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제도, 엄격 운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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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 제도, 엄격 운영해야
  • 김현
  • 승인 2012.08.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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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최근 국가보훈처로부터 허위공문서를 받은 뒤 국가유공자 자활촌의 명의를 빌려 국가기관 등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을 챙긴 인쇄업자와 이를 알선한 비리 공무원이 무더기로 적발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추가적인 불법행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인쇄업자와 거래한 30여 정부·공공기관 공무원을 상대로 수십 억 원에 이르는 뇌물·향응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에 대한 희생과 공헌을 한 인물들을 기리고 그들의 명예로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인정되는 국가유공자 제도가 어떻게 하여 이렇게 악용되는 것인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을 보면, 국가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일반경쟁이 원칙이나 계약의 목적·성질·규모를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의계약이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 중 하나가 바로 국가유공자에게 일자리나 보훈·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국가유공자 자활집단촌의 복지공장이나 상이용사들로 구성된 단체와 물품구매나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복지의 차원에서 경쟁입찰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수의계약의 허점을 노린 일부 몰지각한 업자들로 인해 국가유공자 제도의 자활지원이라는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6.25전쟁으로 인한 대다수 국가유공자들은 노령화되어 60대 후반 내지 70대에 이르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사망으로 국가유공자 자활촌의 회원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 복지공장 운영을 위한 투자금이나 지원금도 충분하지 않아 생산시설을 유공자들이 직접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을 악용하는 유공자와 전혀 무관한 일반업자들이 국가유공자 단체의 명의를 빌려 경쟁입찰에 따른 요건과 절차를 회피하면서 수의계약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이같은 수의계약 비리는 국가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이번에 적발된 인쇄업자의 경우만 해도 지난 10년 동안 845억원이란 거액의 매출을 올렸다. 국가·공공기관 인쇄물이 경쟁입찰로는 예정가의 60~70%대에 납품되지만 수의계약으로는 90% 수준에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통례임을 고려할 때, 그만큼의 소중한 국가예산이 위법행위를 벌이는 비리업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다.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부상당한 상이군경이 집단 거주하는 자활촌은 전국에 28곳이 있고 이 중 20개 자활촌에서 복지공장을 운영 중이며 생산물품은 각각 다르게 지정되어 있다. 이들 국가유공자 자활촌과 복지공장이 그 설립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용되려면 유공자들이 직접 생산하는지 여부에 대한 관계기관의 엄격한 관리감독이 있어야 한다. 책상 앞에 앉아 서류작업만으로 처리하여 비리의 빌미를 남기지 말고, 직접 자활촌에 가서 유공자들이 스스로 물품을 만드는지, 비리업자가 개입되지 않았는지를 현장에서 꼼꼼하게 실사해야 한다. 또한 수사기관은 철저히 수사해서 국가유공자 제도를 악용한 인쇄업자 및 관련자들의 비리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회원들의 노령화와 회원수 감소 등 자활촌의 여건상 직접 생산이 어렵다면 외부 일반업자들로 하여금 경쟁입찰이나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정당하게 계약을 하게하고 물품을 생산·판매하여 벌어들인 수익금의 일부를 자활촌 단체에 기부하도록 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또 유공자 단체에게 국가와의 수의계약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비리업자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것보다, 국가가 유공자단체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으로 전환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제도 운용상의 허점으로 인해 소중한 국민의 세금이 새어나가 비리업자의 배를 불려서는 안 된다. 국가보훈처나 조달청 등 관계기관도 뒷짐 진 채 자신의 책임회피에만 급급해서는 안 되며, 비리에 연루된 직원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뿐 아니라 제도의 보완이나 대안 마련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선량한 국가유공자와 장애인들의 권익과 직업 재활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국가유공자 제도를 엄격히 운용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국가를 위하여 희생한 국가유공자를 합당하게 지원하고 예우하여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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