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의 스톱워치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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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의 스톱워치는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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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0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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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立秋)와 말복(末伏)이 지나면서 폭염의 기세가 조금씩 꺾이고 있지만 전국에서는 여전히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험생들에게 '불면의 밤'을 안긴 열대야현상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름철 더위에 지쳐 제대로 책을 접하지 못했던 수험생들은 다가오는 가을을 알차게 맞이하려는 듯 독서실이나 도서관 등에서 공부와 씨름하면서 더위를 이겨내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쉽지 않은 듯하다. 여기에다 런던올림픽까지 겹치면서 자칫 학습리듬을 잃고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난중지난(難中之難)의 상황에 처해 있다.

올림픽 선수들, 특히 한국 건아들의 선전이 우리를 매료시키고 있다. 런던올림픽에서 바벨을 놓치고 주저앉은 장미란과 몸을 틀며 도마 위를 나는 양학선의 모습은 우리의 눈과 가슴에 진한 감동을 안겼다. 올림픽 체조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도마의 신' 양학선이 애틋한 효심을 드러냈다. 스무 살 양학선은 금메달을 따낸 뒤 전북 고창의 논바닥 비닐하우스에 사는 부모 얘기부터 꺼냈다. "전날 부모님이 좋은 꿈을 꾸셨다고 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는 "우승하면 소박하고 아늑한 집을 지어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해 왔다.

LG 구본무 회장이 양학선 선수에게 5억원의 격려금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LG는 "LG 구본무 회장이 한국 체조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 선수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 우리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됐으며, 부모님에 대한 효심 또한 지극한 모습에 감동을 받아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이 포상금 1억원, SM그룹이 아파트, 농심이 너구리 라면을 무상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혀 비닐하우스 생활을 면해 드리겠다는 그의 소원도 이제 이루게 됐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아름답게 무대에서 내려온 역도의 장미란 선수의 투혼도 우리를 울렸다. 스물아홉 장미란의 아름다웠던 올림픽 도전기는 바벨과의 작별 손 키스와 함께 막을 내렸다. 비록 대회 3연속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4년간의 피나는 훈련의 결과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던 그의 도전까지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바벨을 손바닥으로 토닥이고 어루만졌다. 입술을 손에 대 키스를 보냈다. 바벨 위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중3 때부터 15년을 함께하며 역도의 삶을 무사히 마무리하게 해준 바벨에 감사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마지막 투혼을 모두 불태웠기에 플랫폼을 나서는 '역도 여제' 장미란의 뒷모습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런던올림픽에서 8일 현재 12개의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이미 선수단이 목표로 했던 '금메달 10개-종합순위 10위'는 초과 달성했다. 이제 관심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거둔 역대 최대 금메달 13개를 얼마나 뛰어넘을 수 있느냐 이다. 예상치 못했던 구기 종목에서의 선전도 돋보였다. 올림픽 사상 처음 4강에 진입한 남자 축구팀이 준결승에서 최강 브라질에 가로막혀 아쉬움을 남겼지만, 여자 핸드볼과 여자 배구는 악조건 속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신화'로 유명한 여자 핸드볼 팀은 8회 연속 4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또 여자 배구도 36년 만에 4강의 꿈을 이뤘다.

이런 연일 계속되는 올림픽 감동에 고시촌도 그 바람을 비켜가기는 어려운 듯 하다. 고시식당은 물론 공부하는 독서실 휴게실에도 한국선수들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수험생들도 '올림픽 삼매경'이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모든 게 올림픽으로 빠져드는 듯한 분위기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 특히 경기 그 자체에 함몰돼 탐닉하며 TV 앞에서 죽치고 있는 것은 수험생의 신분을 망각하는 처사다. 물론 전지구적인 관심사이고 축제인 올림픽에 수험생인들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기에 열광하기보다는 올림픽 영웅에 오르게 된 그들의 삶을 통해 지난 자신의 수험생활을 반추해보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는 계기를 삼는데 그쳐야 한다.

올림픽에 몰입하고 있기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수험생의 현실은 너무 촉박하고 냉엄하다. 올림픽과는 관계없이 수험생이라는 현실은 현실로 존재한다. 합격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 개인의 문제가 올림픽에 이겼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을 뿐이다. 자신의 명운이 걸린 수험생활은 합격하는 날까지 계속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올림픽이 지구촌의 축제라 하더라도 그것이 수험생 개인의 인생을 건 시험보다 중요하랴. 요란한 올림픽 경기 상황에 흔들림 없이 '만전지책'(萬全之策·)을 세워 '합격의 금빛메달'을 획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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