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왜 우리는 사법개혁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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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왜 우리는 사법개혁을 해야 하는가
  • 법률저널
  • 승인 2003.05.1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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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평
사법개혁국민연대 상임대표· 대구가톨릭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법학박사


지난 대통령과 검사들과의 토론 이후 검찰개혁 나아가 사법개혁에 관한 문제가 전면에 대두되었다. 사실 국민들 다수는 토론장에서 검사들이 토로한 것에 거의 공감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 반대로 그 검사들의 인식수준이 만들어내는 검찰의 모습을 이제 어떤 형태로든 바꾸어야 한다는데 대체적인 일치를 보였다.

사법개혁은 검찰개혁 뿐만 아니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사법부의 개혁, 그리고 검찰, 법원과 함께 사법체계의 일익을 담당하는 경찰의 개혁을 포함한다. 그리고 이 세 개 부문의 근저에 위치하며 법조인을 만들어내는 법학교육의 개혁까지도 포괄한다. 법학교육의 개혁은 필연적으로 재야법조계의 재편성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법원, 검찰, 경찰, 법학교육, 이 네 개 부문의 개혁이 맞물려가며 함께 진행되어야 진정한 사법개혁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일관된 마스터플랜과 강력한 추진 에너지가 요구된다.

김영삼 정권 이후 정권출범기마다 사법개혁이 논의되었다. 그러나 항상 땜질식 얄팍한 처방만으로 끝났다. 국민들에게 이렇다 할 인상을 줄만한 변화는 하나도 없었다. 국민들은 과거에 사법개혁을 하려고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서글픈 현상이다. 결과만을 두고 본다면, 사법개혁을 추진하려고 설립된 위원회 같은 것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민들은 대통령의 이름과 함께 대법관의 이름도 외우나, 한국민들이 외우는 법조인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것은 누구에게 탓할 일이 아니다. 바로 법조인의 책임이다. 시대를 이끌어나가며 국민들에게 법의 정신이 무엇이고 우리 국가가 어떻게 해서 법의 이념을 실천해나가는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있는지 가르쳐 주는 법조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자신이 가진 기득권의 유지라는 소리(小利)에 집착하는 형편없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제 국정 전반에 걸쳐 개혁을 표방하는 정권이 출범하였다. 이번에도 다른 정권의 경우처럼 사법개혁이 용두사미에 그칠 것인가? 불안감과 의구심에 가득차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부르짖는다. 사법개혁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인권국가, 민주국가로 가기 위해서 반드시 이루어야 할 너무나 절박한 과제인 까닭이다.
우리의 사법 분야에서도 이제껏 자신의 최선을 다하여 국민을 위해 일한 많은 훌륭한 분들이 있어왔다. 국민들은 그들을 존경했다. 지금도 이러한 상찬을 받을만한 다수의 법조인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잘못된 사법제도가 만들어내고 있는, 깊은 어두움과 국민들에게 작용하는 질곡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아무리 눈을 돌리고 싶어도 어찌할 수 없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너무나 심각한 현실이다.


◇ 뿌리깊은 연고문화

한국의 사법에서는 지연, 혈연, 학연에 의해 형성되는 네트워크 속에서 불공정한 사건처리는 여전히 항다반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뿌리깊은 연고주의 문화가 만들어내는 결과이다. 전관예우니 하는 것이 근거없는 헛소리는 아니다. 연고에 의해 묶여진 어떤 판검사가 법조인으로 개업했을 때 그에게 박정하게 대하는 판검사는 인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되는 것이 우리의 풍토이다. 이런 풍토에서 어찌 전관예우가 행해지지 않겠는가. 연고주의의 만연에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돈에 의해 거래되는 판결이나 검찰의 처분도 아직 없지는 않다. 이같은 상황하에서 얼마나 많은 사법피해자가 양산되었는지 모른다. 그들의 가슴에 박힌 못이 만들어 내는 비참한 원성은 이 땅을 어둡게 물들이고 있다. 법조인들은 온상에서 나와 찬 바람이 부는 거리로 나서보라. 이 사실을 실감할 것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어도 아직까지 사법부나 검찰이 일반인과 구별되는 특별한 능력과 자격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의식이 떠나가질 않았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라는 비뚤어진 특권의식을 낳고, 이것은 다시 수다한 문제를 파생시켰다.

한국의 사법부나 검찰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며 극단적으로 관료화, 계급화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엄격한 폐쇄적 질서 속에서 그 구성원들의 사회를 위한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은 너무나 쉽게 매몰되기 쉬웠다. 사회 전체보다는 항상 사법부, 검찰의 이익을 우선하는 집단이기주의의 커다란 함정에 빠져서 헤어나올 줄 몰랐다.

사법이 폐쇄적 조직체를 이루며 정상적인 조직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정기능을 거의 상실하였다. 내부에서 생기는 비리나 부정을 숨기기에만 급급하였다. 국민의 눈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판사나 검사도 폐쇄된 조직체가 마련해주는 보호막 속에 안주해왔다. 신상필벌의 원칙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히 조직의 기강은 해이해지고, 효율성은 떨어졌다. 이러는 가운데 국민의 이익을 고려하기보다는 상급자의 눈에 벗어나지 않게 무난히 처신하고, 줄을 잘 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심하게 왜곡된 우리 사법의 모습을 도저히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이는 무엇보다 시급히 혁파되어야 할 대상이다.

잘못된 우리 사법체계의 모습을 보면서 민주주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민주주의는 권력의 분점과 권력행사에 있어서 견제받음을 그 기본 원리로 요구한다. 분점되지 아니하여 집중된 권력이 견제받지 않고 행사된다면, 그 권력은 독재권력으로서 부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민은 그 권력의 행사에 의해 심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사법권은 지금까지 소수의 사람이 독점해 왔다. 심지어 어떤 학자는 한국의 사법을 철저한 국민배제형 사법이라고 정의 짓는다. 그만큼 사법권 행사의 영역에 있어서 제도적으로 국민의 참여 보장마련이 소홀했고, 또 국민에 의한 통제의 힘도 작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는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다. 아주 소수의 사법엘리트에 의한 사법권의 독점은 한국 사법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당연한 말이겠으나, 이는 민주주의의 기능원리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새 정부는 국민참여를 표방한다. 국민참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대단히 중요한 수단이다. 단순한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아주 고귀한 가치를 지니는 영역에 속한다. 이제 국민참여는 사법권 행사의 영역에서도 보장되어야 한다. 사법권은 우리의 신체, 생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토록 중요성을 가지는 사법의 영역에서 또 이처럼 국민의 참여가 극히 배제되어 왔다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사법구성원인 ‘그들만의 사법’으로 전락해서 그들만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이 운용되어 온 사실은 절대 변명할 수 없다. 아무리 그들이 사법의 전문성, 기능성을 강조하며 이를 합리화시키려 한다 해도, 그렇게 될 수 없다.

외국에서는 우리처럼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크지 않고, 나아가 우리처럼 사법권력에 대하여 깊은 원한까지 품은 사람이 많지 않다. 왜 우리의 사법이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사게 되었는지 심히 통탄스럽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유포된 말 이 한 가지에서도 우리는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원한의 냄새를 쉽게 맡을 수 있다.

혹자는 말한다. 우리처럼 능률적인 사법체계를 갖춘 나라도 많지 않으며, 사법구성원들이 이처럼 땀 흘려 일하는 나라가 없다고 말이다. 이 말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치자. 그러면 왜 국민들의 사법체계에 대한 강렬한 불만과 원한이 삭지 않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사법이 국민들의 참여를 거의 완벽하게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잘 하든 못 하든 민주주의 원리나 우리 헌법상의 이념에 따라서 국민들이 사법권의 행사에 직간접으로 참여하여 그들의 뜻이 반영되는 것을 볼 때, 국민들은 그 시스템은 바로 자신들이 형성한 것이라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것이 이루어내는  결과에 자연스레 승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인권국가, 민주국가로 나아가기 위하여는 반드시 지금의 극단적으로 폐쇄된 사법시스템이 개혁되어야 한다. 국민이 참여하는 민주사법이 구현되어야 한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곧 우리 모두의 열린 사법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사법시스템의 중심에 국민이 자리잡도록 하자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열린 사법은 국민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국민이 주권자로서 가지는 기본권을 가장 소중히 하여 그곳에 국민의 숨결이 통하게 하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사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열린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서 사법 분야에 일부 존재하는 부패현상이나 연고주의 현상에 대한 일벌백계의 강한 의지가 작용해야 한다. 명목상의 치장물에 불과했던 징계위원회가 기능하도록 해야 하되, 법조비리가 모니터링되는 즉시 징계위원회가 발동되고 또 징계위원회의 구성에 시민단체 대표등이 참여하여 공정한 심의가 이루어지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더 이상 억울한 사법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조의 구성원들은 이제껏 그들이 누려온 특권적 지위에서 국민들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과 웃음과 울음을 함께 하며 그들이 말하는 진정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조직의 운용상 꼭 필요한 한도에서 조직의 규율과 상하체계를 유지하되, 나머지는 과감히 풀어 구성원의 인간적 존엄성을 보장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이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하여 국민을 위한 사법체계를 구성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참심제도나 배심제도 등 새로운 재판제도나 법원장 등 법원 고위 행정직의 선거제 혹은 검사, 변호사 중에서 인정을 받은 사람을 판사로 임명함으로써 법조일원화를 실현하는 방안 같은 것도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편견과 선입견, 집착에서 해방되어 국민을 위한 사법, 열린 사법의 구현만을 화두로 삼자.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의 우리 사회가 절박하게 요청하는 사법개혁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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