晝軍夜讀...진수일의 陣中 사법시험 합격기 13
상태바
晝軍夜讀...진수일의 陣中 사법시험 합격기 13
  • 법률저널
  • 승인 2012.07.27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수일씨는 지난해 11월 군 복무 중 제53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2010년 6월 제52회 사법시험 2차시험을 치르고 7월 군에 입대했지만 몇 달 후 발표된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이 없었다. 2004년 시험 준비를 시작해 2차에서만 세 번 떨어진 터라 군생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군에서 '특급전사'와 '사시 합격'이라는 '두 마리' 쫓기에 나섰다. 시험 때문에 군 생활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공부만 하던 '서생'이 군에 들어와 '특급전사'가 됐다. 사격 20발 중 18발 이상을 명중하고 정신전력 30문항 만점, 팔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 3㎞ 달리기 등의 시험을 무난히 통과해 가장 높은 '금장' 등급을 받았다.

육체적으로 힘이 들었지만 그는 자투리 시간과 야간점호 후 시간을 활용해 공부에 매달렸다. 주말에는 11시간 이상 책상을 지켰다. 군에서 사시 붙기가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한번 깨보고 싶어서 더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피곤하고 졸립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꼭 잡자'라는 신조를 수없이 되뇌었다.

마침내 그는 2011년 10월 육군 특급전사인 상병으로서 제53회 사법시험 2차에 합격했다. 이어진 면접도 통과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군야독'(晝軍夜讀)의 귀감을 보여줬다. 군 생활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이다.

고려대 수학과(02학번) 1학기만을 남겨 놓고 있는 그는 지난 4월 30일 만기 전역을 했으며 2013년 사법연수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법률저널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그의 합격비법을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註

 

제3장 세상이 나를 버렸다.


고시 5년차


(1) 5 리터가 모자랐다.


2009년 새해가 됐다. 나는 2009년 1월 1일 아침 6시에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년에는 1월 1일에 예비 사법연수생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하고 기분 좋게 늦잠을 잘 수 있기를. 매년 1월 1일이면 항상 하는 생각이었고, 그런 날이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항상 하는 걱정 이었다.
 

아침 8시에 평소와 다름없이 독서실에 앉아 공부했다. 매년 3월~5월 초순 까지는 사법시험 2차 3순환 모의고사1)가 시작된다. 시험을 보기에 앞서 읽어야 할 기본서 분량이 150~250페이지 가량 됐고, 별도로 봐야할 문제집이 100페이지 정도 됐다. 시험 시간도 2시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했다. 봐야할 양은 무궁무진한데, 시간이 모자랐다.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우수한 고시생들도 이 기간을 힘들어 했다. 그래서 1회 차의 시험 응시생이 200명이라고 한다면, 반 정도 지나가면 120명가량으로 줄어있고, 마지막 회 차에 들어서면 70명 정도가 남아있다.
 

시험을 보고 답안지를 내면 학원에서 답안지를 채점을 해 준다. 나는 보통 상위 30~50%사이의 성적이 나왔다. 3순환 모의고사의 성적이 꾸준히 30%안에 들면 합격한다는 말이 있는데. 30%밖의 성적이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라서 성적을 받고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3순환 모의고사의 성적이 30% 이내가 아니라 하더라도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왜냐면 실제 시험은 전범위이고, 3순환 모의고사는 진도가 일정부분만 정해져 있으므로 양자를 동일하게 놓고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다. 내 주변의 합격자도 3순환 모의고사에서 나와 비슷한 점수를 맞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시험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지, 모의고사에서 반짝 점수가 잘 나왔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의고사에서 계속 우수한 성적을 받는 고시생은 실제 시험에서 불합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모의고사 성적과 합격은 어느 정도의 개연성은 있다고 생각된다.
 

힘든 3순환이 끝나고, 시험까지 한 달 하고도 10일 가량이 남았다. 이 시기에는 보통 각 과목당 3회독을 하고 들어가는 것을 정석으로 하는데, 첫 번째 회독에는 각 과목당 4일, 두 번째 볼 때는 2일, 세 번째 볼 때는 하루에 보는 방법을 주로 취한다.2)나도 위와 같은 방법을 선택해 공부했다. 1000페이지가 넘는 기본서를 4일에 보는 것도 벅찬데, 나중에는 2일에 봐야 했다. 이때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식당까지 공부를 하면서 가기도 했다.
 

50일 정도의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시험일이 다가왔다. 올해에도 고려대학교에서 응시했다. 2차 시험이 있는 학교는 진풍경이 벌어지는데, 시험에 응시하는 고시생이 걸어 다니면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고시생 한명에 가족 수행원 1~2명이 붙어서 그룹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시험 시작 10분 전까지는 입실을 해서 책을 교실 앞으로 뺀 후 조용히 대기해야 하는데 한 글자라도 더 보려는 고시생들이 많아 책을 갖고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이것을 통제하려는 시험 감독관이 뭐라 뭐라 하지만, 태반의 고시생들은 그런 감독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뚝심 있게 책만 본다. 3) 1교시가 끝나고, 점심을 먹게 되는데(시험은 하루에 2과목씩 본다.) 점심시간에는 고시생 가족들이 능숙한 솜씨로 밥상을 차려놓는다. 그 밥상에는 주로 김밥과 고기, 맑은 된장국, 과일이 놓여 지고 한 옆에는 시험 보면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초콜릿 가공품이 놓여진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가족이 대전에 있었으므로 위와 같이 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같은 교회 다니는 평신도 사모님들4)이 아침 마다 도시락을 싸주셨다.
 

시험 1일차에 헌법과 행정법을 봤다. 시험 1일차에는, 3순환 모의고사가 끝나는 5월 이후부터 답안지를 써보지 않았기 때문에 답안 감각이 떨어진 상태를 고려해 시간을 조절하는데 특히 주의를 기울였다. 실제로 1일차에는 시간 관리를 못해 10점짜리 문제를 채 쓰지도 못하고 답안을 내는 경우가 빈번하다. 내가 아는 선배 중에도 첫날 첫 시간인 헌법에서 시간 관리에 실패해 마지막 10점짜리 문제를 두 줄 쓰고 제출했다(10점짜리 문제의 경우 대략 25줄은 써야 한다.). 후에 불합격 했는데, 커트라인 보다 점수가 0.2점정도 모자랐다. 그 선배가 헌법 10점짜리 문제를 쓰기만 했어도 무조건 합격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했다.5) 나는 이러한 부분을 주의하며 시험에 임했다. 1일차 문제는 그렇게 어렵게 나온 것도 아니었으므로 기분 좋게 시험을 봤다.
 

시험 2일차는 2차 하수들이 힘겨워 하는 날이다. 왜냐면 민사소송법, 상법 시험이 치러지는데, 1차와 중복되는 과목이 없어서 1년 반 정도만 당해 과목을 공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 역시 겨우 1년 반만 민사소송법과 상법을 공부한 상태라서 가장 걱정이 됐다. 다만 이 과목은 분량이 많기 때문에 시험문제는 그렇게 어렵게 나오지 않는다. 어렵게 나온다면 대량 과락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겨우겨우 답안을 채우고, 시험장을 나왔다. 문제 자체가 크게 어렵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내가 잘 본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시험 3일차에는 형법, 형사소송법이 치러진다. 형법은 1차 과목에도 있어서 암기의 압박이 덜하다. 그러나 문제 자체가 매우 어렵게 나오고, 논리를 하나만 엉뚱하게 잡아도 답안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려서 과락이 잘 나온다. 형사소송법의 경우도 분량 자체는 다른 과목에 비해 많지 않지만 ‘전문증거’라는 파트가 특히 어렵다보니 과락 랭킹 2위에 있다. 2009년 사시 2차에서 내가 가장 힘들어 했던 날이었다. 형법은 사시 2차를 두 번째로 보는 내가 소홀히 했던 과목이라 문제의 감이 떨어져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난감했다. 6) 무거운 마음으로 시험장을 나왔다. 


 ▲ 다음호 계속

각주)-----------------
1) 사시, 행시, 외시 고시 학원에서는 ‘3순환 모의고사’를 시행한다. 3순환 이란 ‘1번 과목~ 마지막 과목’까지의 강의가 돌고 돌아 3번째 돌아왔다는 의미고, 이 시기에 실전형식의 모의고사를 시행하기 때문에 ‘3순환 모의고사’로 명명한다.
2) 고시 전문용어로 ‘4-2-1 작전’ 이라고 한다.
3) 사시2차생을 통제하기란 정말 힘들다(이는 행시 외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끔은 시험감독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측은했던 적이 있다.
4) 그간 정성어린 도시락을 싸주신 장인숙, 류용미, 양영숙, 김수정 사모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5) 그 선배는 후에 사시를 접고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
6) 이에 대한 수험대비는 Ⅱ.2막 수험방법론 참조.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