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의 성격과 방식을 현실에 맞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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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의 성격과 방식을 현실에 맞게
  • 오영근
  • 승인 2012.05.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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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시험에는 선발시험과 자격시험이 있다. 대체로 선발시험은 소수자를 합격시키기 위한 것이고, 자격시험은 일정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다수의 사람을 합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의 사법시험은 전자에 속하고, 변호사시험은 후자에 속한다. 우리의 교육제도 때문인지 우리 국민들은 후자보다는 전자의 시험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기성 가수들조차 노래를 부르게 한 뒤 순위를 매기는 TV프로그램들이 유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선발시험으로 할 것인가 자격시험으로 할 것인가는 시험의 취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1, 2명의 우주선 조종사를 선발하는 시험은 선발시험이 될 수밖에 없지만,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을 선발시험으로 할 필요는 없다. 변호사를 배출하는 시험은 선발시험일 필요가 없고, 자격시험이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변호사가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너무 적어서 문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사법시험이 존치된다면 이 역시 변호사시험처럼 자격시험화 되어야 한다. 올해에는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의 성격을 지녔지만 언제든 선발시험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변호사시험도 역시 계속적으로 자격시험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에도 사회의 모든 활동이 법률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법률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법의 집행을 담당하는 행정공무원 중 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은행원이 대출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수능시험에서 수험생이 시험시간에 핸드폰을 교실 앞으로 내어놓지 않았다고 하여 2년간 수험자격을 박탈하는 제재를 가하겠다고 하여 문제된 적이 있다. 당시 수능시험 시행업무를 담당하였던 공무원은 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분명할 것이다. 만약 법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비례의 원칙상 단순 지시사항 위반에 대해 시험기회 박탈이라는 수험생에게는 사형선고라고 할 수 있는 극단적 제재는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먼저 알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변호사자격을 취득한 후 수능시험집행업무를 담당하였다면 위와 같이 무식하고 무모한 수능시험집행자들로 인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었던 정신적, 물질적 손해는 미연에 방지되었을 것이다.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들은 선발시험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 전문직은 단기간 학습이 아니라 평생의 공부를 통해 완성되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전문직들에게 가장 좋은 학교는 대학이 아니라 끊임없이 경쟁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경쟁이 심한 곳에서는 공부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도 사회에서 경쟁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 방식은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의 과거제도와 별로 다르지 않은 방식이다.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전에 사용하던 방식을 오늘날에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한 시간에 법전 하나만을 참조하여 사건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변호사는 없다. 있다면 미쳤거나 한심한 변호사이다. 유능하고 성실한 변호사라면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여러 자료를 참조하여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그런데 현행 시험제도에서는 이것이 모두 부정행위가 된다. 스마트폰을 참조하면 훨씬 정확하고 자세하게 알 수 있는 내용을 스마트폰은 책상 앞으로 내어놓고 무조건 외울 것을 요구하는 원시적이고 폭력적인 시험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사회에서는 누구든지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는데 오로지 볼펜이나 만년필로 답안지를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현실에 맞는 시험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컴퓨터 또는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한 답안지 작성은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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