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경제민주화를 모르는 전경련회장은 무지한 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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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경제민주화를 모르는 전경련회장은 무지한 자인가?
  • 법률저널
  • 승인 2012.08.0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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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며칠 전 제주에서 개최된 전경련 하계 포럼에서 “정치권에서 들고 나온 경제민주화개념이 모호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 얼마 전에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똑 같은 취지의 말을 하였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대한민국 재벌총수들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무지한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도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저 말이 나온 직후 대한민국 유수의 경제지 및 주요 언론사의 경제면은 동시다발적으로 “예상경제성장률 및 경기지표 하락, 한국경제 전망 어둡다”라는 “예정된 스페셜경제보도”를 쏟아내었다. 이러한 현상을 볼 때마다 “북 치고 장구 치는 패거리문화”를 직감하며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원고마감시감이 정해져 있는 글을 자주 쓰는 편인 필자로서는 시간을 다투는 신문기사를, 그것도 엄청난 꼭지를 요하는 장문의 기사를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잘 알고 있다. 이게 무슨 연애편지도 아니고, 횡설수설해도 되는 낙서도 아닌, 수많은 독자가 냉정하게 읽는 공개된 글을 써야 하는 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임을 매주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각종 통계자료를 비롯하여 객관적 수치 및 자료에 근거하여 글을 써야 하는 경제관련 신문기사를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미루어 짐작을 해 본다. 그런데 허창수 회장의 저 말이 떨어지자마자 몇몇 주요 신문의 경제면 관련기사는 아니나 다를까 동일한 논조가 “광활한 시베리아벌판”처럼 펼쳐졌으니 이를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신문은 비판적 논조를 싣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주요언론들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경제가 어렵고, 하반기부터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서민들의 경제사정이 나빠져 살기가 힘들어지고, 기업의 고용사정이 나빠져 낮아져 실업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하자면 “국민에 대한 겁박의 경기불황뉴스”가 “마치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공장에서 공산품 찍어내듯 동시다발적으로 보도”되는 기현상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뉴스가 신문을 통해, 방송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되면 일부 국민들이 “아, 이러다 우리나라 경제가 잘못되는 거 아냐? 그러면 어떡하지?” 하며 겁을 먹을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전경련이나 대기업 말을 잘 들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가 거덜 날 수도 있다더라.”하면서 그들의 논조에 동의함으로써 정치권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작용토록 하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시중에서 일부 논자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낄낄거리기도 한다. 어이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현상을 볼 때마다 혹자의 마음속에는 “저 글을 쓴 기자는 저 기업으로부터 모종의 특혜를 받아 키워진 언론장학생”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신문기사를 유심히 보면, 꼭 그 기자가 꼭 그러한 논조의 글을 꼭 그 타임에 맞춰 매냥 써대기 때문이다. 참으로 재미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궁금한 것은 그 엄청난 분량의 기사를 저런 말 떨어지기 바쁘게 써대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말을 할 줄 사전에 알고 미리 써 두었다가 말 떨어지자마자 내밀기만 하는 것일까 의심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런 비일비재한 공범의 역사(?)는 언론사 내부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밀 아닌 비밀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한 꼭지의 기사를 쓴 기자는 그 다음날이면 또 다시 대기업들이 수출을 많이 하여 대한민국경제가 활성화되고, 어떠어떠한 대기업이 어디에서 어떤 사업으로 어떻게 국가경제성장에 기여하였다는 기사를, 거의 게거품 수준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궁금하면 한 번 며칠 동안의 신문기사를 가져다가 비교해 보기 바란다. 필자의 말이 거짓말인지 아니면 실제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지 말이다. 어디 국가경제가 하루 이틀 사이에 그렇게 심하게 요동을 칠 일이 없지 않는가 말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경제민주화 뜻을 잘 모르겠다.”라는 저 말은 “국민에게는 절망적인 말”이다. 그와 이건희 회장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 재벌총수들의 “불변의 고정관념”임을 미루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그리도 바라는 경제민주화를 최일선의 경제계 수장들이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헌법 제119조를 부정하며 경제민주화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탐욕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6ㆍ10 민주화 투쟁의 마지막 단계”에서 얻어진 현행 대한민국헌법 제119조가 천명하고 있는 대원칙이 바로 경제민주화인데 이를 모르겠다고 공공연히 떠드니 그들은 대한민국헌법 위에 존재하는 자들인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987년에 만들어진 대한민국헌법 제119조의 기본가치를 모르겠다는 것은 지난 25년 동안 이 원칙을 애써 무시한 대기업들이 거대한 공룡으로 성장한 오늘 “정치권과 국민을 향한 무언의 겁박”이나 다를 바 없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줄기차게 경제민주화, 그냥 쉽게 말해 재벌의 경제적 횡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정책을 주장하여 왔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새누리당 역시 이번 18대 대통령선거에서 경제민주화정책을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나올 태세이니 “대기업들로서는 속이 바짝바짝 탈 노릇”일 것이다.
 

그래도 기존의 정치권에는 알게 모르게 대기업들이 음으로 양으로 키워온 “정치장학생”들이 일부 있으니까, 그들을 멀리서 리모콘작동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왔을 것이지만, 갑자기 “안철수”라는 예상하지 못한,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통제될 수 없는 영역의 한 인간”이 다크호스로 등장하니 “아뿔싸 이것은 아니다, 이러다 큰 일 나겠다.”라는 다급한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현상이 그 많은 기자들을 모아 놓고 공공연히 “경제민주화를 모르겠다.”라는 도발적 기자간담회를 갖게 된 원인인지도 모른다.
 

현재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가장 좋은 규제방식은 “순환출자의 규제”이다. A라는 주주가 B 기업에 100억 원을 투자하여 B 기업으로 하여금 일정한 사업을 하게 했다면 이것은 말 그대로 정상적인 투자이고 국가경제발전에 좋은 종잣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B 기업이 그 100억 원을 C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되면 이때부터 순환출자가 문제가 된다(이렇게 되면 B 기업은 100억 원을 다른 기업에 투자해 버렸기 때문에 자기 자본이 하나도 없는 깡통기업이 된다). 왜냐하면 원래 돈은 100억 원 밖에 없는데 이 두 번의 투자행위를 통해 200억 원으로 장부상 기재가 되어 사회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200억 원의 “경제적 부”가 창출된 것처럼 사람을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실제로 국민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파이는 100억 원뿐이다). 이 상태에서 C 기업이 D 기업에게 또 100억 원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계속 순환출자가 이루어지게 되면 A라는 주주는 단돈 100억 원을 가지고 A, B, C. D, E... 등 무한히 문어발확장을 통한 기업군의 지배가 가능하게 되어 수많은 기업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그 마지막으로 투자받은 기업이 다시 A에게 100억 원을 투자하게 되면, A는 자기가 투자한 돈을 사실상 모두 회수하게 된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제로가 되어야 하는데 웃기게도 그 상태에서 A는 여전히 B, C. D, E...라는 기업을 계속하여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 여전히 장부상 100억 원씩을 각각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돈 100억 원이 “순환출자라는 요상한 투자방식”을 통해 수십, 수백 개의 문어발기업의 자본금으로 변질되는 착시현상, 즉 뻥튀기기의 극치를 보여주며 국가경제를 대기업이 좌지우지하는 아주 나쁠 수도 있는 지배구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기업들이 규제받기 싫어하는 총액출자제한제도도 비슷한 기능으로 작동하고 있다.
 

결국 몇몇 재벌총수들은 사실상 대기업 주식의 몇 퍼센트만을 가진 소수주주에 불과한데도 순환출자와 같은 편법을 통해 수많은 기업체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동네 빵가게까지 말이다. 그러니 대기업 총수들의 탐욕이 발동되는 것이다. 즉 전체가 자기 것이면 기업이 사는 것으로 자기도 사는 것이니 탐욕을 부릴 필요가 그리 많지 않지만, 적은 것을 투자하였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사정이 바뀔지 모르니 “현행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 한 탕 해야 한다는 한탕주의”에 사로잡혀 무리한 탐욕의 확장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일부 편승한 경제관료, 정치가, 언론인들이 합세하여 대기업의 횡포를 묵인 또는 조장하는 장학생 역할을 톡톡히 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18대 대선의 예비주자들 모두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경제민주화”를 표방하고 있다. 대선 예비주자들 중 누가 가장 국민의 편에 설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누가 가장 대기업의 편이 될 것인지(?)”를 지켜보겠단다. 재미있지 않은가? 이미 깨어날 대로 깨어나 모든 것을 알아채 버린 국민들은 대선주자들에게 “경제민주화의 실현이 시대적 사명”임을 자각시켜 버렸는데, 전경련 회장이라는 이는 “누가 가장 비경제민주화의 大家”인지를 보겠다니, 알 만한 사람은 모두 다 하품을 해버리지 않겠는가? 나조차도 하품을 해버리니, 어디 독자들 중에서도 동의하는 분은 하품 한 번 늘어지게 하셔 버리기 바란다.
 

경제민주화, 그 핵심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과 상생이 가능한, 그리하여 모든 경제적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응분의 대가로 주어지는, 그러기 위해 대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강화되는 경제구조의 실현 아니겠는가? 아차, 아직 정치민주화도 완성하지 못한 주제에 무슨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거야 하며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재벌총수들이 간파하여 국민을 향해 선전포고한 것이 아닐까? 아뿔싸, 이리 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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