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좋은 법률서비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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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좋은 법률서비스란
  • 법률저널
  • 승인 2012.09.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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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최근 주말을 이용해 경기도 용인에 지인을 만나러 갔던 길에, 잠시 짬을 내어 인근 자동차 종합서비스 센터에 들렀다. 얼마 전 주차장에서 누군가 기자의 자동차에 흠집을 내고선 흔적없이 사라진 터라 보기 싫은 흠집을 제거할 의향이었다.


그렇다고 단정하게 단장할 정도로 새차도 아니지만 십여년간 기자와 함께 한 차라서 애착이 유달라 조금의 정성을 기우려 볼 심상이었다. 세월에 바랜 탓에 흠집을 조금 제거한다고 해서 때깔 날판도 아니었다.


신성 도시라서 아직 주변은 시골스러운 맛도 났지만 센터 대지가 아주 넓고 시원해 보였지만 센터는 매우 작았고 사장겸 직원으로 보이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기술자가 수리할 부분에 대해 물었다. “처음 뵙는 분 같은데, 다른 부분은 제실력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이쪽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흠집이 작은 만큼 그냥 해 드릴께요”라며 장비를 챙기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요즘, 공짜가 어디있어’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어디, 끝나면 비용을 청구하나 안하나’ 지켜볼 심상이고 비용도 많지 않을 것 같아 키를 전했다.


짙지는 않지만 넓게 난 흠집이어서 인지 족히 30분 동안이나 땀을 비 오듯 쏟은 후에야 다 됐다며 장비를 정리하는 그를 향해 “얼마 드려야 하죠?”라고 물었다. “그냥 가셔도 됩니다. 앞으로 종종 이용해 주시면 되고요…”


요즘 같은 세풍에 정말 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심임을 확인한 후에야 “그럼, 세차는 얼마합니까”라고 묻자 1만원이 조금 넘는다고 했다. 광택 손세차에 비용도 적당하고 해서 세차를 맡겼다. 수고비를 세차를 통해서라도 지급하고 싶었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잘한 판단이라는 생각과 함께 세차과정을 지켜보았다. 무려 40분간이나 외장이며 실내며 엄청 꼼꼼하게 일을 진행했고 또 타이어 구석구석까지 다양한 재료를 써 가며 무더위 속에서 연신 땀을 흠뻑 적셔가며 열중하는 모습이 보기드문 장면이었다.


기자는 세차비용에 얼마를 더 지불했다. 세차작업이 너무 마음에 들뿐 아니라 흠집제거도  친절하고 정성껏 무료로 해 준 것에 대해, 마음에서 일어나는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서였다.


그날의 기억이 아직까지도 여운이 남아 있을 정도랄까. 한국은 외국처럼 팁 문화가 특별히 없다. 한만큼 지불하고 한만큼 받고 총괄금액으로 평가하고 평가받는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팁이란 ‘서비스에 대한 진정한 감사’가 어원인 것을 감안하면, 그날 센터의 사장은 사장대로, 기자는 기자대로 아깝지 않은 팁이 오고간 셈이다.


물론 그 사장의 내면은 뜯어 볼 수 없지만 “앞으로 저희 업소를 이용해 주세요”라는 선의의 청약에, 기자는 대체제로 곧바로 또 다른 청약을 체결함으로써 서로에게 유익한 상거래가 형성된 것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는 점이다.


좋은 법률서비스란 무엇일까. 아픈 몸을 치유받고자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와 얼굴한번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든 30초 안팎의 진료를 받고 뒤돌아서야 하는 씁쓸한 기억처럼, 변호사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의뢰들의 일반적 상처처럼, 현재의 대한민국의 법률서비스와는 너무 대조되는 그날의 기억이 계속 맴도는 것은 왜일까.


국민 속으로 다가가는 법률서비스의 의미를, 불황기라고 불평만 하는 대한민국 모든 변호사들과 그리고 이를 꿈꾸는 모든 예비법조인들과 함께 곱씹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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