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지나친 정보통제 혼란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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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지나친 정보통제 혼란 부추긴다
  • 법률저널
  • 승인 2012.05.0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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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괴담 공화국’이라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BBK 괴담, 4대강 괴담, 미네르바 금융 괴담,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방사능 비 괴담, 선관위 테러 괴담 등등….괴담은 어느 나라나 나돌기 마련이다. 서양에는 할로윈 괴담이 대표적이고 한국과 일본은 학교괴담이 대표적이다. 특히 명문대 입학과 시험에 매달려 온 한국과 일본은 시험 및 성적과 관련된 괴담이 많다. 우리 사회에 번졌던 괴담 중에는 ‘수능 괴담’이 있다. 2009년에는 ‘신종플루로 수능 시험이 연기 된다’는 괴담도 돌았다. 또 청계천 다리 22개를 모두 건너야 수능시험을 잘 치른다는 괴담도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사회를 떠돌았던 크고 작은 괴담들을 짚어보면 국민들이 분열된 갈등의 지점과 그 진행 과정, 문제점들이 분명해진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유되면서 봄눈 녹듯 사그라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부가 정보를 꽁꽁 묶어두며 오히려 의혹을 확대 재생산시킨 것들도 상당수다. 정확한 사실이 커튼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예상과 추측, 의심이 난무하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1998년 정보공개법이 시행된 뒤 정보공개 청구는 행정감시의 중요 수단이 됐다. 하지만 책임을 회피하려는 공무원들의 태도 때문에 정보공개 청구가 점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기한 내에만 처리하면 된다는 식으로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의 태도도 다반사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10일 내로 결과를 통보하게 돼 있어 중간에 전화를 걸어 독촉하더라도 대부분 마지막 날에서야 결정통지서를 보낸다. 또한 공개 여부를 기관별 실무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사례는 여전하다. 게다가 정보공개 관련 법에 불성실하게 답변하거나 허위로 답변하는 등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책임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본지는 올해 첫 시행된 제1회 변호사시험의 각 로스쿨별 합격률을 취재하기 위해 정보공개법에 따라 법무부에 로스쿨별 응시자 수와 합격자 수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각 로스쿨에서 밝힌 합격자 수가 실제 합격자 수보다 무려 20여명이나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부정확 자료가 사실로 인식되면서 피해를 보는 로스쿨이 있어 바로 잡을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공개를 거부했다. 그 사유로는 “성적 공개에 따른 법학전문대학원의 서열화 및 과다 경쟁을 방지하고, 로스쿨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 그리고 변호사시험법 제18조 및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1호, 5호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각 로스쿨별 응시자 수와 합격자 수를 ‘비공개’라며 거부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변호사시험과 관련된 통계 자료가 일체 공개되지 않는 마당에 합격률조차 비공개로 한다면 수요자는 안중에 없고 그저 제도만 보호하겠다는 주객이 전도된 행정이다. 합격률 같은 정보는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 입장에서 보면 인생의 진로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어느 대학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분명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인별 성적을 공개하지 아니한 이상 대학별 합격률 공개는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법무부가 정보 통제로 일관한다면 로스쿨에 입학하려는 실수요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지망하려는 로스쿨이 좋은지 나쁜지 가늠할 방법이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로스쿨간 서열화를 막겠다며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지만 오히려 시험 결과에 대한 정보 비공개로 기존의 서열화를 더욱 고착시키는 폐해가 우려된다. 기존 대학의 간판만 보고 선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지방 로스쿨생들도 지나친 정보 통제로 자기 실력을 입증할 방법은 극히 제한돼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가 합격자 당사자에게도 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은 취업 현장에서 변호사시험 성적이 아닌 학벌ㆍ학점 등 스펙으로 승부하고 있는 셈이다. 법무부의 지나친 정보 통제가 스팩과 현 서열의 고착화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려면 변호사시험 결과에 대한 전면적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보공개제도가 초기에는 행정 감시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시민의 알 권리 충족으로 발전해가고 있고 생활에 적극적인 편의를 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적극적인 정보공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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