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변호사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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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변호사가 되려면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2.08.24 16: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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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 변호사(KDB산은금융그룹 이사, 준법감시인)

 

사내변호사의 길을 남들보다 먼저 걸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내변호사가 된 계기나 지금까지도 사내변호사를 하고 있는 이유 등등에 대해 얘기해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그런 부탁을 받을 때마다 사실 난감함이 앞선다. 왜냐면 이렇다 할 만큼 내세울 만한 특별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할 당시만도 기업체에서 변호사를 원하는 곳도 많지 않았지만 그런 곳에서 일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어렵지 않게 회사에 취업하여 사내변호사가 되었고, 특별한 변화를 모색하지 못하여 지금까지 사내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것이 전부다(필자의 사내변호사 성공담에 대해서는 본보 2012년 3월 9일자 칼럼을 보기 바란다).


하지만 필자가 사내변호사를 시작했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법률전문가에 대한 공급은 대폭 늘어났지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은 함께 늘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지금은 사내변호사가 되고자 해도 마땅한 자리를 찾기 어렵고, 대우를 잘해주는 좋은 자리를 찾아가기는 더더욱 어렵다. 어느 직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기업체에서 일하는 사내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경우도 먼저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고 자신을 잘 포장해서 사내변호사라는 상품을 구하는 구매자들에게 구매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 되는 방법 밖에 없다. 최상의 상품성을 가진 사람이 사내변호사로만 지원하지는 않겠으나 구매자는 언제나 좋은 상품을 원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다만 한 가지 첨언하고 싶은 것은 스펙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어디나 마찬가지겠으나 사내변호사를 원하는 기업에서도 함께 일할 동료를 찾는 것이지 능력이 뛰어난 전문가만을 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자리를 얻었다 하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으려면 동료들로부터 한 식구라는 신뢰를 받아야 하고 회사가 자신을 필요로 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자기의 삶을 그곳에 헌신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된다.


필자는 증권회사에서 사내변호사를 시작하였는데, 그저 묵묵히 열심히 일했고, 당시 회사에 처해있던 법률적인 문제를 다른 동료들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회사나 동료들은 필자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 자신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언제든지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 부도가 난 대기업그룹 회장의 증권계좌를 압류한 곳에서 법원으로부터 매각명령을 받아, 자신들이 거래하는 다른 증권회사에서 싼 수수료로 매각하려고 하니 그곳으로 이체해달라는 요구를 하였다. 이들의 요구를 법적으로 거부할 방법은 없었으나 필자는 못해준다고 당차게 거절했다. 필자가 근무하던 증권사에서 매각하면 매매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었으나 이체를 해버리면 아무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하였으나 회사의 이익기회를 그냥 뺏길 수 없었던 필자는 소송도 두렵지 않다고 고집을 피웠고, 결국 그들이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수수료가 적은 금액은 아니었으나 특별한 일이 아니었음에도 그 일은 필자가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회사의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한 식구’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어 서서히 두터운 신뢰를 받았고, 그 이후로도 법률적 분쟁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 때문인지 매번 좋은 결과를 낳게 되어 필자는 그들과 다른 이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과 동일하게 회사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동료가 되어 필자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 납골당의 한 주교 무덤 앞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내가 젊고 혈기왕성했을 때,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내가 좀 더 나이 들고 지혜가 생겼을 때, 나는 목표를 낮추어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바꾸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역시 불가능했다. 내 나이가 황혼에 들어서 나는 내 가족이라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불가능했다. 이제 죽을 때가 되어 자리에 누운 나는 문득 생각한다. 나는 왜 나부터 바꾸지 못했는가라고 말이다. 내가 먼저 변했다면 가족을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이고 가족을 변화시키면 나라를 변화시키고, 나라를 변화시키면 세상을 바꿀 수 있었음을 왜 알지 못했는가 말이다.” 라는….


어떤 자리이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으로 변했다. 굳이 사내변호사가 아니라도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항상 노력하고 변화해야만 된다는 금과옥조를 다시 한 번 새기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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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seonday 2017-03-15 15:57:04
마음에 와닿는 글입니다. 잘 보고 감사합니다.
http://blog.naver.com/tose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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