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면 직무유기죄의 성립은 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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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면 직무유기죄의 성립은 부정
  • 법률저널
  • 승인 2012.06.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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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06.10.19.선고 2005도3909 전원합의체 판결

 

이창현 한국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사건 개요


 가. 공소사실의 요지


(1) 피고인은 OO경찰서 방범과장이었던 자인바, 공소외 1과 공모하여, 2003.5.10. OO경찰서 방범과장실에서 같은 달 9. 17:00경 위 공소외 1과 충남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소속 경찰공무원들이 합동으로 대전 소재 ‘B오락실’과 ‘A오락실’을 각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단속하여 범죄행위에 제공된 증거물로 위 ‘B오락실’로부터는 변조된 ‘잭바(Jack Bar)’ 오락기 기판 95개 1,900만원 상당, 위 ‘A오락실’로부터는 변조된 ‘양자방(Yang Ja Bang) 2' 오락기 기판 81개 2,560만원 상당을 압수하여 위 방범과 사무실에 보관중인 것을 위 공소외 1로부터 보고받아 알고 있던 중, 이러한 경우 위와 같은 압수물은 같은 경찰서 수사계에 인계하고 검찰에 송치하여 범죄혐의의 입증에 사용한 후 몰수되도록 소속직원을 지휘, 감독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친분이 있는 성명불상자의 부탁을 받고 돌려 줄 마음을 먹고 위 공소외 1에게 “A오락실로부터 압수한 오락기 기판을 업주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하고, 위 공소외 1은 같은 날 위 경찰서 방범지도계 사무실에서 A오락실 업주에게 위와 같이 압수한 변조 기판을 돌려주어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를 유기함과 동시에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


(2) 피고인은 위 공소사실 외에도 공소외 1과 공모하여 B오락실로부터 압수한 오락기 기판을 돌려주라고 지시하여 직무를 유기함과 동시에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부분과 공소외 1 등과 공모하여 C오락실을 단속할 때 변조된 기판을 압수하지 말고 업주가 미리 준비해 놓은 기판을 압수해 오라고 지시하고 공소외 1 등은 단속하면서 범죄행위에 제공된 ‘파라다이스’ 오락기 기판 70개를 압수하여야 함에도 업주가 준비한 폐기판을 압수한 후 변조된 ‘파라다이스’ 기판을 압수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기재하는 등으로 공문서인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같은 경찰서에서 수사과 소속 경장에게 위와 같이 허위로 작성한 압수조서를 위 단속 서류에 편철하여 인계함으로써 이를 행사하였다는 부분(허위공문서작성 · 허위작성공문서행사)도 함께 공소제기되었다.

 

나. 사건경과


(1) 1심은 검사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인은 A오락실의 기판에 대해서는 재산권 침해가 아니냐는 항의성 전화를 받고 공소외 1에게 민원해소차원에서 기판을 돌려줄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보고 문제가 없으면 돌려주라고 하였을 뿐이고 B오락실 기판에 대해서는 돌려주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고,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의 점에 대해서도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고, 검사는 피고인이 범행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였으면서도 범행을 부인하면서 모든 책임을 공소외 1에게 떠넘기고 있고 피고인의 지시에 의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공소외 1이 범행사실을 모두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음에도 다른 사건에서 동종 범행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받아 확정된 후 이 사건 범행에 대하여도 징역 8월을 선고받은 점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선고된 형량은 너무 가볍다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2) 항소심(원심)에서는 A오락실 기판과 관련하여서는 피고인의 직무유기의 위법 상태는 피고인이 공소외 1로 하여금 압수된 변조 기판을 돌려주게 함으로써 범한 증거인멸죄에 포함되는 이른바 법조경합의 보충관계 또는 흡수관계에 해당된다고 보아 파기하고(증거인멸죄는 유죄선고, 직무유기죄는 이유무죄), B오락실 기판과 관련하여서는 피고인은 공소외 1에게 A오락실에 관해서만 기판 반환을 지시하였는데, 공소외 1이 B오락실 업주에게 압수한 기판을 돌려주면서 형평성 차원에서 같은 날 단속된 B오락실 업주에게도 기판을 돌려주었을 뿐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B오락실 업주와 친분이 있다거나 또는 다른 제3자로부터 B오락실의 기판 반환을 부탁받았다는 사정을 찾아볼 수 없어 피고인이 위 기판을 반환해 줄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보여지지 않고 달리 피고인에게 B오락실의 기판을 업주에게 반환해 주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직무를 유기할 범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항소심은 피고인에 대하여 A오락실의 기판 관련 증거인멸죄와 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죄에 대하여 징역 10월을, B오락실에 대한 기판 부분 증거인멸죄와 직무유기죄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대해 검사만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상고하였다.
 
2. 쟁 점


 작위범인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는 경우에 별도로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여 상상적 경합관계가 되는지, 아니면 작위범이 성립하면 직무유기죄는 그에 흡수되어 성립하지 않는지가 문제된다.

 

3. 판결이유 정리

가. OO경찰서 방범과장이던 피고인이 부하직원으로부터 A오락실을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단속하여 범죄행위에 제공된 증거물로 오락기의 변조 기판을 압수하여 위 방범과 사무실에 보관중임을 보고받아 알고 있었음에도 그 직무상의 의무에 따라 위 압수물을 같은 경찰서 수사계에 인계하고 검찰에 송치하여 범죄 혐의의 입증에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부하 직원에게 위와 같이 압수한 변조 기판을 돌려주라고 지시하여 A오락실 업주에게 이를 돌려주었다면 직무위배의 위법상태가 증거인멸행위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작위범인 증거인멸죄만이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거부)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71.8.31.선고 71도1176 판결, 1996.5.10.선고 96도51 판결, 1997.2.28. 선고 96도2825 판결 등 참조).
 나. 이와 달리, 사법경찰관인 피고인이 피의자 등에게 관련자를 은폐하기 위하여 허위진술을 하도록 교사하였다면 타인을 교사하여 증거인멸죄를 범하게 한 것인 동시에 그것이 또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거부한 것이 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67.7.4.선고 66도840 판결은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직무유기죄와 증거인멸죄의 관계 및 상상적 경합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으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4. 위 변경된 대법원 1967.7.4.선고 66도840 판결의 내용
 

가. 사실관계
  

피고인이 밀수품 보관 피의자 공소외 1을 조사함에 있어서 동인의 처남인 공소외 2가 이 사건 밀수품을 가지고 와서 보관케 되었고, 공소외 2는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타리 옆 자동차 부속품상사에 다닌다고 사실대로 진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인에게 대하여 당신이 전 책임을 지고, 처남인 공소외 2가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하자면 당신이 그 밀수품을 가져온 사람을 가공인물을 내세우시오, 그리고 관련 피의자 등이 석방되어야 살 수 있다. 그러니 가공인물로부터 동 물품을 받았다고 말하고, 공소외 2는 직업없이 놀고 있다고 진술하라고 사수하여 동인으로 하여금 김용택이라는 가공인물로부터 동 물품을 받았으며, 공소외 2는 현재 놀고 있다는 진술을 하게 하여 그와 같은 취지로 동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한 사실 및 동일 오전 7시경 부산서구 충무동 4가 2에 있는 동인 집에서 동인의 처인 공소외 3에게 대하여 누가 물으면 위 물품은 동생 아닌 남편 친구 부탁으로 받아 놓았다고 말하라고 한 사실이 인정된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사법경찰관사무취급으로서 범인 공소외 2를 체포할려고 유도공작을 한 것이고, 증거인멸죄의 범의와 그로 인하여 피고인이 직무를 유기하였다고 인정할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원심이 확정한 피고인의 소행은 타인을 교사하여 증거인멸죄를 범하게 한 것인 동시에 그것이 또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거부한 것이 된다 할 것이요, 피고인이 사법경찰관으로서 범죄수사의 방법으로 한 것이라 하여도, 범법한 행위에 대한 형사상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검사로 하여금 공소장을 변경할 기회마저 준 흔적도 없이 전시와 같이 판단한 것은 증거인멸의 교사범과 직무유기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으로서, 이 점에 관한 상고논지 이유있고, 원판결은 파기를 면치 못하여 사건을 환송하기로 판결한다.

 

5. 검 토
 

작위범인 증거인멸죄 등이 성립하면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보는 판례는 매우 많다.
   

즉, 범인도피죄와 직무유기죄에 관한 대법원 1996.5.10.선고 96도51 판결 <경찰서 형사계장인 피고인이 검사로부터 범인을 검거하라는 지시를 받고서도 그 직무상의 의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범인에게 전화로 "형사들이 나갔으니 무조건 튀라"고 알려주어 그를 도피케 한 경우>, 허위공문서작성 · 동행사죄와 직무유기죄에 관한 대법원 1999.12.24.선고 99도2240 판결 <피고인들이 18명의 도박범행사실을 적발하고 그들의 인적사항을 확인하였음에도 이를 상사인 파출소장에게 즉시 보고하여 그 도금(賭金) 등을 압수하고 도박죄로 형사입건하는 등 범죄수사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고 이를 묵인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도박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근무일지를 허위로 작성하고 소속 파출소장에게 이를 허위로 보고한 경우>, 대법원 1972.5.9.선고 72도722 판결 <건축과 공무원인 피고인이 신축건물에 대한 착공 및 준공검사를 마치고 관계서류를 작성함에 있어 그 허가조건 위배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허위의 복명서를 작성 행사한 경우>과 대법원 1971.8.31.선고 71도1176 판결 <세무서 주세계장인 피고인이 부하 계원을 데리고 정미소에 나아가 수사한 결과 그 정미소 뒤에서 주정 냄새가 나는 빈 드람통 4개를 발견하고 그 정미소 종업원으로부터 이 드람통은 모두 양조장에서 갖다 놓은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범칙 혐의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그 정확한 조사도 하지 않고 행사할 목적으로 허위 전말서를 작성하고 공소외 1에 대한 진술조서를 작성함에 있어 공소외 1은 공소외 2가 주정을 몰래 사용하거나 탈세한 일이 없다고 진술한 사실이 없는데도 그렇게 진술한 양 허위내용의 조서를 작성한 후 이를 세무서장에게 제출 행사한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와 직무유기죄에 관한 대법원 1997.2.28.선고 96도2825 판결<전북도청 수산과 계장으로서 어업허가 신청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어업허가처리를 부탁받은 수산과 직원으로부터 어선이 없고 선박증서만 있는 공소외 1의 석박에 대한 어업허가장이 발부되도록 처리하여 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승낙한 다음 어업허가담당자에게 어업허가시 필요한 선박실체확인 등 어업허가 실태조사를 하지 말고 어업허가 처리 기안문을 작성하도록 지시하여 동인으로 하여금 어업허가 처리기안문을 작성하게 한 다음 피고인 스스로 중간결재를 하고 그 정을 모르는 농수산국장으로부터 최종결재를 받아 전라북도지사 명의의 허가장을 발급하게 한 경우>(위 판결에 대해 임웅, 형법각론, 법문사, 2012, 683면에 의하면 ‘허위공문서작성에 있어서 중간결재자인 공무원이 그 정을 모르는 최종결재자의 결재를 받아낸 경우에 중간결재자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을 긍정한 대법원판결이 등장함으로써 주목을 끌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등이 있다.
    

따라서 본 판결은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는 경우에 직무유기죄도 성립한다는 기존의 판례를 사실상 폐기함으로써 직무위배의 위법상태가 증거인멸 행위 등의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작위범인 증거인멸죄 등만이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법리에 일관성을 갖추게 된 것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 핵심사항 : 작위범과 부작위범, 법조경합, 상상적 경합, 증거인멸죄, 직무유기죄, 범인도피죄, 허위공문서작성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3차 시험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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