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 과잉론과 운영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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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변호사 과잉론과 운영의 묘미
  • 법률저널
  • 승인 2012.11.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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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춥다고 해서 옷을 무조건 많이 껴입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한기는 한기대로, 활동성은 활동성대로 둔해지고 모양새도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얇고 방한, 보온이 잘 되는 한 벌만으로도 한파를 견뎌낼 수 있는 법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와 인식의 전환이라는 스킬(skill), 즉 운영의 묘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변호사배출을 증가하면서 2001년부터는 매년 1천명의 신규 변호사를 배출해 왔다. 현재 1만2천여명의 개업변호사가 활동 중이지만 금년부터 로스쿨을 통한 신규변호사가 대거 배출되면서 수년 내에 2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높이고 국제경쟁력도 제고하기 위해서는 법조인 증원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현 법조인력양성 시스템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과잉공급’과 ‘취업난’을 우려하면서 증원을 반대하는 주장이 적지 않다. 주된 논거는 무분별한 양산은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과다경쟁은 법조시장을 문란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주장으로 일응 일리가 있어 보인다. 변호사를 무조건 많이 배출한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최고최상의 일부 변호사만을 배출한다고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러기에는 이 사회가 너무나 복잡다기하므로 늘어나는 각종 분쟁해결과 국민권리구제 등을 위한 절대 규모의 변호사 배출은 당연지사이기 때문이다.


‘과잉공급 우려’와 ‘절대규모 공급’은 상치되는 관계지만 운영의 묘를 발휘한다면 교집합 영역의 확대로 이어갈 수 있다. 즉 다수의 적정규모로 배출하되 양질의 변호사들을 배출하면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언론기사에 따르면 영국에는 15만명의 변호사가 있고 로펌 일자리는 500명가량인데 반해 해마다 8,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지만 취업대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변호사 자격 취득이 아닌 다른 목적(다방면 진출)으로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도 변호사 진로의 다양화가 회자되고 있지만 영국의 사례는 더욱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운영의 묘미를 잘만 살린다면 국민들은 적재적소에서 변호사를 통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기업체의 변호사 채용이 급증하고 있다. 법무담당이 아닌 일반직 대리급 직원으로 신규 변호사를 채용하는 추세다. 도랑치고 가제 잡는 법을 우리 사회도 서서히 배워가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머지않아 ‘과잉공급 우려’와 ‘절대규모 공급’이라는 양자를 포섭하는 교집합 영역이 한층 확대될 것도 전망된다.


따라서 이젠 신규 변호사들의 질적 향상에도 머리를 맞댈 시점이 아닌가 싶다. ‘과잉공급’은 ‘질의 저하’를 수반한다는 지적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법과대학 못지않게 로스쿨에서의 수업의 질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다. 보다 전문화되고 다양성을 띈 법조인력 확보라는 로스쿨 설립의 본래 취지대로 교수와 학생이 혼연일체가 되어 실력제고에 혼신을 기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법조인에 대한 대국민 신뢰에는 인성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해를 거듭할수록 각종 법조비리도 급증하면서 국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늘어나는 법조인 수만큼 실력과 인성도 한층 높은, 양질의 법률전문가들이 배출되도록 학계·법조계 모두가 고민할 시점이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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