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지옥에 대처하는 법조인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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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지옥에 대처하는 법조인들의 자세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2.09.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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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재 변호사(강연재 법률사무소,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1998년 겨울, 사법시험 제2차 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신림동 고시촌 거리. 고시공부를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기에 시험의 당락과는 무관했던 나에게는,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극단적인 두 결과에 따라 신림동 거리 전체가 ‘환호의 술판’과 ‘한 맺힌 술판’으로 양극화 되어 밤이 새도록 들썩 들썩하는 풍경이 그저 덤덤하게만 느껴졌다.


새벽을 향해가는 시간,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인적이 드문 골목 한 모퉁이 길바닥에서 고개를 떨구고 하염없이 앉아있는 한 남자고시생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양 어깨가 떨리는 것으로 보아 흐느끼며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얼굴도 모르는 이 남자고시생의 흐느끼는 어깨를 보며 불현 듯 떠올랐던 의문은, 그 후로도 종종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근본적인 의문이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법조인이 되려고 하였는가’


14년이 흐른 지금, 상당수의 변호사들은 자신들이 법률가로 살아갈 것을 결심하게 된 이유나 명분, 법조인에 대한 장밋빛 동경을 느낄 새도 없이 무한경쟁 지옥 속에 내던져진다.


판사나 검사도 나중에는 변호사로 전환되고, 변호사의 종착역은 대부분 개업으로 연결되는 ‘전문직 자영업’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변호사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법률시장은 그 특성상 단시간에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거나 확장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변호사들은 업무스트레스와 영업스트레스, 법률가로서의 자존감과 명예감, 이 세 가지 사이에서 수시로 갈등과 회의에 직면하곤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변호사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홀로 고민하고 말없이 노력하며 각자가 나름의 대처방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처방안은 두 가지 측면인데 양자가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달라진 환경과 시대적 변화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순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점점 더 급변하려는 환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지켜야 할 것은 소신껏 지켜내는 것이다.


첫 번째 측면을 구체화하면, 종전에 변호사의 영역이 아니었던 분야로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것, 좀 더 대중화되고 좀 더 낮은 곳으로,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변호사로부터 조력을 받고 싶지만 여전히 문턱이 높고 경제 사정이 안 되어 포기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부지기수이며 대한민국 국민의 법률보호를 받을 권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우리 변호사들의 책무이기도 하므로 무조건 자존심 상하는 일로 여길 것은 아니며, 변호사 영역에 대한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난다고 하여 두려워할 일도 아닌 것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실제로 많은 변호사들이 새로운 영역과 역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자신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기존에 없었던 길을 직접 개척해 가고 있는 모습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두 번째 측면은, 국민의 사법적 권리 실현과 직결되는 변호사제도의 존재의의와 가치를 무시한 채 마치 생명 없는 물건을 파는 것과 같은 기준에서 오로지 시장경제 논리만으로 변호사의 수를 무한정 늘리거나 변호사자격제도를 변호사 자격증 판매제도로 전락시키는 주장들을 경계하고, 변호사의 소송대리권을 신규사업 영역 개척의 차원으로 접근하면서 적법한 자격취득 과정을 무시하고 입법로비로 소송대리권의 획득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명분 있는 태도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의 사적 법률지킴이 역할을 하는 것은 우리 변호사들의 몫이기에 이로 인한 비난과 책임도 변호사들이 짊어져 왔다. 또 많은 변호사들이 크고 작은 공익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자신의 삶 전부를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매진한 변호사들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제도의 바람직한 방향과 시정 및 보완되어야 할 점에 관한한, 변호사들이 명분과 논리에 근거하여 제 목소리를 내야하고 또 이것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책과 입법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법률시장의 불황과 변호사의 사명감, 자존감의 위기. 기존의 법률시장의 관행이나 보이지 않게 지켜져 왔던 업계의 룰도 이미 여러 방면에서 무너지고 있고, 비단 변호사업계의 위기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 속에서도 위기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데, ‘줄 건 주고 더 많은 것을 얻거나 일보 전진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대처 방안에 대해 각자 그리고 함께 지혜를 모을 수 있는 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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