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후보의 착각, 소통과 홍보의 차이에 대한 이해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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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후보의 착각, 소통과 홍보의 차이에 대한 이해부족
  • 법률저널
  • 승인 2012.08.3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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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제18대 대선이 백여 일 남았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로 당내 후보자가 확정되었고, 민주당은 당내 후보결정을 위한 당내 경선이 한참이다. 누구로 확정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문재인 예비후보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정당 밖에서는 안철수 교수가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어느 누가 되든 좋은 대통령이 되리라 본다. 어느 대통령인들 자기 국민이 못되는 것을, 못사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자기 자신이나 주변 몇 사람만 잘 살고 잘 먹겠다는 심보로 국민을 괴롭히고 폭압적인 정치를 한 대통령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본질적으로 대통령이 되면 국가의 부흥과 발전, 국민의 복리증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것이라 믿는다. 바보가 아니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재 역사는 이러한 당위와 달리 거꾸로 행했던 국가지도자들이 많이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시리아를 비롯한 몇몇 독재국가에서는 이러한 비극적인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선가 자국민을 하루에도 수백 명씩이나 총칼로 죽이는 야만의 시대가 펼쳐지는 곳이 있음을 우리는 외신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일본 우익이 중심이 된 제국주의적 사고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고 있다. 독도문제와 다오위다오열도문제, 즉 영토문제를 표면으로 내세우지만, 그들은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가발전이 정체됨으로써 세계 제2위라는 국가경제력을 중국에게 내어주고, 자신들의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전자산업분야에서 이미 당당한 경쟁상대국으로 성장한 한국과의 경쟁에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다시 말해 국민의 의지를 하나로 묶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목적에서 위와 같은 우경화정책을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수시로 반복되고 있는 국회해산, 총선실시, 여야정권교체로 정치지도력이 흔들리고 있는 내각책임제의 부정적인 면을 극명하고 보여주고 있는 일본의 한계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내각책임제는 행정부가 국회의 다수당에 의해 장악됨으로써 책임정치의 구현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다수당이 안정되지 못하여 정정이 불안하게 되면 국회해산이 수시로 반복됨으로써 행정부 또한 수시로 바뀌게 되고 이로 인해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하게 되어 국가경쟁력이 약화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우리처럼 대통령중심제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안정된 행정부의 수반으로써 국정을 장악하게 되면 일본의 내각책임제와 같은 혼란은 방지할 수 있지만, 반대로 대통령이 아무리 실정을 하더라도 임기 내에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더 나아가 대통령이 월권하게 되면 이를 제지할 적당한 방법이 없게 되어 독재나 무능으로 흐를 개연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며칠 전 박근혜 새누리당후보가 당내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광폭행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이휘호 여사와 권양숙 여사를 방문하였다. 이를 두고 새로운 화해시대를 도모하려는 박근혜 후보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며 몇몇 언론과 방송은 연일 대서특필을 하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비판론자들은 다짜고짜 찾아가겠다는 일방통보 후 무작정 방문함으로써 예의를 지키지 못했다며 비판을 가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전태일 열사의 정신과 화해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전태일재단을 방문하겠다는 통보 후 전태일재단을 방문하였다가 쌍용자동차노조원들과 전태일의 가족과 재단의 일부관련자들에 의해 문전박대를 당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아마 박근혜 후보는 쓸쓸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를 보고 있자면, 아니 그녀의 측근들의 보필(?)형태를 보고 있자면 커다란 착각을 하나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홍보와 소통의 不同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박근혜 후보에게 진심으로 충고하고 싶은 부분이다. 홍보는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이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티브이에서, 신문에서, 잡지에서 수많은 홍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홍보분야가 바로 기업체의 광고라고 할 것이다. 기업체는 자신을 팔기 위해서 수많은 홍보비를 들여 광고에 열을 올린다. 기업이미지를 쇄신하고 상품의 우수성을 선전하여 소비자들이 어느 순간 그 기업을 선호하도록 만들기도 하고 그 기업의 제품을 사기도 한다. 실제 이러한 홍보는 국민을 설득한 결과 기업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기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이러한 홍보의 장점을 잘 알고 있기에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깨어있는 소비자는 그 기업의 제품을 써보고, 물건이 좋지 않으면 다시는 그 기업의 제품을 구입하지 않게 되고, 더 나아가 그 기업이 광고홍보와 달리 불성실한 기업이고 질이 좋지 않은 제품을 비싼 값에 파는 나쁜 기업이라는 역홍보전을 펼치기도 한다. 수동적 소비자가 어느 순간 능동적 소비주체로 바뀌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자기 편을 계속 묶어두기도 어렵고 반대자를 설득하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다. 


반면에 소통은 상대방을 보아주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대신 오히려 설득당해 주고, 상대방의 아픈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눈물 흘려주는 동질감의 공유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비로소 상대방은 위로를 받게 되고, 소통의 주체의 품에 안길 수 있는 것이다. 전태일재단을 불쑥 찾아간 박근혜 후보의 마음은 이러했을 것이다. 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3권이 보장되지 못함으로써 절망하고 분노하며 분신의 길을 걸어야 했던 당신을 나는 이해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최선을 다 하겠다, 그러니 나를 믿어달라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게 내가 추측해보는 박근혜 후보의 진심이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박근혜 후보가 커다란 함정에 스스로 빠져 있음을 미처 모르고 있음을 제발 그녀의 주변 참모들이 조언해 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행행위”없이는 피해자와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말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35년 간 불법강점한 후 우리가 광복한지 67년이 지났다. 그 동안 사과성 멘트를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수없이 많이 해왔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하는 일본은 한국과 한국민에게 일제강점 36년의 침략행위를 진정 사과한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통석이니 통념이니 하는 핵심을 비켜가는 듯한 말장난을 수없이 보아왔을 뿐 진정 사과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일본인과 일본정부가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에 대하여 진정으로 사과하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마음이 이번 노다정권의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망언으로 현재화되고, 재무장에 관한 우경화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형태를 잘 알고 있는 우리이기에 우리 역시 일본이 진정으로 사과했으리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그러기에 독일처럼 일본이 진정한 사과를 하고 진정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것을 일관되게 요구해 온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이 일본을 향해 이제 우리가 진정 용서하겠다고 소통의 문을 열지 않는 한 일본이 어떠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은 소통이 될 수 없고, 우리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박근혜 후보에게 일본의 경우나 전태일재단의 경우나 거의 비슷한 과정이라고 비유하면 몹시도 싫어하겠지만, 전태일로 상징되는 노동자들이 느끼고 있는 고통은 마치 일본에게 고통당한 우리 민족이 광복 후 몇 십 년 세월이 지났음에도 일본에 대해 느끼고 있는 통증과 유사한 것임을 제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22명의 자살자가 나온 쌍용자동차해고근로자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그 이외에도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을 둘러싼 노동쟁의나 SJM의 컨택턴스용역업체의 불법폭력진압을 둘러싼 노동자들의 절규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온몸투쟁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월급 많이 받는 근로자들이 어찌 감히 파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며 통탄하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런 통탄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통탄하고 있음을 박근혜 후보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정치지도자라면, 진정 소통을 원하는 정치지도자라면, 이런 고통의 절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현장을 방문하여 그들의 아픔이 무엇인지, 그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등에 대해 현장에서 진지한 고민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소통이 이루어지고, 고통받고 있는 상대방이 박근혜 후보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대학생들과 반값등록금문제를 놓고 소통하겠다며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간단히 인사말만 하고 현장을 떠날 것이 아니라, 끝까지 남아 생생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그들이 등록금마련을 위해 얼마나 시급 5천 원도 되지 않는 적은 돈을 받고 처절하게 알바를 해야 하며, 학자금 융자 후 이자를 감당못해 허리띠를 졸라매어 보지만 어쩔 수 없이 신용불량자가 되어가고 있는 과정 등을 생생하게 현장 육성으로 듣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참모들이 보고 듣고 작성한 요약보고서를 간접적으로 읽어보는 것만으로는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명심하고, 진정 국민과의 소통을 최우선과제로 꼽는다면 제발 현장의 육성을 직접 들을 것을 조언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후보로서는 왜 안철수 교수가 저렇게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해 할지 모르겠는데, 그 해답은 바로 안철수 교수는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마지막까지 남아 들어주며 마침표를 찍어주는 노력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안철수 교수에 열광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남아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과 개회사만 하고 후딱 자리를 떠버리는 사람, 그게 바로 소통과 홍보의 차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인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홍보와 소통의 차이를 이해하고, 진정한 소통에 충실한다면 더 좋은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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