晝軍夜讀...진수일의 陣中 사법시험 합격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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晝軍夜讀...진수일의 陣中 사법시험 합격기 9
  • 법률저널
  • 승인 2012.06.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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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일씨는 지난해 11월 군 복무 중 제53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2010년 6월 제52회 사법시험 2차시험을 치르고 7월 군에 입대했지만 몇 달 후 발표된 합격자 명단에서 이름이 없었다. 2004년 시험 준비를 시작해 2차에서만 세 번 떨어진 터라 군생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군에서 '특급전사'와 '사시 합격'이라는 '두 마리' 쫓기에 나섰다. 시험 때문에 군 생활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공부만 하던 '서생'이 군에 들어와 '특급전사'가 됐다. 사격 20발 중 18발 이상을 명중하고 정신전력 30문항 만점, 팔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 3㎞ 달리기 등의 시험을 무난히 통과해 가장 높은 '금장' 등급을 받았다.

육체적으로 힘이 들었지만 그는 자투리 시간과 야간점호 후 시간을 활용해 공부에 매달렸다. 주말에는 11시간 이상 책상을 지켰다. 군에서 사시 붙기가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한번 깨보고 싶어서 더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피곤하고 졸립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꼭 잡자'라는 신조를 수없이 되뇌었다.

마침내 그는 2011년 10월 육군 특급전사인 상병으로서 제53회 사법시험 2차에 합격했다. 이어진 면접도 통과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주군야독'(晝軍夜讀)의 귀감을 보여줬다. 군 생활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이다.

고려대 수학과(02학번) 1학기만을 남겨 놓고 있는 그는 지난 4월 30일 만기 전역을 했으며 2013년 사법연수원에 들어갈 예정이다. 법률저널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그의 합격비법을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자 註

 

제3장 세상이 나를 버렸다.


고시 2년차


2006년부터는 법대 사법시험반(이하 ‘고시반’)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다. 고시반은 강의 동 한 층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데,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모여서 독점적인 자리를 확보한 채 공부하는 곳이다. 한 반에 대략 40명 정도가 들어가 있고, 10반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이는 천차만별로 40대 초반 되는 선배님들로부터 새파랗게 어린 20대 초반의 후배들이 공존하고 있다. 당시 나는 24살 이었는데 고시계에서 보면 어린 나이였다.


고시 1년차 때 혼자서 공부했던 것에 비하면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선후배들끼리 오순도순 모여 공부하는 고시반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3~4년차 선배님들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법이라든가, 시험에 적합한 책을 알려 주었는데 이는 정말 유용한 정보였다. 그리고 혼자서 외롭게 공부하는 하이에나에서 같이 모여 공부하는 시스템은 그 자체로 큰 힘이 됐다. 나는 개인적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고시반 이라든가, 각종의 자격시험반에 입실해서 공부하기를 추천한다. 1) 혼자서 공부하다보면 우울증에 빠지기 쉽고, 잘못된 공부법에 몰두해 아까운 시간을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방지하는 데는 연륜이 있는 선배들의 조언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2006년에 고시반에서 공부할 때 나는 공부 원칙을 세웠다. 그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공부를 할 때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주관적, 객관적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혹 본인은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는데 객관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2) 예를 들어 6시간을 공부한 사람이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고 하면 통상 12시간을 공부하는 고시생 기준으로 보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 된다. 즉, 객관적인 시각에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12시간을 공부했어도 자신의 체력이나 집중력을 고려할 때 2시간 더 공부할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이 12시간만 공부했다고 하는 것은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니다. 객관적인 관점으로는 최선을 다했는지 몰라도 본인의 능력을 기준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객관적인 시선으로도 최선을 다하고, 주관적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수험 자세를 견지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2) 일주일에 한편 씩 영화를 보되 장르를 SF, 코미디에 국한 시켰다.

나도 인간인지라 365일 계속 공부를 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영화도 보곤 하는데, 이때 영화의 장르가 중요하다. 아무 영화나 보게 되면 그로인해 남는 여운 때문에 공부에 지장이 있다. 특히 멜로 영화를 보게 되면 혼자서 고독히 공부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주변의 젊은 커플들이 부러워지게 된다. 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비교의식은 슬럼프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슬픈 영화나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철학적 영화는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들어 공부 중 잡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순히 한번 보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코미디 영화나,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어 고시 생활에 비춰지는 잔상이 없는 SF영화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3) 가요는 듣지 않기로 했다.

클래식 음악 같은 경우 내가 문외한이라 그런지 강렬한 임팩트를 못 느낀다. 그러나 가요의 경우 멜로디의 중독성이나 강렬함 때문에 무의식중에 따라 부르게 되고, 공부 중 잔향이 남아 집중력을 저하 시킨다. 그래서 나는 수험 기간 동안 가요는 듣지 않았다.

 

위와 같은 원칙을 세우고 공부 하였다. 고시 1년차 때 모의고사를 한 번 경험 했으므로, 매년 9월부터 시작되는 본격 모의고사(진도별 모의고사) 기간에 수월히 진도를 따라 갔다. 3) 그리고 고시 1년차 때 자주 틀렸던 문제 유형을 책에 정리해 두었으므로 4) 모의고사 점수도 잘 나왔다. 진도별 모의고사 하나씩만 풀어도 시간이 벅찬 기간에 시간이 남아 다른 모의고사도 구해서 풀었다.


모의고사 성적이 상위권이 되고 진도가 무난히 나가자 나는 자신감을 갖았다. 사법시험도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떨어지면 누가 합격 하냐는 거만한 생각으로 2007년 2월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모의고사 기간이 12월 중순에 끝이 나고, 6천 페이지가 넘는 책을 3번 이상 봐야하는 약 65일의 기간이 도래했다. 하루하루 진도에 치이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 속에서도 자신을 다독이며 공부를 해 나갔다. 이 기간에는 모든 사람이 극도로 예민해지므로 고시반 내에서 책장 넘기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썼다.


바야흐로 해가 바뀌고 2007년이 왔다. 그리고 시험 날이 됐다. 2007년 2월 20일 즈음에 시험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지하철을 타고 시험장에 갔는데, 지하철 안에서 선택과목인 국제법을 빠른 속도로 보면서 시간을 아껴 썼다.
처음 가보는 시험장의 분위기는 고요했다. 사람들은 대부분이 트레이닝복 차림이었고, 통일된 패션에서 나오는 진기한 기운은 나를 압도하는 것 같았다. 최대한 긴장을 가라앉히고 시험을 쳤다. 1교시는 헌법과 국제법 이었고, 2교시는 형법 , 3교시는 민법이었다.


2007년 2월 1차 시험은 유달리 어려웠다. 다른 년도에 비해 커트라인이 10점 가까이 떨어졌다. 나는 모의고사 성적은 잘 나왔지만, 수능에서와 마찬가지로 근소한 차이로(그때 커트라인이 73점 정도 됐는데, 내가 71.5점 이었다.) 떨어졌다.


채점 후 망연자실했다. 2년 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 했다고 자부했는데, 결과가 나빴다. 안암동 하숙집에 누워서 천장을 봤다. 천장이 신기하게도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주룩 흘렀다. 나는 정말 안 되는 놈인가 보라고 생각했다.

▲ 다음호 계속


각주)-----------------
 1) 대부분의 대학이 모두 고시반이 있다. 한번 찾아보라. 틀림없이 있을 테니
 2) 이런 우는 공부를 오래한 장수생일수록 특히 심하다.
 3) 모의고사의 경우 고시, 임용고시를 막론하고 어떤 시험이나 그 일정이 빡빡하다. 따라서 본격적인 수험준비에 앞서 모의고사를 가볍게 체험하고 분량의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예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좋다.
 4) 이것은 수험 전략상 매우 중요하다. 문제를 풀고, 틀린 경우 오답노트를 별도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기본서의 해당 내용에 문제집에서 틀린 지문을 가필해 두고 왜 틀렸는지를 간략히 적어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기본서를 읽을 때 그 부분을 어떻게 읽어두고 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는 기본서 한 번 읽을 때 문제집도 한번 보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사시생들에게는 친숙한 방법일 것이다. -Ⅱ.2막 수험방법론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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