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공무원 시험의 문제점을 보는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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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공무원 시험의 문제점을 보는 시선들
  • 법률저널
  • 승인 2012.05.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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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불복 만드는 지엽적 문항들, 출제 시스템의 문제 등

 

공무원 시험은 국가고시로서 오랫동안 공직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공평한 기회의 문으로 자리하고 있다.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쳐 현재의 공무원 시험으로 이르면서 공무원 시험은 고유의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경쟁률이 낮고 고등학교 과목만으로 시험을 보며 시험의 난이도도 현재와는 큰 차이가 있었던 시기에는 이렇다 할 특이성이 없었던 공무원 시험이지만 취업란이 가열되고 공직에 입문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몰리면서 시험의 스타일이 잡히고 공무원 시험에 적용되는 일정 팁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공무원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 유형이 수많은 기출문제와 모의고사로 잡혀나가는 만큼 그 유형의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공무원 시험 문제를 바라보는 수험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공무원 시험의 현재>

한 차례 공채 시험이 끝나고 나면 시험에 관한 후담으로 시끌벅적한 공무원 수험가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표현이 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수험생들의 무거운 목소리를 타고 나오는 표현으로 ‘지엽적이다’라는 말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번 시험에서는 어느 과목이 더 지엽적이었고 어느 과목이 덜 지엽적이었다는 것이 곧 더 어려웠고 쉬웠다는 말로 나타난다. 이처럼 지엽적이라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 ‘본질적이거나 중요하지 않고 부차적인, 또는 그런 것’을 뜻한다. 공무원 시험 과목이 지엽적으로 출제되었다는 말은 즉 교재에 드러나 있기는 하지만 중요 부분이 아닌 부분을 문제화했다는 것이다. 기본서에 한 줄이나 두 줄 정도로 간략하게 들어가 있는 부분이 하나의 문제로 출제되는 식이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크게 다뤄지는 부분들을 위주로 보기 마련인데 그러한 문제가 나오면 맞출 수 있는 수험생은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지엽적인 문제의 대표적인 예로 2009년 공채시험의 한국사가 있다. 당시 어마어마한 과락률을 드러내면서 시험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들의 원성을 샀다.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이 2009년 한국사 시험을 지엽적 문제 출제의 최고의 예로 꼽을 정도였다.

현재 공무원 시험에서는 PSAT나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과 달리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거의 출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5과목을 과목별로 나눠 치르지 않고 같은 시간 안에 풀어야 하기 때문에 지식형 문제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핵심 이론들을 숙지하는 것 외에 모든 공부를 암기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시험 전반의 문제점들>

현재 합격권의 점수를 유지하고 있는 수험생 A씨는 공무원 시험의 문제는 지엽적인 문제가 한, 두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지엽적인 문제를 내는 것이라면 하나나 두 개의 문제를 내는 데에 그쳐야 하는데 실제 시험을 치러보면 다섯 개에서 여섯 개의 문제가 지엽적으로 출제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과목당 문항 수가 많지 않은 공채 시험에서 다섯 개에서 여섯 개의 문제가 지엽적으로 출제되면 공부를 한 사람이나 안 한 사람이나 맞출 수가 없어 도리어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공부를 한 사람이나 하지 않은 사람이나 정확히 답을 숙지하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과목 중 국사를 가장 심한 과목으로 꼽았다. 행정학 또한 범위가 넓고 학설, 학자 문제로 문제를 꼬아낼 수 있지만 선택과목 도입으로 올해 난이도가 하락한 것을 감안한 답변이다. 그는 “틀려봐라, 하는 문제가 있다.”며 “문제를 마주하면 맞출 수 있으면 한 번 맞춰봐라는 식으로 출제되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009년 극악의 난도를 보인 한국사는 이후 그만큼의 원성을 사지 않기 위해 자제하고 있지만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언제 지엽적인 문제가 대거 출제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수험가 강사들 중에는 아예 지엽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이들까지 있다. 국사를 예로 들자면 연도별 순서 등이다. 결국 수험생들은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부분 모두를 봐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A씨를 비롯해 다수의 수험생들이 수능과 가까워지고 있다고 여기는 과목은 국어다. 수능공부 외에 국어 공부를 하지 않은 수험생이 예년의 국어 기출문제와 올해 기출문제를 풀었을 때 그 점수 차는 적지 않았다. 올해의 기출문제에서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보였다. 하지만 실제 수험가 국어 강사는 여전히 국어 과목에서도 불필요한 낭비가 지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무원 국어 시험은 언어 능력형 문제와 국어 지식형 문제를 모두 대비해야 고득점을 얻을 수 있다. 수능에 비해 국어 지식이 강화된 시험으로서 국어의 전 영역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유리하며 예측으로 인한 수험계획 수립이 어렵다. 한 국어 강사는 “한자 등은 나올 때도 있고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헌데 이를 예측할 수가 없어 수험생들이 물질적, 정신적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시험이 평등한 기회로서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교양과목의 출제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행 공무원 시험에서는 국어, 영어, 한국사의 출제비중이 높고 난도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행정법, 행정학과 같은 전공과목은 수험생 모두가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므로 출발선이 같고 노력으로 정복할 수 있지만 어학과목은 공부에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한 수험생은 전공을 했어도 공무원 시험을 시작하면서 행정학을 거의 새로 시작하듯이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전공과목이 공정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겉에서보면 행정학 전공이기 때문에 행정학 공부를 적당히 해도 된다고 보지만 실제로 대학에서 배우는 행정학은 좁고 깊은 반면 수험에서의 행정학은 얕고 넓다는 것이다. 학풍에 따라 배우는 범위도 달라 새로이 시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문제 출제에 있어서 수험가 강사들이 입을 모으는 문제점은 시스템이다. 출제위원, 연구위원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 출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알 수 없고 동시에 장기적으로 문제의 질 개선을 도맡는 기관도 없다는 부분이다. 어떤 토대를 가지고 체계적인 토대를 가지고 출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능만큼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휘부터 남다른 영어에 대해>

국어, 한국사 등 타 과목은 지엽적인 문제가 몇 개 출제된다고 표현되지만 영어의 경우 공무원 영어라는 장르를 개척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장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어휘에서부터 타 시험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 수험생은 “취업 준비하는 친구 중 토익 점수를 끌어올린 친구가 공무원 영어를 풀더니 단어를 새로 외워야겠다고 말했다.”며 공무원 시험에 사용되는 단어에 혀를 내둘렀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어는 고급어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문제는 영어 시험에서 사용되는 고급어휘들이 실제 미국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단어들이 많다는 것이다. 독해에서도 논리적으로 명쾌한 답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출제 의도를 파악했을 때의 답은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답이 두 개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어휘나 독해에 비해 문법은 토익이나 토플에 비해 깊게 들어간다는 특성 외에 예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

현재 공무원 수험가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 중인 B씨는 “공무원 영어는 경향이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꾸준히 유지되는 경향 없이 시험마다 달리 출제된다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문제가 몰아 나오는 때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앞 쪽에 어휘가 나오고 다음으로 문법과 독해가 나온다는 큰 틀만 유지할 뿐 그 안에서의 상대적 비중의 유형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 자체가 수능과 아예 다른 것은 아니지만 질적으로 봤을 때 단어부터가 실용성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모국어로 영어를 쓰는 외국인들조차 처음 보는 단어가 적지 않다. 공무원 영어를 꾸준히 봐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시험이 끝나면 이 단어들은 쓰이지 않을 것이다. 단지 시험을 위해 A, B, C를 외우듯 기계적으로 외우는 행위를 할 뿐이지 어떤 활용성도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 영어는 어렵게 내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어려운 단어를 쓰기 위해서 표현에 맞지 않는 경우까지 발생된다. 동의어가 아닌 유의어를 더 어렵다는 이유로 알맞지 않은 자리에 넣는 것이다. 또한 전반적인 20개의 문제가 통일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은 공감을 얻었다. 여러 사람이 문제를 냈다면 충분한 토의를 거쳐 하나의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문제가 출제자의 논리에 맞춰 출제된다는 것이 큰 문제다. 보편적 논리를 따르지 않고 출제자의 논리에 맞춰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영어만 잘하는 걸로는 문제를 풀어내기가 부족하다. 출제자의 마음을 읽어야 애매한 답 속에서 정확한 정답을 찾을 수 있다. 지문의 문제도 있다. 전체 지문에서 문제에 쓰일 지문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잘못 잘라오는 경우다.

영어 강사 B씨는 “원 지문을 고려하면 답이 4번인데 출제자 의도를 감안하면 3번이라고 해야 맞다는 해설을 자주 달게 된다. 이런 해설이 달리는 게 올바른 현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 이름을 걸고 시행되는 국가고시가 감수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느낌을 준다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들>

언급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먼저 시스템의 개선이 꼽혔다. 출제위원 및 연구위원의 공개, 장기적으로 연구를 해나가는 기관 확보로 문제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수능과 같이 과목별로 분리된 독립형 시험을 치르면서 문항수를 늘리고 영역별 출제 문항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영어의 경우 출제위원을 모국어가 영어인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됐다. 난이도 조절을 현재처럼 어려운 단어에 기대지 않으려면 외국인 출제위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출제위원간의 충분한 토의와 감수가 필요하다. 국가고시니만큼 시험을 얼마 앞두고 문제를 내는 것이 아니라 납득할 만한 어려운 문제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수험 영어 관계자들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면서 영어 교육을 전공한 사람이 문제를 내야 현재 수험 영어의 문제점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지엽적인 문제가 꼭 필요하다면 소수의 문제로 줄이는 것을 바랬다. 시험을 복불복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지엽적 문제를 축소하고 차라리 심화 문제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강사나 수험생, 관계자를 아울러 모두가 서울시 시험이 공개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서울시의 경우 ‘출제자 마음대로’의 느낌이 강한데 오류가 있어야 문제가 비공개이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 수험생은 서울시 시험에 대해 “싫으면 시험 보지 마라”는 식의 배짱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어, 영어, 한국사 세 과목을 모두 토익, 국어능력시험, 한국사능력시험 등 외부기관 시험으로 대체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은지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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