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국제정치학의 관점에서 본 미국 45대 대선과 중국 18차 당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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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국제정치학의 관점에서 본 미국 45대 대선과 중국 18차 당 대회
  • 법률저널
  • 승인 2012.11.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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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미국 대통령에 누가 당선될 듯 합니까?” 아주 많이 받는 질문이다. 오랫동안 궁금했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얼마 뒤엔 알 수 있다. 미국 대선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이번 대선은 미국 시간으로 지난 6일 자정 뉴햄프셔주를 시작으로 해서 7일 오전 1시 알래스카주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한국시간으로는 6일 오후 2시에 투표를 시작해서 7일 오후 3시에 끝나는 것이다.
 

지금 이 칼럼이 배부될 때엔 결과가 나와 있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최초의 출구조사부터 박빙의 승부를 보이고 있는 이번 선거는 미국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이자 다른 한 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정치지도자를 뽑는 것으로 의미를 가진다. 현재 패권국가인 미국의 지도자로서 말이다.
 

한국 시간으로 8일에는 중국이 제 18차 당 대회를 연다. 이 대회에서 시진핑이 후진타오의 뒤를 이을 차세대 중국정치지도자로 등극하게 된다. 중국의 주석자리는 내년이 되어야 물러받을 것이지만 이 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총서기로 내정된 시진핑은 공식적으로 총서기로서 추대된다. 시진핑이 중국의 권력을 공식적으로 잡게 되는 것은 몇 일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과거 후진타오가 장쩌민(江澤民)으로부터 권좌를 넘겨받은 10년 전 16차 당 대회의 전례에 따르면 이번 18차 당 대회는 14일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인 15일에 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8기 1중 전회)가 하루 일정으로 개최된다. 여기서 시진핑이 실질적으로 중국의 새로운 패자로 즉위하게 된다. 이것은 중국의 지도자가 공식화되는 자리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지도자를 뽑는 의미를 가진다. 현재 미국 패권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로 지목을 받고 있는 중국의 지도자라는 점에서 말이다.
 

이번 주의 몇 일 사이에 세계의 권력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의 지도자가 결정되거나 공식화된다. 공식적인 일정이 이미 공개되어 있던 일들이니 뭐 새로울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지도자들이 결정되고 이들이 이끌어갈 미래는 새로울지 모른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큼직한 결정이 있고 나면 한국의 지도자도 결정된다. 한국 사람들한테야 무엇보다 중요한 미래에 걸린 일이지만 다른 나라사람들한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다. 권력지도상 한국 지도자는 몇 순위쯤에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질 수는 있겠다.
  

이 부분에 정치학이 아닌 국제정치학의 시각이 있다. 국제정치학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대선과 중국의 당대회는 다른 어떤 이슈보다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미국의 대통령이 세계 권력 1위이고 중국의 주석이 세계 권력 2위라는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이들의 결정이 어떤 방식으로든 모든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국제정치학의 이론을 통해서는 어떻게 설명해 갈 수 있을까?
 

이번 시간에 다룰 주제는 국제정치학이 “왜(why?)”라는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는가를 통해서 지도자가 왜 중요한지에 관한 것이다. 논리를 익히는데 있어서 중요할 뿐 아니라 사안을 분석하는 하나의 도구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루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주제이다.
 

지도자가 왜 중요한지를 우리는 어떻게 밝혀낼 수 있는가? 가장 단순한 방법은 지도자가 바뀌고 그 지도자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의해서 정책이 달리지고 달라진 정책이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설명은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이해를 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질문을 바꾸어보면 이런 설명은 매우 빠르게 한계에 부딪친다. 만약 지도자를 둘러싼 사회적 조건과 비교할 때 지도자라는 요소가 중요할까?
 

국제정치학의 전형적인 설명은 국가라는 행위자를 둘러싼 환경 혹은 조건에 초점을 둔다. 힘의 역동적인 변화가 전쟁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펠레폰네소스전쟁의 역사를 통해서 밝힌 투키디데스이래 수많은 이론가들은 국가간의 조건에 초점을 두었다. 지도자로서 인간과 국가라는 내부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의 역학관계와 무정부상태라고 하는 조건은 국가들이 행동하는 일정한 관계의 패턴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분석적인 용어로 이러한 조건을 다루는 요소 혹은 원인을 ‘근원적 원인(underlying cause)’라고 한다. 이 요인을 통해서 체계적인 국제정치학을 이룩한 사람이 바로 케네츠 왈츠(Kenneth Waltz)이다. 국가위의 상위권위체 부재라고 하는 무정부상태에서 힘의 분포도가 국제정치를 결정한다는 그의 주장은 그의 대표적인 저서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에서 매우 잘 정리되어 있다. 토마스 홉스와 장 자크 루소 그리고 칼 마르크스와 같은 사상가들은 모두 이러한 조건을 통해서 사회현상을 설명하고자 했고 이들의 논의의 뼈대를 이용해서 왈츠는 구조적 현실주의라고 하는 이론을 만들어내었다.
 

구조를 통한 설명에는 인간의 주체성이 들어갈 공간이 부족하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통한 사회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조결정론의 시각을 조금 완화시키거나 탈피해야 한다. 만약 모든 구조주의자들이 이야기 하듯이 구조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면 인간들이 자신의 의지를 통해서 세상을 변화하고자 했던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은 성립되지 못했을 것이다.
 

구조적 입장의 요인들보다 지도자의 심리나 인간적인 특성에 초점을 두고 설명하고자 하는 입장이 ‘촉발적 요인(immediating cause)’의 관점이다. 지도자가 어떠한 성향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성향이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통해서 국제정치 현상의 “왜”라는 문제에 대답을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근원적 원인(underlying cause)’보다 ‘촉발적 요인(immediating cause)’이 중요하다고 주장한 사람은 리차드 리보우(Richard Ned Lebow)이다. 그는 『Between Peace and War』에서 촉발요인의 중요성에 대해서 쿠바미사일 위기를 들어서 설명한다.
  

쿠바미사일 위기는 미국과 소련이 냉전의 가장 극점에서 만난 위기였다. 그러나 1차 대전이나 2차대전처럼 이 위기는 전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만약 힘의 조건으로 보아 소련의 성장세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그 두려움이 전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투키디데스의 설명이 타당했다면 미국은 소련에 대해 전쟁을 수행했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에 대해 ‘격리(quarantine)’조치를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주미 대사인 도브리닌에게 자신의 동생을 통해 터키의 주피터미사일을 철수 할 수 있다는 언질을 줌으로서 전쟁을 피했다. 인류가 핵전쟁에 가장 가까이 갔던 당시에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과 소련의 후르시초프 서기장은 지도자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아시아-태평양전쟁을 일으킬 당시 일본 지도부는 4차례의 어전회의를 통해서 전쟁을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일본은 장기적으로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국이라는 거인을 깨웠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1941년 당시에 자신들의 제국이 중국에서 얼마나 힘겨운 전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국내적으로 엄청난 암살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었다. 정치적 반대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현실적인 공포와 일본제국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불안과 동맹국 독일이 유럽전선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막연한 희망 속에서 일본 지도자들은 도조 히데끼의 말처럼 “벼랑에서 뛰어내리는 심정으로” 전쟁을 결정하였다.
  

만약 당시 일본 지도자들이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중국문제와 동남아시아 문제와 미국 문제를 다루었다면 어쩌면 일본은 전쟁을 회피하였을 수 있다. 그랬다면 그들의 제국은 천황을 옹립하면서 더 오랜 시간 유지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941년 일본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희망을 가지고 미국에 도전을 했다.
 

다시 원 주제로 돌아가자. 국가들을 둘러싼 조건이 물론 중요하다. 그 조건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도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은 사람 특히 국가지도자의 몫이다. 따라서 지도자가 조건과 환경을 읽어내는 것이다.
 

미국의 지도자가 결정되고 중국의 지도자가 공식화되면 국제정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읽어내는 국제정세와 자국의 역할이 다시 미중간의 관계 뿐 아니라 국제질서 전반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는 역시 살아있는 생명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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