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와 법률가의 도전
상태바
실리콘밸리와 법률가의 도전
  • 성낙인
  • 승인 2012.08.03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에는 새로운 과정이 도입되었다. 유사 이래 법학석사과정은 전공과 무관하게 입학한 다음에 각자 전공을 택하는 자유로운 형태이다. 그런데 이태 전부터 지적재산권법 과정이라는 특수한 석사과정이 개설되었다. 아예 입학부터 교육과정이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니까 대학원 법학과가 아니라 대학원 지적재산권법학과인 셈이다. 이 과정은 재학 중에 실리콘 밸리에 위치해 있는 산타클래라 로스쿨에서 8주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산타클래라 로스쿨은 안경환 전 서울법대 학장 때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해서 필자가 학장 재임시에 상호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실리콘 밸리는 샌 프란시스코에서부터 산타클래라에 이르는 일대에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있는 지적재산 관련 기업들의 메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버클리?스탠포드?샌타클래라 같은 명문 대학까지 포진해 있으니 연구와 창업에 안성맞춤이다. 일년 내내 활동하기에 쾌적한 날씨까지 도와주니 금상첨화 격이다.


이번 여름 방학을 이용해서 실리콘 밸리의 실상을 곁눈질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산타클래라 대학에서 연수중인 지적재산권법 석사과정 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한편 산타클래라 비즈니스 스쿨과 연계된 서울대산학협력단의 2주 단기 프로그램에서는 지적재산과 기업경영에 관한 이론과 실무를 수습한다. 실리콘 밸리의 풍부한 인적 자원은 법과 경영 이론에서부터 창업실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학습의 장을 마련한다.


실리콘 밸리의 현장감은 대학에 인접해 있는 기업들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10여 년 전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처음으로 자신들의 회사를 캠퍼스라 지칭할 때만 해도 건방지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11년 전 그러니까 2001년 9월에 서울대 법대와 마이크로 소프트 사이에 법의 지배를 위한 MOU를 체결한 후 MS에서 장승화 교수의 주선으로 김동희 학장과 부학장인 필자를 초청하였는데 출발 전날 바로 9.11 사건이 터져서 방문 기회를 놓쳤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 구글 관계자와 정상조 서울법대 학장의 소개로 구글 본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상무를 통해서 방문하게 되었다. 우선 캠퍼스라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는 방대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회사 안에서 모든 기업경영과 창조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게 배려하고 있었다. 나쁘게 보면 회사에 가두어 놓고 마음껏 부려먹는다는 인식을 가지게도 한다. 하루 세끼 식사에서부터 심지어 세탁까지 가능하게 되어 있다. 식사도 온갖 가지가 다 제공되는데 직원뿐 아니라 우리 같은 방문객까지도 공짜다. 그러니 특별한 일이 아니면 굳이 외부에 나가서 식사하느라 시간을 빼앗길 필요가 없는 셈이다.


구글의 아우 쯤되는 회사가 페이스북인 것 같다. 페이스북은 동행한 이수원 전 특허청장의 친척을 통해서 김 박사라는 분이 자상하게 소개해 주었다. 하루 세끼 식사 제공 등 일련의 행태나 시설은 거의 구글에 유사하다. 이 쪽 건물에서 저 쪽 건물로 이동하고 있는데 유리로 환히 들여다보이는 건물 일층에 웬 젊은이 셋이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안내하던 분이 바로 그 사람들이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크버그와 부사장이라는 것이다. 20대의 젊은 창업자 CEO라서 그런지 세계적인 부호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점심시간에 짧게 방문한 구글보다 저녁시간 퇴근 이후의 시간을 할애받아 구글보다 더 상세하게 페이스북을 방문하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페이스북이 젊은 구글이라고 평가해도 좋을 법하다. 특히 모든 사무실의 구조가 열린 공간으로 작동되고 종이문서가 거의 사라진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 열린 공간에서 부사장 책상 바로 옆에 똑 같은 사이즈의 비서 책상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어렴풋이 들여다 본 미국의 힘은 위싱턴DC와 뉴욕을 잇는 세계 정치경제의 중심축과, 보스톤의 하버드를 중심축으로 하는 아카데미즘에, 서부개척을 연상케 하는 실리콘밸리의 신지식창출이 그 바탕을 이루면서 세계의 두뇌를 빨아들이는 인텔리겐차 블랙홀이 아닌가 하는 단상을 갖게 한다. 이를 둘러싼 중심축에 미국식 법치주의와 로스쿨의 산물인 미국식 법률가들이 자리 잡고 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