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대한민국헌법과 종북주의, 그리고 갈릴레오 갈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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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대한민국헌법과 종북주의, 그리고 갈릴레오 갈릴레이
  • 법률저널
  • 승인 2012.06.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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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학장/변호사/시인

 

유월 호국보훈의 달이다. 녹음이 우거져 푸르른 산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현충일 아침, 교수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아침 일찍 조기를 게양하는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며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감사하다. 선열들의 호국희생정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다는 느낌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감사를 잊은 자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종북주의”라는 말이 최대의 화두가 되어 있는 현실은 그지없이 비참하다. 당신은 종북주의자, 우리는 종북주의자가 아니라 통일평화주의자라는 두 단어의 격렬한 투쟁을 보면서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이 새벽에 대한민국 헌법을 꺼내 전문前文을 소리 내어 읽는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라는 문장을 찬찬히 뜯어보며, 이처럼 아름답고, 감미롭고, 황홀한 문장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시인도, 소설가도, 수필가도 이렇게 구구절절 가슴을 파고드는 명문장을 쓸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시인적 감성에 젖어 깊이 감동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헌법정신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가슴에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전문의 양대 사상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것이고,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는 것은 이는 일본으로 상징되는 식민지배의 외세를 배격하여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시대적 사명을 선언한 것이다.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것은 이승만으로 상징되는 독재권력, 박정희로 상징되는 5ㆍ16구테타 정권, 전두환으로 표창되는 5ㆍ18광주민주화투쟁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외세의 부당한 간섭을 배격하고, 대내적으로 독재정권의 출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들의 정신은 오늘도 살아있고, 우리의 내일을 지도하는 기본정신으로 작동하고 있다.


또한 헌법 전문은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우리에게 과제로 안겨주고 있다. 그 수행방법으로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고,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는 방법을 실천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그리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자는 목표를 실현시키자고 강조하고 있다. 위 헌법 제정 당시인 1987년은 전두환 군부독재가 12ㆍ12사태 후 제정된 5공헌법에 입각해 체육관선거라고 조롱거리가 되었던 간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겠다며 4ㆍ13호헌선언을 했던 때였다. 이 호헌선언에 대해 전 국민은 분연히 일어나 피 흘려 투쟁하였고, 결국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6ㆍ29선언을 통해 현행 헌법이 개정되었기에, 군부독재시절 이루지 못했던 “조국의 민주개혁”은 당시 최대의 현안이었다. 그리고 당시 전 국민에게 염원으로 집약되었던 “평화적 통일의 사명감”은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김영삼정부 때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남북정상회담이 극적으로 합의되었으나 김일성 주석의 1994년 7월 7일 급서함에 따라 상황이 반전되어 남쪽의 조문여부를 둘러싼 보수 대 진보의 싸움 끝에 조문하지 않기로 결정됨에 따라 남북관계는 그 이전보다 더 경색되고 말았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시절 두 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6ㆍ15선언 및 10ㆍ4선언이라는 두 개의 정상회담합의가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위원장이던 지난 2월 28일 63빌딩에서 열린 “2012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기념 국제학술회의”의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주창하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첫째, 서로 약속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남북 간, 그리고 북한이 국제사회와 합의한 7ㆍ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ㆍ15 선언, 10ㆍ4 선언 등 기존의 약속들은 기본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국가관이라는 포괄적 용어 속에서 사상검증의 선봉에 서는 것을 보면서, 저 기조연설이 뜬구름 같은 이야기였단 말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박근혜 의원을 이해하기가 참으로 힘들다. 그런데 일부 국회의원들의 사상검증이 시작되면서 “종북주의자”라는 신매카시즘적 공격이 자행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하여,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남북통일을 위한 구체적 노력을 천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북통일을 위한 국민의 올바른 생각은 보장되어야 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하에서 어떠한 통일노력에 대해서도 헌법적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에 대해 “국가관”을 검증하겠다는 것이야말로 대한민법 헌법 제19조가 천명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를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어서 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위헌적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종북주의라는 말 한 마디로 인간이 정형적으로 재단되고 한때 독재자들 밑에서 곡학아세하던 자들이 저 말 한 마디로 우월적 존재가 되는 것을 나는 결단코 거부한다. 그리고 5공정권을 탄생시키는데 일등공신이었던 하나회 소속의 강창희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내정된 것은 철회되어야 옳다고 본다.

 

한 인간의 삶은 과거의 거울 속에 존재한다. 더러는 개과천선하거나 변절자의 소리를 듣거나 둘 중 하나로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은 어느 정도 일정한 DNA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라를 지키라고 명받은 군인들이 총칼을 들어 정부를 전복하고 대통령을 겁박하여 정권을 찬탈한 자는 “맹자의 역성혁명이론이 통용하던 옛날 옛적 왕조시대”이면 몰라도 합법적 절차에 의해 국민의 선거를 통해 국가정권이 결정되는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어떠한 명분과 논리를 내세우더라도 “내란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일 뿐이다. 그러기에 대한민국 사법부도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내란죄로 처벌하였고, 그들을 교도소에 수감하였다. 이러한 논리는 이미 10ㆍ26 사태로 서거하였기에 망정이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하여도 똑 같이 적용될 수 있는 법논리이다.  


“종북주의자”라는 신매카시즘 광풍 앞에 현 정권의 잘못된 실정이 모두 묻히고 있다.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 관련된 BBK사건 가짜편지를 은진수 당시 이명박 대선캠프 BBK대책위원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술하였다. 도대체 BBK에 이명박 대통령이 얼마나 개입되었기에 이를 은폐하려고 결정적 관련자인 “김경준씨를 노무현 정권이 귀국시켰다는 허위사실”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가짜 대필편지를 조작질하는 쌩쇼를 벌렸는지 참으로 의아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당시 검찰이 김경준씨가 노무현 정권과 관련되었다는 결론과 달리 위 편지가 이명박 대선 캠프의 은진수 BBK대책위원장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면 결과가 완전 반대로 뒤집어지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여전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소환하는데 망설이다 여론에 떠밀려 소환 조사했다니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나는 새누리당이 온 열을 다해, 이명박 대통령마저 가세해 열을 내고 있는 종북주의 색깔공세에 대해, 간첩행위가 있다면 그러한 자는 검찰이 나서서 수사를 통해 밝히면 될 것이고, 유죄로 밝혀지면 이에 상응한 처벌을 하면 될 것이지, 무죄추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헌법정신을 유린해 가며 색깔론으로 덧칠하는 정치행태는 반드시 해소되어야 한다고 본다. 새누리당의 색깔공세를 보면서, 마치 쓰나미 사태를 영화화한 “해운대”의 한 장면이 생각나고, 공격을 당하는 많은 이들이 이에 갇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떠오른다.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지동설을 주장한 것을 철회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말에 “지동설을 포기하고 천동설이 옳다”고 답변한 후 돌아서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양심의 자유를 외쳤다는 그 갈릴레이 갈릴레오 말이다. 흉포한 범죄자가 급증하고 있다. 경제적 궁핍자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치권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저 대한민국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여 저러한 약자를 구할 일이다.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들은 대한민국이 “양심의 자유가 보장된,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경제적 자유가 보장된, 약자가 보호받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꿈꾸며 아름답게 산화하지 않았겠는가? 권력자들의 국정농단을, 오로지 권력을 잡기 위해 이전투구의 진흙탕싸움을 하라고 나라를 지킨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다들 헌법을 지킬 것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대한민국헌법을 지켜라! 대한민국헌법을 농단하지 말라! 대한민국헌법은 너희만의 헌법이 아닌 우리 모두의 헌법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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