인들을 바라보며, 원고나 피고 혹은 증인을 바라보며 그들의 거짓을 추상같이 추궁하며 단죄하는 강자의 위치에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헌재소장 후보자로서 인사청문회장에서의 그는 질문자가 아니라 국회의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자였다. 언제나 망치였던 그가 자신의 정수리에 못을 맞아야 하는 자리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질문만 해 버릇하며 살아온 이들의 숨겨진 다른 한 면을 보게 된다.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고, 우리의 행동이 의식적인 것 같지만 사실 상당 부분 무의식 속에서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인식의 창고에 저장되는 기억은 그리 많지 아니 하다. 아니 어쩌면 모두 저장되어 있지만 우리가 끄집어내지 못하는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부정한 짓을 감추려고 거짓말을 하게 되면 세 단계 질문만 넘어서게 되면 실타래 꼬이듯 이야기가 저절로 꼬여 풀리지 않게 된다. 즉 그 순간부터 자신의 말은 근거를 상실하게 되고 본인 스스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횡설수설하고 수치스러워지고 마는 것이다. 까닭에 사람은 함부로 질문 받는 자리에 가서 앉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어이하랴. 그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원하지 않지만 불려나가야 할 때도 있고, 또는 스스로 그 자리가 탐이 나서 먼저 가서 앉겠다고 자청하는 경우조차 있으니, 그럴 때는 모든 질문에 스스로 대답할 자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주 간혹 질문하는 자가 자기편이라고 착각하고 아무 일 없겠지 하며 가서 앉는 바보 같은 경우가 있다. 질문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질문만을 해 줄 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자신감에 선뜻 그 자리에 나가 앉지만 모든 것이 사필귀정이라, 그러한 신뢰(?)에 대한 배신은 모든 것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기에 동조해 주겠다고 약속한 질문자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돌아앉아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번 이동흡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그런 꼴이 되었지 않나 싶다. 사전에 질문사항을 적어서 보내고, 그렇게 유도신문성 질문을 하면 그럴싸하게 포장된 답변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으리라 안이하게 생각하고, 청문회 전까지는 큰 소리를 떵떵 치며 모든 것을 청문회장에서 밝히겠다던 자만심이 막상 뚜껑이 열리자 의원들의 집중포화 앞에서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그에게서 결정적 하자를 찾지 못하겠다는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의 촌평이다. 그의 말이 허공에서 얼마나 공허하게 울리는 것인지, 일부 의식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개별적 소신행동이 주목되고 있는 까닭이다. 정당정치에서 물론 당리당략은 필요하다. 하지만 특히 인사청문회는 공직자로서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자리이고, 당리당략에 앞서 국민의 시각에서 그를 판단해야 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공금횡령에 버금가는 특정업무경비의 부당사용 사실이 밝혀졌고(카드자금 결제 및 보험료 등으로 납부되었다면 이는 분명한 횡령죄 성립이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으로서 특정정치인에게 정치후원금을 납부(10만원씩 두 번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지원)하였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의 범죄행위(동일하게 전교조 교사들이 민노당에 매월 1만 원 정도의 정치후원금을 낸 것은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고, 교사들이 모두 중징계 처벌을 받았다)하였음이 밝혀졌음에도, 이를 두고 결정적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무신경이나 억지스러움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하자가 있어야만 헌재소장으로서의 결정적 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이렇게 말하는 것을 통해 그들 세계에서 용인되는 하자의 한계와 행태의 한계를 유추짐작해야 하는 국민이 얼마나 어안이 벙벙해 하는지 모르는 듯한 그의 행동이 오히려 기가 찰 노릇이다. 6년 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청문회 과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지명된 전효숙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관직을 사임하고 인사청문회에 임하려 하자 새천년민주당의 조순형 의원이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 진행 중 대한민국 헌법 제111조 제4항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재판관직 사임으로 민간인이 된 전효숙 전 재판관의 헌법재판소장 임명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였고(참으로 황당한 주장이었다), 한나라당(현재의 새누리당)이 이에 동조함으로써 “헌법재판관이 아닌 민간인에 불과한 전효숙이 헌법재판소장 후보가 되는 것은 자격미달”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전효숙 후보가 헌법재판소장으로서 부적합한 인물이라 반대하면서 국회 본회의장 단상 점거라는 실력행사까지 불사하며 100일이 넘도록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했던 사건 말이다. 같은 논리라면 “변호사로서 민간인 신분인 이동흡의 헌법재판소장 후보 지명”도 똑 같이 절차상의 하자가 있는 “새누리당식의 결정적 하자”인 셈인데(필자는 새누리당이 6년 전 주장했던 논리가 하도 황당하여 논문까지 써서 학계에 발표까지 하였었기에 이동흡 후보에 대하여 이런 주장은 하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니 논외로 하더라도, 이미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만으로도 충분히 그 자격 없음이 드러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순간 망치가 못 맞아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4대강 공사와 관련한 감사원과 국무총리실의 대립에서도 망치와 못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4대강에 대한 감사가 진즉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발표하지 않던 감사원이 이명박 정권 임기 막바지에 이르러,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총평과 함께 4대강에 시설된 각 보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감사결과를 발표하였다. 부실설계와 시공, 저수조 기능에 의한 수질악화, 향후 투입되어야 할 수선유지비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청와대는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로 하여금 반박토록 하더니, 급기야 국무총리실이 지난 23일 나서서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를 재검증하겠다며 감사원을 압박하였고, 이에 대해 양건 감사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 대한 긴급 현안 보고에 출석하여 감사원 사상 처음으로 감사원 발표에 대해 총리실이 검증하는 선례가 생기는 것”이라는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의 지적에 “총리실이 검증을 하고, 감사원이 조사를 받는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완전히 망치와 못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형국이다.


같은 정부조직인 감사원과 국무총리실이 서로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자, 감사원을 감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총리실 자체적으로 4대강 공사에 대한 전반적 검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급히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나, 이를 두고 점입가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미 1개월도 남지 않은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4대강 공사에 대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하겠다. 정권말기가 되어, 스스로 헐거워진 망치가 되어 있는 처지에서 계속해서 망치질을 했다가는 오히려 그 망치가 빠지면서 제 머리통을 갈길지도 모를 처지인지라 그냥 은인자중하며, 박근혜 정권이 아프지 않게(?) 망치 정수리에 못질을 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여전히 4대강은 흐르고 있다. 한반도 생성 이래 수천만 년을 흘렀던 것처럼 유유히 흐르고 있다. 4대강에 설치된 16개의 보 역시 제 위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시간이 저절로 정답을 가르쳐 줄 것이다. 보의 설계부분이 잘못되었다면 계속해서 보가 갈라지고 물이 새고, 수리를 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보를 무너뜨리든지 아니면 스스로 철거하든지 할 것이고, 잘 되었다면 그대로 보는 유지될 것이다. 수질개선의 효과를 도모하겠다는 당초의 공사의도가 맞다면 수질은 맑아질 것이고, 잘못되었다면 지난해처럼 녹조가 번져 수질이 악화될 것이다. 그냥 저절로 알게 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네가 옳니 내가 옳니 하고 있는 것이다. 저절로 밝혀질 것이다. 정말 저절로 밝혀지고 말 것이다. 계속 못을 때리며 살아도 되는 망치일지, 아니면 제 정수리에 못을 맞아야 하는 망치일지, 먼 훗날일 것 같지만, 아주 근일에 밝혀질 것이다. 그냥 그렇게 모든 것은 밝혀지는 것이다. 문득 백무산 시인의 “손”이라는 시 중 “예전엔 얼굴을/보아 알겠더니/요즘엔 뒤를/보아 알겠네”라는 부분이 떠오른다. 예전엔 앞을 보아 알겠더니, 이제는 뒤를 보고 알겠다는 백무산 시인의 절창이 4대강 공사를 둘러싼 어리석은 사람들의 장난질에 울려 퍼진다. 네 뒷모습을 보니 다 알겠다. 그러니 더 이상 구차하게 거짓말하지 마라. 우린 그냥 네 뒷모습이 보여 다 안다, 다 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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